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산업 제작 스튜디오 체제의 필요성과 장점 '장편' 지향, '속도' 지향의 매출 구조로 인해 스튜디오 시스템이 필요
서현강 (스토리숲 대표)
오늘의 주제인 웹툰 스튜디오(In house system)의 장점을 이야기 전에 먼저 웹툰 유료화 시장의 생성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13년 웹툰이 유료화되면서 2020년 웹툰 시장은 1조 원 규모로 성장을 예상되고있다. 하지만 산업적 관점에서 시장 규모 1조 원은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게임 업계의 대표주자 넥슨의 2019년 매출은 2조7천억 원, 당기순이익 1조2천억 원을 기록했으며, 웹툰 산업계의 주요 플랫폼들이 아직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은 갈 길이 멀고 작은 시장일 뿐이다. 그러나 미래의 가장 큰 성장이 기대되는 콘텐츠 산업 분야인 것은 틀림없다.
웹툰 탄생 후 약 10년간 “무료”였던 웹툰 시장이 유료화에 성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다리면 무료”라는 부분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웹툰 시장이 기존의 출판산업과 다른 생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다리면 무료”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기에 작은 시장이나마 구축이 되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웹툰 시장에서 “기다리면 무료”를 빼고는 웹툰 산업의 존재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다리면 무료”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적용될 수 있는 콘텐츠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장편이어야 매출이 나온다. 단편의 경우 기다리면 무료로 매출을 낼 수 없으며, 완결 기준 최소 60화는 필요하고, 총 화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둘째, “기다리면 무료” 대기 시간을 줄일수록 매출이 좋다. 7일 ‘기다무’보다는 1일 기다무 매출이 좋다. 셋째, 연재 주기가 짧으면 짧을수록 매출이 더 좋다. 즉, 주 1회 연재보다는 더 많이 연재할수록 매출이 좋다. 기다무의 위 세 가지 조건은 독자들을 강력하게 유입하고 고정하는 락인(lock in)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웹툰 콘텐츠의 소비량도 빨라지고 있다. 독자의 소비속도에 비해 웹툰 콘텐츠는 부족한 상황이다. 독자는 웹툰을 보는 데 불과 5~10분밖에 소비하지 않은 데 비하여 작가들이 웹툰을 제작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창작에 의존하는 시스템만으로 간다면 기다리면 무료에 적합한 웹툰 콘텐츠를 제작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유료화되면서 독자들은 고퀄리티 웹툰, 분량이 많은 웹툰을 선호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요건을 갖춘 콘텐츠가 부족하기 떄문에 중국, 일본 등에서 화수가 많은 웹툰을 수입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고퀄리티의 웹툰을 대량으로 빨리 제작해야 하는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웹툰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전문화, 분업화되는 제작 스튜디오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결국 웹툰 콘텐츠가 유료화되면서 시장에서는 고퀄리티의 웹툰, 기다리면 무료에 적합한 장편의 웹툰, 더 자주 연재되는 웹툰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1인 창작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스튜디오 창작 시스템은 전혀 없었던 것이 새롭게 생긴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만화에도 문하생 도제 시스템이 있었고, 마블처럼 해외에서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시장의 니즈를 해결하고, 기존의 문하생 시스템의 장점을 유지하고, 단점은 현재 시대에 맞게 보완한 것이 웹툰 스튜디오 시스템이며, 웹툰 스튜디오의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보면 된다.
웹툰 스튜디오 시스템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둘째, 전략적 웹툰 콘텐츠 기획이 가능해진다. 작품 기획 단계부터 회사의 채널 믹스를 고려한 작품, OSMU를 고려한 작품 기획, 사업성을 고려한 작품 기획이 가능해진다. 전략적 콘텐츠 기획이 가능하다는 것은 사업성을 고려한 작품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작품의 손익분기와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작품 간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PPL, 주인공 교차 출현, 배경 공유, 세계관 공유 등)도 손쉽게 도전하고 진행할 수 있다.첫째, 사업적 관점에서 보면 웹툰 스튜디오 가장 큰 장점은 저작권을 회사가 소유한다는 것이다. 저작권 확보는 웹툰 사업을 지속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글로벌 진출, 2차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도 꼭 필요한 사항이다. 저작권이 확보되면 플랫폼 결정, 글로벌 진출, 이벤트 진행, 2차 사업화 등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높은 위험성을 감수한 사업의 진행을 자유롭고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개척되지 않은 해외 시장의 진출, 새로운 2차 사업화 진행,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
셋째, 또한 주간 연재와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작품 제작이 가능해진다.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다수의 작품을 대량 창작할 수 있으며, 전문화/분업화를 통해서 고퀄리티의 작품을 빨리 제작할 수 있다.
넷째, 시장에 적합한 전문 웹툰 작가를 육성할 수 있다.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만화관련학과, 학원에서 많이 공부하고 오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일하려면 더 많은 부분을 알아야 하고 경험이 있어야 한다. 웹툰 스튜디오 시스템에서는 교육과 OJT를 통하여 작가들이 육성되고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다섯째, 협업 시너지를 형성할 수 있다. 좋은 작품을 위해서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넓게는 독자와 플랫폼과의 소통, 좁게는 함께 작업하는 팀, 팀원, 협업자간의 소통이 원할해진다. 각 회사는 SNS 운영, 작품 모니터링, 플랫폼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는 담당자들이 있어서 더 효율적이고 원활한 소통과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문제 발생 시 개인보다는 신속하게 파악하고 조직적인 문제해결 및 대처가 가능하다. 작업자 간에도 물리적으로도 같은 공간에서 소통이 보다 쉽고 원활하게 진행 가능하여, 다양한 의견 교류를 통하여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여섯째, 작가 입장에서는 전문화, 분업화되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잘하지 않아도 글, 콘티, 선화, 보조, 채색, 배경, 보정/편집 등의 특정 분야만 잘하더라도 작품 창작에 참여가 가능하다. 물론 메인 작가는 다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작업을 모두 할 줄 알고, 알아야 하지만, 실제 핵심 작업 위주로만 진행하면 가능하다.
일곱째, 웹툰계에서 늘 문제가 되고있는 웹툰 작가들의 노동량이 줄어든다. 스튜디오 시스템에서는 전문화, 분업화되면서 작가들의 노동 시간이 개인 창작 방식보다는 같은 퀄리티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노동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분업화, 보조작가 지원, 3D 모델링을 통한 배경, 소품 오브젝트 등의 지원으로 작가들의 수작업이 줄어들고, 작가들은 캐릭터 위주로만 그리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스토리숲 스튜디오 작가들도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주5일 근무,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노동량 감소와 더불어 정규직으로서 매월 급여를 받는 안정적인 소득 구조도 장점이다. 또한, 회사의 작가 육성 시스템을 통해 검증된 작가들은 회사의 지원을 통해서 본인의 이름으로 메인 작가로서 데뷔하는 것이 용이하며, 차기작 준비도 회사의 지원을 통해 지원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재가 가능하다.
물론 현재도 웹툰 산업계는 1인 창작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1인 창작자를 중심으로 한 스튜디오 형태나, 에이전시와의 협업을 통한 작품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웹툰 제작 스튜디오도 지속해서 설립되고 있어 성장하는 웹툰 산업계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향후 웹툰 산업계는 1인 창작과 집단창작 체제가 혼재하며 성장할 것이며 이는 당연하면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