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물이 가지는 회귀, 빙의, 환생을 주로 차용
비현실적 사랑이야기가 주는 독특한 매력
강은원(만화연구가)
카카오페이지는 2015년 웹소설 원작 IP를 활용해 웹툰으로 제작 서비스를 명명한 미디어 믹스 콘텐츠인 노블 코믹스(Novel Comics)의 주력 장르인 로맨스판타지로 다양한 여성 독자층을 사로잡아 플랫폼 점유율을 확대하였다. 이어 네이버도 2017년 웹소설 파트에 로맨스판타지 장르를 신설1)하여 로맨스판타지, 일명 로판 장르가 웹툰 시장의 주력 상품이 되었다.
2020년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중 여성을 주된 독자층으로 하고 있는 로맨스판타지, 남성을 주된 독자층으로 하고 있는 현대판타지물은 웹툰플랫폼에서 유료결제를 유도하는 핵심장르로 꼽히고 있다.
로맨스판타지는 판타지 장르물이 가지는 회귀, 빙의, 환생을 주로 차용하여 점차 로맨스의 비중을 높여나가며 오늘날의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정착되었다2). 다시 말해 로맨스 판타지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서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가 주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주로 남녀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에 독특한 세계관과 마법 요소 등 판타지적 전개가 합쳐지면서 여성독자층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만화 속 주인공이 내 남자친구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네이버웹툰 <만찢남녀>는 만찢남이 현실로 나와 여주인공과 로맨스를 이루는 판타지 로맨스로 <만찢남녀>의 주인공 한선녀는 ‘선녀와 남욱군‘이라는 만화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데 다음날 눈을 떠보니 만화 속 주인공 천남욱이 만화를 찢고 나와 지금 내 옆에 누워있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현실세계와 만화책 세계의 구분을 모호하게 연출하여 독자의 흥미를 높여 주었다. 이처럼 순정과 로맨스로만 분류되던 로맨스 서사에 몇 년 전부터 로맨스판타지라는 장르가 생성되었다. 로맨스판타지는 중세 서양을 배경으로 황제, 귀족, 성녀, 마법과 정령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여성인물의 모험과 사랑을 다루는 서양풍 판타지와 캐릭터와 배경이 모두 동양풍으로 왕, 황후, 무협, 주술등을 소재로 하고 있는 동양풍 판타지장르가 있다.
△ 네이버웹툰 <재혼황후> 1화 네이버웹툰 <만찢남녀> 1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재혼황후>는 가상의 제국인 동대제국에 황후, 시녀, 하녀 등이 등장하는 중세시대 분위기의 궁중 판타지 로맨스이다. 노예와 사랑에 빠져 이혼을 요구한 황제를 떠나 옆 나라 황제와 재혼하는 황후 나비에의 모습을 주체적이고 카리스마 있게 묘사하고 사이다 전개로 많은 인기를 끌며 로맨스 판타지 웹툰으로의 입지를 다졌다. 이처럼 중세나 궁중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외에도 빙의나 환생, 초능력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기도 한다. <하루만 내가 되고 싶어>는 메데이아 벨리아르가 돌연 나타난 폴리가문의 영애 프시케 폴리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기면서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로 공녀와 황태자비의 몸이 뒤바뀌는 판타지적 요소와 서스펜스 요소가 가미된 판타지 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로맨스 판타지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환생이다.
환생은 나로 다시 태어나거나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둘 중 하나로 나뉜다. 웹툰 속 여주인공들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그 대상은 연인이거나 가족, 배우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제의 외동딸>은 공주로 빙의된 아리아드나 레르그 일레스트리프레 아그리젠트는 살아남기 위해서 잔인하고 폭력적인 황제 카이텔을 조련하여 딸바보로 만드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으며,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는 죽기 전 읽던 로맨스 소설 ‘사랑스러운 공주님’ 속 비운의 공주로 아타나시아로 다시 태어난 주인공이 소설처럼 비극적 결말을 맞지 않기 위해 냉혈한 황제인 아버지에게 필살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귀엽게 묘사하고 있다.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죽음을 맞이한 수희는 남존여비가 팽배가 새로운 세계에서 고려왕국의 공주 김상희로 환생하여 여주인공 특유의 재치와 미모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외에도 황태자에 의해 사형을 당하고 환생한 <버림받은 황비>, 시안부 인생을 사는 악녀에게 빙의된 <악녀가 사랑할 때>, 전생의 기억을 모두 지닌 채 세 번째 생을 살아가는 <외과의사 엘리제>, 왕따 공작부인 클로에 바텐베르크가 된 눈치만 보며 살아온 호구 박하정의 이야기 <공작부인의 50가지 티 레시피>등이 있다. 이처럼 여주인공이 다른 인물의 영혼에 옮겨 붙으면서 신체적으로는 지속하지만 영혼이 바뀌게 되어 갑작스러운 변화와 변모를 보여주는 것도 로맨스 판타지의 주요 소재이다.
동양풍 판타지 장르에 작품도 있다. <낮에 뜨는 달>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갈등이야기로 신라의 귀족 도하와 몰락한 대가의 여식 한리타의 사랑 이야기이다. <이상하고 아름다운>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이의 세계에서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우연한 계기로 환생하거나 이세계로 들어간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모험과 사랑을 이루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는 현실세계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르이다.
1) 오후미디어, “네이버 웹소설, 로맨스 판타지 장르 신설”, 네이버 포스트, 2017.04.03.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7020627&memberNo=360599501)
2) 서은영, 「로맨스판타지 웹툰의 부상과 재현」, 애니메이션연구 16권 3호(통권 제 55호),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