2015년 국내 웹툰 공모전 현황 및 분석
지난 2015년은 국내 웹툰 사업의 발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년 상반기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시장규모는 약 1,500 여억 원에서 2014년에는 약 1,700 여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작가 원고료도 272억 원에서 약 536억 원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약 20여개에 이르는 웹툰 사이트에서 4,500 명 이상의 연재 작가들이 4천 편이 넘는 웹툰을 발표하고 있다.
이처럼 웹툰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자 웹툰 작가 지망생들도 늘어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창작물을 선보이고 있다. 정식 웹툰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무료 웹툰 플랫폼,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개인 블로그 및 SNS에 작품을 공개한 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인한 연재만화 담당자들의 간택을 받아 정식 연재를 할 수 있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단축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웹툰 공모전에 참가하는 것이다.
작년에 각종 만화 관련 온라인 카페에 공고된 만화 공모전은 적게는 70여개에서 많게는 200여개가 넘도록 쏟아졌다. 그중에는 1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화전문 공모전, 기업, 지자체 홍보를 위한 UCC 만화 공모전, 개봉 예정 영화의 2차 창작 공모전 등 매우 다양했다. 정부 기관과 기업, 지방 단체와 같은 곳에서도 급성장하는 웹툰 산업의 시장성과 화제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탄생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그렇지만 웹툰 전문으로 공신력을 가진 공모전에 당선되어야만 장기 연재와 출판활동 등 순수 창작 만화 활동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참가자들이 여기에 몰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실력 있는 신인작가와 임팩트 있는 콘텐츠를 얻기 위해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거액의 상금과 국내외 연재 기회와 같은 다양한 당근으로 참가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국내 대형 포털 웹툰 사이트의 신인 발굴 과정(네이버 대학만화최강자전과 다음 온라인 만화 공모전)
현재 국내 웹툰의 인지도는 네이버 웹툰과 다음 웹툰이 양분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지만 실질적인 사용자의 비율은 그렇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14년 만화 사업백서』의 만화산업 이용자 동향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이 83.7%, 다음카카오 웹툰이 13.5%로 네이버 웹툰의 강력한 장악력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 서비스가 국내에서 세를 떨치는 이유는 무료 웹툰을 이용하는 사용자와 창작자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2015년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에서 무료로 연재하는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 수는 약 10만 편이 넘고 다음카카오는 약 5천여 편이 업로드됐다. 이처럼 네이버 웹툰과 다음 웹툰이 보유한 방대한 작품 수와 폭넓은 작가 층은 두 포털 사이트의 최고의 자산이자 무기이다.
2014년에 ‘다음 온라인 만화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그래도 되는가>의 우다는 웹툰 작가가 되려면 웹툰리그, 루리웹 만화게시판, 카페, 블로그 등 다양한 공간을 적극 활용하라고 말했다. 많은 작품을 공개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수록 무료 연재에서 정식 연재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현재 국내 웹툰 작가로 데뷔하는 정식 코스로 자리 잡았다.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정식으로 만화를 연재하려면 무료 연재에서 정식 연재로 발탁되거나 자사 공모전에 당선되는 등 여러 방법이 있다. 거주지나 나이에 대한 자격제한도 없다. 무료 연재에서 정식 연재에 성공한 <펭귄 러브즈 메브>의 펭귄 작가(네이버)나 <딩스뚱스>의 딩스 작가(다음)는 모두 해외에서 작업하고 있다. 국내 최고령 웹툰 작가로 40여 년 경력을 가진 63세의 장태산 작가(네이버)도 <몽홀>이란 작품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과 다음 웹툰, 두 곳 모두 무료 연재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대형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도전만화, 베스트 도전만화(네이버)와 웹툰 리그(다음) 등의 무료 연재 플랫폼에서 정식으로 유료 연재를 하려면 독자들의 평가와 자체 심사를 거쳐야만 한다. 네이버 웹툰에서는 매월 인기도와 자체 심사를 통해서 도전만화에서 베스트 도전만화로 승급하는데 그 편수가 약 25편에서 30편 내외이다. 최근 완료된 ‘개그 올림피아드 공모전’의 경우는 무료 연재만화 작품 중에서 장르적 주제로 소규모 공모전을 열어 상금과 함께 정식 연재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헬스툰’처럼 네이버와 기업체가 함께 브랜드 웹툰이라는 형식으로 홍보용 공모전을 열고 상금과 연재 기회를 부상으로 내걸었다. 이처럼 무료 연재 콘텐츠 중에서 일정 주제로 공모전을 열어 정식 연재로 끌어올리는 방식은 네이버 웹소설에서도 꾸준히 진행했던 방식이다.
최근에는 ‘포텐업’이라는 베스트도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정된 40개의 작품에게 정식 연재의 기회뿐만 아니라 일정한 장학금 형식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2015년 2월 13일 네이버 레터, ‘이용자 참여형 도전플랫폼의 가치’에 따르면 “<도전 만화>, <베스트 도전> 등을 통해 UGC(User Generated Contents; 일반 개인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생산한 일반 이용자가, 전문성을 인정받고 그에 따른 수익을 보장 받는 """"""""""""""""정식 연재"""""""""""""""" 작가, 즉 전문 콘텐츠(PGC; Professional Generated Contents) 제작자로 승격될 수 있는 도전 리그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아마추어와 프로 두 시장이 공생하고 공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라고 자체 분석했다. 즉 활발한 아마추어 작가들의 활동을 위한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조성해야만 스타 작가의 히트 콘텐츠로의 산실로 이어져서 국내 웹툰 산업의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다음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웹툰리그3.0으로 불리는 새 방식의 리그를 도입한 것이다. 기존 웹툰리그의 진행 방식은 2부 리그, 1부 리그, 정식 연재 순으로 독자의 추천과 평점을 수치화한 평가를 바탕으로 1부 리그에서 2달에 걸쳐 최고점을 받는 작품이 정식 연재됐다. 그러나 새로운 웹툰리그3.0에서는 정식 연재 바로 전 단계인 ‘랭킹전’을 추가했다. 내부 심사를 통과한 1부 리그 작품 가운데 100% 독자투표로 승급이 결정되는 ‘랭킹전’에 1위를 하면 상금 500만원과 정식 연재를 할 수 있다. 1위로 뽑힌 작품뿐만 아니라 내부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 또한 별도의 연재와 제작 기회를 얻는 슈퍼패스도 진행한다고 한다. 오로지 독자투표의 결정만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네이버 대학만화최강자전’과 자체 심사와 인기투표를 절충시킨 다음 웹툰의 새로운 발굴 방식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네이버 대학만화최강자전’은 만화창작학과나 그와 관련된 학과와 대학에서 유독 주목하는 공모전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하고 국내 최대 포털 웹툰 사이트인 네이버 웹툰에서 주관하는 대형 공모전인 만큼, 대학과 학과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말할 것도 없으며 상위권에 들어서 입상만 된다면 상금과 정식 연재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와 학생이 한 팀을 이뤄서 참가하는 이 공모전은 1회였던 2012년에는 약 140여 팀이 참가했고 작년에는 186개 팀이 출전할 정도로 그 인기가 더해가는 추세다. 또한 당선 후보로 꼽혔던 세종대, 상명대, 공주대, 청강대 출신 팀이 꾸준히 박빙의 승부를 벌였단 점에서 학교의 위상과 실력을 유감없이 자랑하고 있다.
상위권 입상자였지만 아깝게 순위에서 밀려났거나 훌륭한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토너먼트에 살아남지 못한 참가자들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레진코믹스과 같은 새로운 둥지에서 연재 활동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네이버 대학만화최강자전’은 국내에서 실력 있는 대학생 작가 지망생들이 반드시 도전해야하는 하나의 관문처럼 인식되고 있다. 또한 학교와 학생들에게 대학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프로 웹툰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비록 독자투표로 운영되는 만큼 인기작품의 표 쏠림 현상이나 가족, 지인을 통한 여러 아이디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단점 때문에 매번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웹툰의 트렌드와 독자들의 의견이 가장 뜨겁게 반영된다는 특징 때문에 창작자와 독자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 전문가들도 가장 눈여겨보는 공모전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7번째인 ‘다음 온라인 만화 공모전’은 2014년부터 CJ E&M,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함께 주최하는 국내 최대 만화공모전 중 하나다. 영상미디어 전문기업인 CJ E&M과 정부기관인 진흥원, 웹툰 전문 플랫폼인 다음과의 이러한 협업관계는 웹툰의 영상화 작업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사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려는 추세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로 안정적인 스토리텔링과 현실적인 캐릭터를 내세워 영상화 작업 및 콘텐츠 제반 사업에 용이한 작품들이 이 공모전에 입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예로 2011년 공모전의 대상작인 <다정한 겨울>, 2014년의 <그래도 되는가>, 2015년의 <미래의 시간>을 들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다음 온라인 만화 공모전’은 상대적으로 ‘네이버 대학만화최강자전’과 다른 인상을 준다. 네이버 공모전이 대학생만 출전할 수 있고 오로지 독자투표로 승패를 겨루는 탓에 완성도가 부족하거나 독특한 개성을 찾기가 힘들 때가 있다. 이에 비해 다음 공모전은 좀 더 무난하고 안정적인 느낌의 당선작들을 선정하고 있다. 초기에는 심사위원의 심사로만 당선작들을 선발했지만 최근에는 독자투표 결과까지 반영해서 좀 더 경쟁력 있고 공감대를 얻는 참가작을 선정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독자들에게 편안하면서 만화의 장르적 특성을 갖춘 다양성을 갖춤으로써 타 웹툰 공모전과 차별화하고 있다. 2015년, 다음과 네이버의 공모전 대상작인 비둘기의 ‘미래의 시간’과 즐바센의 ‘제로게임’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잘 드러난다.
2015년 ‘다음 온라인 만화 공모전’의 입상작들은 미스터리, 판타지, 코믹,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특징을 갖췄다. 호르자&영광의 <바토리의 아들>은 페이크다큐를 연상시키는 인터뷰로 시작하는 스릴러다. 김라무의 는 우리 전통의 윷놀이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으로 설정한 코믹 스포츠이고, 오청의 <매생이맛 데이즈>는 판타지 로맨스이다. 그중 주목받는 당선작들은 최우수상인 인토르노의 <작약만가>와 대상인 비둘기의 <미래의 시간>이다.
대국 현황이라는 가상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후궁전의 암투를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작약만가>는 대부분의 본선 경쟁 작품들이 독자투표에서 4천여 표도 얻지 못하는 데 비해서 유일하게 1만여 표를 받을 정도로 가장 화제의 중심이 된 참가작이었다. 하지만 1만여 표로 상징되는 독자들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재 시, 이야기의 완성도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는 심사평으로 받으며 최우수상으로 만족해야했다. 그에 반해 <작약만가>의 절반 수준인 5천여 표를 얻은 <미래의 시간>은 장르와 화풍, 스토리 구성과 캐릭터 등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개성 덕분에 대상을 수상했다.
소재 및 이야기의 참신성 50점, 작화 안정성 및 독창성 40점, 독자투표 반영 10점이라고 공지한 공모전 심사기준에만 따르면 <작약만가>보다 <미래의 시간>의 대상 수상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심플하지만 모노톤에 가까운 컬러톤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강조하면서도 과거의 조작으로 조금씩 변질되는 현실에 대한 공포가 잘 드러났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한 달이 지나서 과음한 뒤 일어난 미래는 긴 머리가 단발로 바뀌었고 칵테일 바에서 만났다며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전화번호를 교환했다며 휴대폰도 보여주지만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 미래는 도망치듯 떠난다. 집에 돌아온 후 가방 안에는 남자의 명함이 있었고 미래는 그 동안 기억한 과거가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미래의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변화에 따라 현실도 뒤바뀌는 심리적 공포와 혼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리 장르의 매력인 견고한 스토리와 인물 간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린 점이 대상 수상의 이유로 짐작된다.
최근 다음 웹툰은 정기 연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독자투표의 결과를 추가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보다 상대적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는 다음 웹툰의 변화는 좀 더 트렌드에 어울리는 작품 수를 늘려서 더 많은 이용자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이고 완성도 있는 만화가 반드시 인기 있는 만화는 아니기에 화제성 있고 독자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구비하여 다음 웹툰의 2인자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웹툰 전문 사이트의 차별화된 경쟁 전략(레진코믹스의 ‘세계만화공모전’ 및 유료 웹툰 전문 사이트 내 자체 공모전)
2013년 레진코믹스의 웹툰 서비스를 시작으로 웹툰 전문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5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웹툰을 이용하는 주 플랫폼으로 포털 사이트가 88.5%, 웹툰 전문 사이트가 4.8%, SNS가 4.6%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제 세 살밖에 안된 레진코믹스의 약진은 놀라울 정도다. 2014년 플랫폼 별 연재 작품 수에서 국내에서는 네이버, 다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221편을 보유하고 있다.
레진코믹스가 급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유료서비스를 기본으로 성인만화, BL만화와 일명 백합물이라 불리는 GL만화 등 다양한 만화를 고르게 갖췄다는 점일 것이다. 단순히 구색만 맞춘 것이 아닌 장르별로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별한 덕분에 양질의 매력적인 작품으로 충성도 높은 독자층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엄청난 재정을 구축하고 외부 투자를 확보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웹툰 작가 지망생 사이에서 레진코믹스는 ‘연 2억 원 수입, 월 200만원의 고료 지급’이라고 불리는 꿈의 직장으로 여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레진코믹스는 2015년 4월에 일본 유료서비스를 시작하고 2달 반 만에 누적 조회 수 500만회를 돌파해 화제가 됐다. 국내 웹툰 사업의 해외진출이 새로울 법하진 않지만 네이버 라인의 ‘라인망가’와 NHN 엔터테인먼트의 ‘코미코’처럼 대형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 채팅 서비스와 같은 IT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오로지 웹툰 자체로만 서비스를 시도해서 성공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레진코믹스는 양질의 웹툰을 확보할 수 있는 재정수익과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시장을 마련한 덕에 1억 원 상당의 ‘세계만화공모전’을 개최할 수 있었다.
작년 1회에 이어 올해도 이어진 레진코믹스 ‘세계만화공모전’은 타 웹툰 공모전보다 높은 상금과 부상으로 많은 웹툰 작가들이 도전하고 있다. 대상에게 상금으로 1억 원을 수여하는 ‘세계만화공모전’은 자격부터 참가자격, 응모작품 수가 무제한이다. 장르 또한 BL, 백합, 성인 등 전 분야로 가능하다. 그 결과 1회 공모전의 대상은 일본에서 만화가 지망생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참가자, 은송의 <기도>가 당선됐다. 최우수상은 김민소의 , 우수상은 타키자와 마나(??未那)의 <아웃사이더> 포함 총 13작품이 수상했다.
대상 수상작 <기도>는 스크롤 다운 방식의 웹툰이 아닌 페이지 뷰 방식으로 조선시대 기생을 소재로 했다. 기방에서 일하는 두 고아 ‘가윤’과 ‘준’의 이야기가 아련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구성됐다. 일본어 원고로 응모했다는 원작을 한국어로 다시 제작할 만큼 일본 만화에서 느껴지는 칸 연출과 분위기가 강하다. 이런 점이 일본 서비스에서 장점을 작용할 듯하다.
이 공모전에서 눈여겨 볼 참가작은 성인 백합물로 입상한 팀 가지의 이다. ‘국내 최초로 여성 사이의 플라토닉한 교감을 강조하지 않는 백합물’이란 평가처럼 차별화된 매력과 개성을 보여주는 개성강한 여성 주인공들의 러브라이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레진코믹스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성인 만화작품 층을 일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투자한 덕분에 지금과 같은 비약적인 발전에 이르렀고 일본 진출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
유료 웹툰 서비스의 폭발력 있는 시장성이 레진코믹스의 승승장구로 증명되자, 이에 고무된 웹툰 전문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 중 미스터블루는 2002년부터 국내 스캔만화와 일본 성인만화 서비스로 구축했던 재정력과 노하우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고 비록 스펙(SPAC; 기업인수목적회사)합병이지만 작년 말 국내 만화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또한 지난 9월에 경력유무 제한 없이 성인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자체 공모전을 열었다. 성인만화, BL, GL로 분야를 나눈 이 공모전은 1등상으로 1천만 원의 상금과 정식 연재를 할 수 있다. 그 결과 대상은 티케의 <포보스>, 우수상은 22N9&OZ의 <에로스탄> 등 총 4편이 받았다. 미스터블루가 추구하는 웹툰의 경향과 어떤 수익방식에 주력하는지는 성인 취향 중심의 수상작 리스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웹툰 사이트들이 개점한 뒤, 각종 공모전을 내세워 신규 작품과 독자들을 끌어 모으려고 했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다. 안정적인 사업적 기반과 보유 콘텐츠가 취약한 점을 해결하고자 각종 공모전이 개점 이벤트처럼 쏟아졌다. 그렇지만 양질의 만화콘텐츠와 편리한 서비스를 유지할만한 재정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에 취약한 신인작가들의 불공정 계약, 공모전 공고 직후 사이트 폐쇄 등 각종 사건 사고가 터졌다. 결국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전략을 세우지 않고 무리한 성인 만화의 유료화를 시도하여 이에 실패하자 문을 닫는 사태가 속출했고 많은 작가 지망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모바일 오픈마켓의 사용자 증가 전략
국내 콘텐츠 오픈마켓의 선두주자인 올레마켓과 티스토어에서도 웹툰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로 웹툰을 보는 경향이 컴퓨터를 포함한 다른 기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약 3배가 넘는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스마트폰과 웹툰은 뗄 수 없는 관계로 변화했다. 또한 앱 개발 열풍이 불면서 앱스토어에 관심이 모아지자 KT와 SKT는 자사의 오픈마켓 사이트에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비록 사용자 비율이나 보유 작품 수는 미비한 편이지만 공모전을 통해서 신인 작가의 작품을 발굴하여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과거 파란카툰과 합병하면서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게 된 올레마켓 웹툰은 2013년에 ‘올레마켓 웹툰 공모전’을 시작하여 세 번째 대회를 맞이했다. 응모된 작품 중 뛰어난 작품을 30편을 선정하여 올레마켓 웹툰에 올린 후 독자심사와 작가심사를 통해서 당선작을 선정했다. 올해 선정된 작품으로 대상은 무화/ 돼의 <피팅룸 문지기의 전설>, 우수상은 부발의 <포근한 그 남자>외 총 5편이다. 이어서 4회 공모전을 열 것이라는 공지를 통해서 앞으로 올레마켓 웹툰의 신작 발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T는 포털 사이트 네이트에서 툰도시라는 만화웹진을 운영했을 정도로 만화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의 만화지원 사업인 ‘만화 스카우트’ 사업에서도 참여하여 SK플래닛, 서울문화사, 네이버 등과 함께 지원 작품을 온라인으로 연재하는 등 공동협력을 펼쳤다. 현재는 네이트 만화와 모바일 사이트인 티스토어 웹툰에서 만화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 ‘OSMU 콘텐츠 공모전’이라는 웹툰, 웹소설 통합 공모전을 열었고 웹툰 부분 당선작으로 홍인근의 <마운틴 스쿨>, 본선 진출작은 채덕의 <바다욧!>을 포함한 총 4편이다.
개인 창작활동 지원을 통한 만화사업의 활성화 정책(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과 만화 스카우트 지원사업)
출판만화의 오랜 불황으로 국내 창작만화의 명맥을 잇기 위해 정부기관도 창작만화를 지원했다. 기존에는 만화 제작 업체나 관련 단체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만화사업을 도왔다면 2000년 전후로는 개개인의 신인 만화가에게 정부기관이 직접 작품개발과 출판 연재를 지원함으로써 창작환경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은 지난 2015년에 13회를 맞은 오랜 공모사업이다. 2002년에 시작된 이 공모전은 경력유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성인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2014년부터 단편만화, 카툰 부분과 함께 스토리부분도 추가되어 좀 더 폭넓게 진행됐다. 당선작은 상금과 부천국제만화축제 작품 전시를 비롯한 온, 오프라인으로 소개된다.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2003년에 출간된 제1회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당선작 모음집인 <77년생>은 이 공모전이 지향하고 육성하고자 하는 만화관을 보여줬다. 대상작인 장수진의 <그녀, 너, 나 혹은 우리…>는 3명의 20대 여성 사이의 현실적인 갈등을 다뤘는데 뛰어난 연출솜씨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을 보여줬다는 심사평을 얻었다. 우수상 수상작인 강원구의 <아픈 날의 회상>은 1997년 광주 금남로를 배경으로 당시 사복진압부대인 일명 백골단의 시각으로 본 작품으로 작가가 직접 시위현장과 관련 인물을 인터뷰해서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4회 대상작인 최덕현의 <뚜이부치>는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삼았고, 8회 대상작인 윤현석의 <남김>은 어느 초등생의 죽음으로 퍼지는 어린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를 그렸다. 12회 대상작인 김대진의 <실버히어로즈>가 프로야구단 애플 트윈즈의 미스터리 포수, 실버맨을 내세워서 유쾌하고 기발한 내용으로 만장일치를 받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전의 참가작 경향이 주로 무겁고 현실친화적인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모든 부분(의 참가작)에서 상당히 어두운 이야기가 나온 것도 문제 중 하나”였다는 심사평을 통해서 이 공모전의 딜레마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15회 대상작인 김예지의 <작은 엄마>도 단순한 스토리에 깔끔하면서도 정돈된 연출로 모녀의 애증과 화해를 압축적으로 풀어냈다. 이렇듯 시간이 흘러도 현실적 환경에 기반을 둔 소재와 사건을 만화적으로 재미있고 개성을 담아 표현하는 작품에 손을 들어주는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의 뚜렷한 주관을 알 수 있다.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이하 애니센터)도 만화창작자들에게 꾸준히 도움을 주고 있다. 애니센터가 진행하는 만화제작 지원사업은 총 4가지의 지원 사업이 있다. 스마트폰용 만화콘텐츠 제작 및 앱 개발을 위한 ‘뉴미디어 제작지원’사업, 해외 시장 진출에 적합한 만화를 개발하기 위한 출판, 기획사 중심의 ‘해외수출 기획만화 제작지원’사업, 서울문화사, 다음카카오, 레진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유통사와 함께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만화 스카우트’사업, 우수 창작만화를 제작단계부터 지원하는 ‘창작만화 제작지원’사업이다. 이 중에서 직접 만화창작 작업을 지원하는 ‘창작만화 제작지원’과 ‘만화 스카우트’가 있는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만화 스카우트’가 유일하다.
본래 ‘만화 스카우트’는 2009년 ‘애니 스카우트’ 사업에 영향을 받은 사업이었다. 당시 애니센터가 주관하고, 투니버스,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등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TV방송사가 함께 지원하는 방식을 만화에도 적용시킨 것이다. 2010년부터는 ‘서울 루키 스카우트’라는 이름으로 그 지원 범위를 게임 분야까지 넓히고 있다.
만화부분은 경력유무 제한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성인이면 누구나 기획안을 제출할 수 있다. 지원작에 선정되면 1년간 서울문화사, 네이버 만화와 함께 온, 오프라인으로 스토리를 개발하고 연재까지 가능하다. 당시 첫 번째 ‘만화 스카우트’의 당선작은 이윤희, 옥새롬의 <롤랑수도원 사건일지>, 최예지의 <까치우는 날>, 박준규의 <뷰티풀 게임>이었다.
이후 스토리 부분도 포함하여 심사해서 2012년에는 수출용 만화제작까지 폭넓게 진행했다. 지난 2015년에 진행된 ‘만화 스카우트’는 서울문화사, 네이버, 다음카카오, 레진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올해 6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해외 부분은 레진엔터테인먼트와 프랑스의 델리미디어와 함께 제작될 것이라고 한다.
‘만화스카우트’ 지원 사업 선정작 수
1년간의 지원혜택이 든든한 만큼 심사내용과 그 과정도 매우 까다롭다. 작품소개서와 샘플원고 등의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위원 앞에서 제작과 연재에 대한 의지와 역량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해야 한다. 또한 미진한 내용은 과제로 이어져 함부로 긴장을 풀 수 없다. 대신 선정이 되면 국내 최고의 온, 오프라인 매체의 전문가들과 함께 만화를 제작 개발하는 노하우와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만화 스카우트’의 선정작을 살펴보면 개발단계부터 온, 오프라인 매체 담당자와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좀 더 독자의 입맛에 맞는 기획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경향이 강하다. 이점은 앞선 ‘대한민국창작만화 공모전’ 당선작들이 리얼리티가 강한 드라마를 선호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2014년에 지원 선정된 국내 만화부분 9개의 작품 중 대부분이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 등 장르적 특성이 강하고 극화 스타일의 드라마에 집중됐다.
현재 네이버 웹툰과 서울문화사에서 발표한 <지새는 달>, <영수의 봄>, <일사부재리>를 보면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앞, 뒷면이라는 두 차원으로 나뉜 세계 중 뒷면에 사는 평범한 17살 남학생 한푸름이 앞면의 코럴인의 아기를 임신한다는 설정인 <지새는 달>, 사진학과 복학생 김영수가 BL장르의 마니아, 즉 부녀자인 이양에게 설레면서 벌어지는 <영수의 봄>, 자기가 죽인 남궁민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내용의 <일사부재리>를 보면 장르적 설정이 강한 작품들이다.
이런 경향은 ‘만화스카우트’ 의 다른 당선작인 노도환의 <화만가>, 이종민의 <아내의 그녀>, 송현국& 유희의 <더 브레인>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처럼 ‘만화 스카우트’는 온라인 연재와 오프라인 출판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개인 지원 사업답게 독자의 취향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면서도 사업적 흥행을 염두에 둔 작품이 유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2015년의 대한민국은 급격하게 어두워진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웹툰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산업적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그 이유로는 수많은 웹툰작가 지망생들이 손쉽게 만화를 발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야말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작 웹툰들로 인해 다양한 연령의 독자층을 끌어 모아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기업과 기관 단체들이 제2의 <미생>, <치즈 인더 트랩>이 될 수 있는 원석을 가리기 위해서 공모전이라는 과정을 이용하고 있다. 상금과 정식 연재 기회를 얻으려는 웹툰 작가 지망생들에게도 공모전은 좋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공정한 경쟁 방식으로 개선된 공모전이 늘어난다면 국내 웹툰 산업의 외연이 확장되고 든든한 내실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상반기 만화산업 이슈 한국콘텐츠진흥원, 2014 콘텐츠산업통계, 만화산업 한국콘텐츠진흥원, 2014, 콘텐츠산업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2014 만화 산업백서 만화 인포그래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