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히어로는 성인, 웹툰 히어로는 학생 多
웹툰 속 히어로는 비장함보다 유쾌함으로 승부
히어로의 힘과 역할은 '양심'에서 나올 것
야누스(Janus)는 로마신화의 문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얼굴에 앞뒤가 있는 두 얼굴의 형상으로 이중적인 사람을 뜻하는 용어로 많이 쓰인다. 1월의 영어 January가 야누스에서 유래한 것을 생각하면 의미가 이해된다. 슈퍼히어로 콘텐츠는 야누스적 세계관에서 잉태한다. 슈퍼히어로의 숙명은 본래의 나를 찾아 돌아가고 싶은 얼굴과 관성처럼 악을 내몰아야 하는 타동적 선의 얼굴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히어로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활약하게 된다.
이 공식은 2008년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아이 앰 아이언맨’을 외치며 슈퍼히어로의 정체는 비밀이라는 신화를 전복하면서 깨지게 된다.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붐업되고 슈퍼히어로 콘텐츠 시대가 도래하면서 마블과 DC코믹스 속 슈퍼히어로의 정체와 탄생과정 이해는 현대인의 필수교양이 되었다.
동서양에서 슈퍼히어로 콘텐츠는 오랜 기간 창작되어 온 장르로서 모태가 만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만화역사에도 <라이파이(김산호/1959>, <주먹대장(김원빈/1958)>, <각시탈/허영만(1974)> 등의 토종 영웅 서사 콘텐츠가 꾸준히 창작되어 왔다.
슈퍼히어로 장르에 법칙과 정의는 정립된 바 없지만 ‘초인적 힘이나 의지를 가진 주인공과 동료들이 악으로부터 사회와 공동체를 지켜내는 작품’이라면 납득 가능하다. 이런 기준에서 슈퍼히어로 웹툰의 본격 등장은 <타이밍/강풀(2005)>, <트레이스/네스티캣(2007)>으로 보인다. 이후 강풀 작가는 <어게인>, <무빙>, <브릿지>로 대표되는 강풀 유니버스를 창조했다. 히어로 웹툰 유니버스의 다른 한 축 <부활남>, <테러맨.>, <신석기녀> 등으로 대표되는 와이랩의‘슈퍼스트링’세계관도 매력적이다.
아무리 강력한 슈퍼히어로도 독자가 안 보면 소용없다. 영웅 서사의 맛이 감질나기 위해서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서구의 슈퍼히어로들은 뉴욕 중심의 직업을 가진 성인이 주류지만 최근 웹툰 속 슈퍼히어로들 즉, 한국형 영웅들은 학교를 기반으로 한 학생이거나 한국의 사회문제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점이 다르다.
고교생 히어로들은 <초인의시대/섭이>, <위아더능력자/손하기>, <매지컬고삼즈/seri,비완> 등에서 활약하고, 대학생 히어로들은 <럭키언럭키/가천가>, <오늘의초능력/WONDER>, <스퍼맨/하일권> 등의 작품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정통 슈퍼히어로부터 병맛히어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독자들을 공략한다. 히어로는 이제 비범한 악의 무리 외에도 <집사레인저/현실안주형>에서처럼 거대괴수가 되어버린 귀여운 고양이와도 일전을 벌인다. 작품을 모두 읽은 독자라면 알겠지만 웹툰 속 히어로들은 지구 수호의 비장함보다 초능력에서 비롯된 유쾌함으로 승부한다.


히어로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의 삶이 어제와 같이 지낼 수 있는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일, 우리 곁 수많은 사람들의 평안과 안식을 지켜주는 일일 것이다. 그러면 히어로의 힘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그 힘은 양심일 것이다. 히어로의 삶에는 출퇴근이 없다. 일과 휴식, 나와 영웅의 경계가 없다. 악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으므로 슈퍼히어로는 열정페이 독박 구원 노동자인 셈이다. 랑또 작가는 <가담항설>에서 양심은“어둠 속에서 길을 밝히는 등불이고, 인생의 긴 여정 속에 길을 잃지 않게 하는 이정표”라고 했다. 양심은 지금까지 모든 슈퍼히어로들에게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스파이더맨)”라는 말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큰 힘을 얻기 위해 큰일을 하기 위해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는 연습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화되면서 그 꿈은 유년기 다락방 보자기로 덮어놓은 서랍장 속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유사 이래 초인적 힘으로 세상을 구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보통 사람들의 선한 의지, 이타적 행동들이 우리가 밟고 있는 세상을 지탱하는 진짜 힘임을…. 배트맨은 말했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어린아이의 어깨에 코트를 얹혀주면서 세상이 끝난 건 아니라고 다독이는 사람도 영웅이라고. (다크나이트 라이즈)”
김산율(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