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돌아가고 싶은, 누군가에겐 벗어나고 싶은 '집'
네이버 웹툰 <집이 없어>
신보라
코로나19로 홈캉스, 홈카페 등이 유행하면서 ‘집’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조금 더 가까워졌다. 가까워진 만큼, 집과 우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에게나 집이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자라 온 추억이 남은 애틋한 공간일 수도, 어떤 이에게는 당장이라도 탈출하고 싶은 지옥 같은 곳일 수도 있다. 이제 세상을 알아가고 나를 세워 가던 10대 시절의 집은 어떤 의미였을까? 와난 작가의 네이버 웹툰 <집이 없어>에서는 집을 떠나 학교에 딸린 폐가에서 살고 있는 세 명의 학생, 그리고 이들과 엮이는 다양한 학생들의 사연을 통해 집과 가족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배경이 되는 한솔고등학교는 기숙사 학교로, 주인공 고해준이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전학을 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주받은 곳이라고 불리는 집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귀신을 보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기숙사를 택한 고해준. 집을 나오며 가지고 나온 전 재산을 문제아 백은영이 소매치기하며 이들의 악연이 시작된다. 백은영과 몸싸움을 벌이다 칼에 맞은 고해준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기숙사 신청일을 놓치게 되는데,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해준은 학교에 딸려있는 옛날 기숙사인 폐가에 입주하고, 집 없이 텐트에서 생활하던 백은영도 그곳에 들어가게 되면서 기숙사도, 서로도 싫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두 사람의 힘든 성장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돌아갈 집이 없다. 물리적 형태의 집이라면 있겠지만, 나를 반기는 온기가 느껴지는, 돌아가고 싶은 집이 없는 것이다. 귀신을 보지만 누구보다 해준에게 소중한 존재였던 엄마는 해준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세상을 떠난다. 해준에게 집은 상처이자, 엄마 없는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해준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은영에겐 텐트가 집이었다. 정해져 있는 집이 없는 은영의 삶은 방향키 없이 흘러간다. 이 두 사람이 만나서 폐가를 집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애잔하고, 따뜻하며 잔잔한 재미가 있다. 가족과 우리가 일상에서 엮어내는 이야기가 그러한 것처럼.
해준, 은영과 에피소드를 만드는 다른 캐릭터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마주하고 어쩌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문제까지 짚어볼 수 있다.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하는 마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봐주지 않고, 가스라이팅하는 가정으로부터 벗어난 하라. 이들은 모두 집을 떠나서 학교 기숙사에서 온전함을 느낀다. 가정에서 시작된 이들의 문제는 학교에서도 이어지며 복잡해지고 증폭된다. 왕따 문제와 학교 폭력으로 곪아 터져버리는 것인데, 여기서 우리는 가정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이루는 공간인 가정에서 10대 청소년은 자신을 세워간다. 위로가 되고 안온한 곳이어야 하는 집에서 마음을 충전할 수 없다면, 그 상처는 바깥에서 문제로 발현되고 만다. 청소년 문제에 학교와 가정 모두가 책임을 나눠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두 곳은 상처와 문제의 시작과 종착점이다. 가정은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 어디로 튀어도 받아줄 수 있는 완충제가 되어야 한다. 그 완충제는 사랑으로 만들어져 있다. 비교적 가정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캐릭터 주완은 해준과 은영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는 인물이다. 주완의 구김살 없는 성격은 사랑이 많은 가족의 영향을 받았다. 이 사랑은 해준과 은영에게로 전해져서 이들이 폐가에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며 또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부모의 도움 없이도 나름대로 살아가는 해준과 은영이지만, 결국 주완을 통해 이들에게도 부모의 따뜻한 사랑이 필요했음이 드러난다.
비록 친부모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머무는 곳엔 주완으로 나타낼 수 있는 따뜻함이 필요하다. 집 안에 온기가 있다면 폐가도 ‘사람 사는 곳’다워 질 수 있다. 지금의 해준, 은영, 주완이 살고 있는 폐가의 내부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비록 바깥은 스산하고 무섭지만 내부만큼은 깨끗하고 따뜻한 그 집처럼, 해준과 은영도 보이는 모습과 달리 마음만은 성장하고 있다. <집이 없어>가 던지는 물음은 진정한 집의 의미이다. 해준과 은영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집을 통해, 나는 집에서 제대로 살고 있는지, 함께 살고 있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지 생각하며 나와 집, 그리고 가족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