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속에 등장하는 VR게임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어릴 때 저는 가끔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먼 미래, 각 가정에는 기계가 하나씩 있습니다. 팔에 각종 필수 영양분을 넣어주는 주사를 찔러 넣고, 머리와 기계를 연결하여 컴퓨터 속의 세계로 들어가 며칠이고 그 세계 속에서 살다올 수 있는 거죠. 가상의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먹을 것도 있습니다. 집도 있고, 나무도 있고, 사람도 있죠. 가상의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를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애인을 사귈 수도 있고, 여가활동도 할 수 있고, 악기도 연주가 가능하며, 범죄도 저지를 수 있고, 못 가본 세계적인 명소로도 가볼 수 있지요. 그 세계에는 그 세계만의 어떤 특별한 규칙이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골드’라는 화폐단위로 상행위를 해야 한다는 규칙일수도 있고, 길거리에 넘쳐나는 고블린이나 늑대들을 사냥하면 경험치를 얻어 능력치를 키울 수 있다는 규칙일수도 있습니다. 걱정도 없고,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있는 세상이죠.
△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벌써 4년이 지났다
15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기계가 인간을 압도하는 분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왔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바둑으로 이기고, 인간 없는 공장에서 물건이 생산되는, 일찍이 인류에 없던 눈부신 기술적/공학적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인류의 진보라는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 같은 시대에지만, 어딜가나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있었나 봅니다. 2010년에 들어서 급격하게 VR이 보급되시 시작하더니, 대 VR시대의 서막을 연 것이죠.
△ 레진 롤플레잉겜만화
문화 쪽에서도 이런 하이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여 VR 게임기반 작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소설이나 영화 분야와 달리 웹툰 쪽에서는 아직 VR 게임 소재의 작품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직 걸음마 수준의 장르지만, 두각을 나타낸 작품들도 있었죠. 최근 레진에서 완결된 롤플레잉겜만화에서는 세계 최고의 VR인기게임 '에스페라'속에서 2년 전 랭커였던 유저가 복귀하면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에스페라는 기존 pc모드와 함께 VR모드도 플레이가 가능한데, VR모드인 버츄얼 모드 이용시 시/청각과 함께 미각, 후각, 통각 등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지금이야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하는 이 VR게임들,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 여러 가지 감각들을 재현한 기기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입니다. 오큘러스 리프트 등 기존의 시/청각 VR기기 말고도, 이미 시중에 발매하기 위한 미각, 후각, 통각 기기들은 꾸준히 연구되어왔습니다. 일본기업 바크소는 vr 헤드셋 내 향기 발산 장치를 개발하여 선보인 바 있고, 일본 메이지대학에서는 전기신호를 통해 뇌가 맛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디바이스인 노리마키 신시사이저를 개발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우저는 햅틱 기술을 이용하여 VR세상 내의 물리적 충격을 느낄 수 있는 VR조끼를 개발하여 도쿄 게임쇼에서 선보이기도 했죠. 근데, 그렇다면 왜 이런 미각, 후각, 통각 그리고 시청각까지 합쳐진 ‘갓겜‘을 만들지 않는 것 일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VR 세계가 실현되려면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아무리 VR기기들이 경량화에 성공하고, 퀄리티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여러 개의 장비를 착용하면서까지 게임을 즐기고 싶어할 유져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여러 장비가 필요하다는말은 여러 전선이 필요하고, 또 이것들을 충전해야하니 여러 개의 코드가 필요하니 유져의 피로감은 점점 심해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이런 진정한 VR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뇌와의 직접적인 연결밖에는 실현할 수 없습니다.
△ 뉴럴링크의 전자그물망 개념도
만화 공각기동대에서는 뇌를 전자화 시키는 일명 '전뇌화' 작업을 거치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여러가지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이중에서는 가상세계를 체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런 일명 '전뇌화'에 준하는 작업을 거쳐야 진정한 VR세상으로의 여정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기업들중 이 작업에 가장 가까운 연구를 진행중인 기업은 바로 일론 머스크가 투자하고 있는 뉴럴링크입니다. 뉴럴링크는 전자 그물망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뇌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여 전기신호로 뇌와 여러 가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뇌 그물망이라는 기술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뇌가 뿜어내는 정보를 획득하여 이를 기반으로 명령을 내리는것과, 뇌 속으로 직접 정보를 주입하여 정보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레벨입니다. 아직도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작용을 하여 정보를 주고받는지 밝혀진바가 적으며, 애초에 인간의 뇌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뇌의 어느 부분이 어느 상황에서 어떤 신호를 보낸다' 정도만이 밝혀졌을만큼 뇌과학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고, 뇌와 기계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 실현되려면 최소한 30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저는 항상 게임을 좋아했고, 가상세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죽기 전에 뇌를 직접 연결하는 VR 게임이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먹고, 자고, 소통하는 VR 세상이 도래하는 것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