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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만화분야 표준계약서의 이해

표준계약서 제도는 우리 생활에서 계약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함에도 계약의 법률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이러한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표준계약서란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위있는 기관에서 일정한 거래분야에 사용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서 배포하는 계약서 양식을 말한다. 계약서를 처음부터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은 변호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 맞춘 적절한 계약서 양식을 미리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표준계약서를 제정하는 목적이다.

2019-10-29 김필성



1. 표준계약서의 의미
사회생활은 사람들 사이의 연속되는 약속으로 이루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출근하고,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퇴근하고, 친구들과 한 잔 하는 과정 모두 약속의 연속이다.
법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을 계약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삶은 계약의 연속인 것이다.
계약이 이렇게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계약만큼 우리에게 낯설고 어려운 것도 드물다. 생경한 단어들이 잔뜩 들어차있는 계약서를 보면 두려움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계약서의 법률검토는 변호사에게도 어렵다. 계약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계약에 따른 약속의 이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들을 모두 예상해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이를 능숙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실무경험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중요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필요한 법률문제를 스스로 검토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표준계약서 제도는 우리 생활에서 계약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함에도 계약의 법률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이러한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표준계약서란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위있는 기관에서 일정한 거래분야에 사용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서 배포하는 계약서 양식을 말한다. 계약서를 처음부터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은 변호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 맞춘 적절한 계약서 양식을 미리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표준계약서를 제정하는 목적이다.
어떤 계약서를 “표준”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그 계약서에 계약에 필요한 내용이 적절히 규정되어 있어야 하고, 그 내용이 공정해야 한다. 불공정한 계약서를 “표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화분야 표준계약서의 경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제9조 제3항에 표준계약서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근거규정 덕분에 만화분야 표준계약서는 공정위원회의 공정성 심의까지 마쳤다. 국가가 공정하다고 공인한 계약서인 셈이다.



2. 표준계약서의 사용법
계약, 즉 약속을 어떻게 맺을지는 약속의 당사자들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모든 약속에 대응하는 계약서를 모두 미리 만들어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만화분야 표준계약서는 실제 계약 체결을 위한 레퍼런스로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만화분야에서 자주 발생하는 몇 가지의 계약 유형을 선별하고, 이를 중심으로 예상 가능한 내용들을 모두 반영하여 자세한 계약서 양식을 작성한 후, 가능한 자세한 설명과 주석을 덧붙여 실제 계약 체결에서 사전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표준계약서를 이용할 때는 우선 작성하려는 계약서 내용과 가장 가까운 표준계약서 양식을 선택한 후, 설명과 주석을 참고하면서 필요한 내용이 계약서에 반영되도록 계약서 내용을 검토하면 된다. 특히 작가 입장에서는 계약서를 처음부터 작성하는 경우보다 상대방이 계약서 양식을 가져와 제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계약서 양식과 표준계약서 내용을 비교하면서 검토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의문점을 발견한 경우 적극적으로 선배들이나 변호사 등에게 조언을 구하면 된다.


3. 구체적인 사례
다시 말하지만 계약서 검토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쉬운 작업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 상담의 경우 계약 체결 과정, 계약의 목적이나 해당 계약의 특수성 등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투입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별다른 정보 없이 계약서를 전반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요청은 변호사에게도 난감하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작가 스스로 표준계약서 등을 근거로 하여 일단 문제점을 생각해본 후, 이를 바탕으로 법률검토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자주 등장하는 문의사항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차적 저작물 제작권 문제
최근 만화가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저작권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만화분야 계약들의 고질적인 불공정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잘 수정되지 않는 문제가 바로 2차적 저작물 제작권 문제이다.
2차적 저작물은 계약의 목적이 되는 저작물에 기초하여 창작되는 새로운 저작물을 말한다. 예를 들면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은 출판이나 웹툰 플랫폼 영업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므로 출판사 등이 진행하기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만화 등이 성공할 경우 드라마, 영화 등의 제작으로 수익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출판이나 웹툰 연재 등의 계약에서 2차적 저작물 제작에 대한 내용을 넣는 경우가 지금도 자주 발생한다. 변호사에 대한 질의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것이 많다.
별 상관없는 계약에서 2차적 저작물 제작권을 계약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공정하다. 아예 계약에서 삭제하든지, 아니면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정당하게 지불하고, 제작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창작자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규정들이 계약서에 반영되어야 한다.

계약의 자동갱신
계약의 자동갱신에 관한 문의도 많은 편이다. 상당수의 계약에서 일정 기간 내에 계약 종료를 통지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자동갱신 조항 역시 불공정 계약규정이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삭제하는 것이 좋다. 만약 부득이하게 자동갱신규정을 넣어야 한다면 미리 휴대폰 캘린더 등에 종료 통지시점을 표시해두어야 한다.

연재료 등의 정산 및 입금
연재료가 정당하게 산정되었는지, 제대로 입금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작가들도 종종 있다. 처음 계약 시점부터 연재료 등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산정 근거는 무엇인지, 연재료는 언제 어떻게 입금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작품 연재로 인한 수익을 기초로 연재료 등을 산정하는 경우에는 수익의 산정 방법을 명확히 하고, 그 산정 근거에 관한 자료들을 요구할 권리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좋다.

 4. 전망
지금까지 간단히 설명한 내용들을 포함하여, 작가들이 계약과 관련해 질의하는 대부분의 내용들이 이미 표준계약서 내에 설명과 함께 반영되어 있다. 계약을 체결할 때 표준계약서의 내용을 잘 읽어보고 상대방이 제시한 계약서안과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좋다. 같은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비슷한 문제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변호사 등의 조언도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 최근에는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많으므로, 이를 잘 알아보면 경제적 부담 없이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김필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