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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IP로 웹툰업계 참전

크래프톤이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웹툰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동안의 게임 IP의 만화화 역사를 짚어보고 웹툰 <배틀그라운드>의 미래를 점쳐본다.

2021-09-29 정용재




<배틀 그라운드>의 크래프톤이 결국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전 고평가 논란부터,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느새 주가는 안정 선을 찾은 듯하다.

지난 7월 장병규 의장은 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크래프톤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그 시작은 세계적인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IP 다각화. 즉, <배틀그라운드>를 영화,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컨텐츠로 제작 하겠다는 것. 그에 맞춰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마동석 배우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비롯해, 다큐멘터리 <미스터 언노운>을 공개 하였고 반응은 가히 뜨거웠다. 크래프톤이 바라던 대로 상장 전 이슈몰이에는 충분히 성공 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언급한 내용 중 아직까지 웹툰에 대한 단초는 보이지 않았는데, 최근 구직 사이트를 찾아보니 웹툰, 웹소설PD를 활발히 구인 하는 등 슬슬 웹툰 제작에도 시동을 거는 모양새로 보였다. 2020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신규맵 ‘리빅’의 업데이트에 맞춰 네이버 게임과 콜라보 해 공개 했던 배틀그라운드 웹툰 ‘리빅’이 존재 하기는 하지만, 프로모션의 성격을 강하게 띈 단발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다.


먼저 공개된 영상에 비춰보자면 이번엔 본격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과연 크래프톤이 만드는 웹툰 <배틀그라운드>는 어떤 모습일까?



게임업계의 웹툰 제작


국내 게임사에서 게임을 원작으로 웹툰으로 만드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먼저 웹툰 <배틀그라운드>에 대하여 얘기 해보기 전에 먼저 국내 게임IP의 웹툰 진출 사례를 중 몇 가지를 통해 크래프톤이 제작하는 웹툰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아래 소개한 업체 외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자사 IP를 웹툰으로 확대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번엔 대한민국 게임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N(Nexon, Netmarble, NC Soft)’을 위주로 살펴 보자.


1N: 넥슨 <메이플스토리> 서울문화사의 <코믹 메이플스토리 오프라인 RPG>(이하 코믹 메이플스토리)

국내 게임IP를 활용한 만화/웹툰 콘텐츠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코믹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MMORPG <메이플스토리>를 즐겼던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원작 게임의 귀여운 2D도트 그래픽을 학습만화 스타일로 제작하게 된 것이 당시 게임을 즐기던 초등학생 유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2004년 연재 시작 후 약 15년간 하나의 시리즈로 100권 가량 연재를 이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 <코믹 메이플스토리>의 성공에 힘입어 <수학도둑> <한자도둑> 등 진짜 학습 만화의 변모 하는 등 다양한 작품으로 바리에이션을 확장하기도, 만화를 기반으로 홀로그램 뮤지컬까지 제작 되었던 것을 보면 당시 인기를 실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코믹 메이플스토리>를 보던 초등학생들이 성인으로 성장한 최근에는 각족 커뮤니티를 통해 심심치 않게 <코믹 메이플스토리> 언급되기도 하는데, 이는 게임과 만화, 독자가 함께 나이를 먹고, 성장하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담으로, 게임 <마비노기>도 <굿모닝 티쳐>의 서영웅 작가가 코미컬라이징 했는데, 과거부터 넥슨은 자사 IP의 다양한 확대에도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 넥슨 게임을 원작으로 한 <코믹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


2N 넷마블 <세븐나이츠> 앤트 스튜디오의 <세븐나이츠: 알카이드>

넷마블과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등 수많은 인기작을 탄생시킨 앤트 스튜디오가 손을 잡고 제작한 웹툰 <세븐나이츠: 알카이드>는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는 높은 작화 퀄리티와 <세븐나이츠>원작 게임 팬들의 유입으로 인해 제법 뜨거운 관심이 모이는 듯 하였지만, 60여화의 연재를 완결 될 즈음의 성과는 다소 아쉬워 보였다.


액션/판타지 장르 웹툰의 연재기간은 보통 2년 이상으로 100화는 훌쩍 넘기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이에 맞춰서 더 많은 분량(100화 이상)으로 기획 되고 제작 되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게임원작으로 개발된 웹툰 중에는 가장 현재의 웹툰 시장에 가장 잘 맞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 <세븐나이츠: 알카이드>


3N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블레이드 앤 소울> 시리즈

넥슨, 넷마블이 출판사, 스튜디오와 협업을 통해 IP의 확대를 꾀 했다면, 엔씨소프트는 두 업체와는 다르게 독자적으로 웹툰 개발을 했다. 역시 3N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행보다.

엔씨의 대표 IP인 <리니지>를 액션/판타지, 생활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해 선보였으며 <블레이드 앤 소울>을 원작으로 한 무협 웹툰 <막내>를 카카오페이지에 서비스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웹툰 그 자체로 흥행 몰이를 하는데에는 부진한데, 엔씨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꾸준히 투자한다면 언젠가는 쌓인 노하우가 빛을 보는 날이 올 것이다.


또, 엔씨는 자사IP의 웹툰 개발뿐만 아니라, 직접 웹툰 플랫폼도 운영하며 그 노하우를 꾸준히 축척 하고 있는데, 네이버, 카카오와 같이 거대한 웹툰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8년 넘게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 한다. 끝까지 살아남아 게임회사가 웹툰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버프툰만의 특별함으로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플랫폼 관계자 분들과 작가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을 원작으로 한 웹툰 <막내>

<배틀그라운드>로 돌아와서

자, 그럼 드디어 <배틀그라운드>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의미하는 “PUBG 유니버스”에 역량을 집중 시키고 있는데, 그 중의 일환으로 각기 다른 웹툰 3종을 공개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창환 대표의 귀한 자식인 <배틀그라운드>인 만큼 IP확장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웹툰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게임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 중 일부만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제작 중인 어지간한 웹툰 보다도 큰 제작비를 조달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작비와 퀄리티,재미가 정비례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게임을 서비스 하며 쌓아놓은 유저들과의 소통은 웹툰 제작을 함에 있어 독자 니즈파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크래프톤이 웹툰을 제작하려는 목적이 무엇일까?


누구나 짐작 할 수 있듯, 웹툰을 통해 독자들이 <배틀 그라운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게임의 특성을 잘 살려 게임을 해보지 않은 독자들도, 웹툰을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에 흥미를 이끌어 내는 것이 크래프톤이 바라는 베스트 시나리오겠지만, 문제는 아직 게임>만화>게임으로 선순환 된 사례는 <코믹 메이플스토리> 정도라 레퍼런스를 <메이플스토리>로 삼는 것은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특성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미 출간 된 작품들 중 <배틀그라운드>와 어울리는 작품을 찾아 웹툰을 잘 만드는 것이 최선일텐데, <배틀그라운드>와 어울리는 레퍼런스를 찾아보자면 만화 <배틀로얄>과 같은 처절한 생존 군사 액션물로 또는, <세븐나이츠: 알카이드>와 같은 게임 스토리의 프리퀄을 담는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만화 <배틀로얄>을 레퍼런스를 삼는다면 게임의 특성과 가장 잘 맞는 작품이 되어 배틀로얄장르의 새바람으로의 흥행을, <세븐나이츠: 알카이드>의 사례를 따른다면 원작팬들의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어떤 형태로 제작이 되던지 간에 밀리터리적 요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총기, 전술 등 밀리터리 적 고증에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면 최소한 수작으로는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크래프톤이 과연 독자와 게이머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적당히 하다 말겠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자, 이제까지 다들 알만한 내용들이고 이제부터는 필자의 솔직한 감정과 뇌피셜을 섞어서 얘기를 좀 해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필자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필자의 머릿속을 스친 첫 생각은.


“뭐? 크래프톤이 웹툰을? 그것도 배그 웹툰이라고...? ㅎ... 적당히 하다 말겠지, 뭐.”


여태껏 웹툰 제작에 뛰어든 게임사 중에 꾸준히 투자하고 개발하고 있는 곳은 버프툰을 가지고 있는 NC소프트 한곳뿐이다. 물론, 중소 게임사 중에는 몇몇 곳들이 이미 존재하긴 하지만,투자 규모나 반향을 생각해 보면 ‘주요 사례’로 언급하긴 어렵다. 크래프톤의 속내를 짐작해보면, 메가히트작이긴 하지만 하나뿐인 배틀그라운드 IP, 상장을 앞두고 몸집을 불리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지만, 큰 규모의 투자보다 ‘가성비’가 좋은 투자로 이슈몰이를 하고, 신작 게임까지의 공백을 메운다. 


△ 구인구직 포털에 게시된 크래프톤의 프로듀서 채용 공고 (출처=잡코리아)

어쩌면 지나친 평가절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크래프톤의 웹툰, 웹소설 세계관 PD 채용은 ‘계약직’으로 명시되어 있다. 일단 시험삼아 만들어 보고, 안될 것 같으면 계약기간만 채우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 뿐일까?


물론, 경영진의 속내를 업계 종사자가 모두 헤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크래프톤이 보여주는 행보는 산업에 대한 관심사나 IP의 가지 중 하나로 웹툰을 생각한다기보다, 자사 게임의 홍보의 목적이 더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잘나가는 게임 업체인 크래프톤이 웹툰을 개발하겠다고 하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웹툰 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크래프톤이 혁신적인 게임을 개발해 흥행을 이끌었듯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웹툰 업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 양쪽 모두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그 혁신 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웹툰업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되고,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판단은 독자의 몫

야심차게 기획하고 자본을 쏟아 부어 만든 작품들도 독자들이 봐주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크래프톤은 본인들이 성공시켰던 <배틀 그라운드> IP의 장점을 웹툰독자들의 수요에 맞춰 개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고, 실력 있는 작가와 좋은 앙상블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서로 치열한 협조를 해야 할 것이다.


IP 소비를 다양화 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하여 확대한 사업일지, 기업공개 전 몹집 불리기로 끝날지는 크래프톤이 만들어 내는 웹툰의 성적이 나온 후 크래프톤의 진정성이 판가름 되지 않을까 싶다. 웹툰 제작은 그 어떤 실력있는 PD 혹은 작가가 와도 시작!하고 만든다고 해서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게임과 1:1로 비교하면 더 적은 인원과 비용으로 만들어 낼 수야 있겠지만, 그에 들어가는 노력과 열정은 결코 게임 제작에 들어가는 그것 못지않다.


이왕 웹툰을 만들기로 했으니, 부디 크래프톤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치열히 고민해 보란 듯이 잘 만들어 웹툰 업계에도 새로운 자극이, 그들이 바라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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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재

학산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