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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와 손잡는 네이버웹툰, 현재로 다가온 메타버스

지난 7월, 네이버웹툰은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에 50억원을 투자했다. 메타버스와 웹툰의 만남,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2021-09-30 울림

제페토와 손잡는 네이버웹툰, 현재로 다가온 메타버스


2021년 콘텐츠-IT업계에서 가장 ‘핫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메타버스다. META+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온라인 세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세계를 총칭하는 단어로 이해하면 쉽다. 소셜 미디어부터 온라인 게임, 심지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까지 메타버스 안에 포함되는 포괄적인 용어다. 그중에서도 메타버스가 각광받은 것은, 3D로 구현되는 ‘가상 세계’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길어지면서, 집에서도 온라인으로 구현되는 가상 세계를 통해 ‘만날 수’ 있게 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전문가 집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중이 ‘코로나 19가 메타버스의 등장을 가속했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는 대표적인 가상 세계 기반 메타버스다. 지난 7월, 제페토는 유상증자를 통해 네이버웹툰에 50억 원을 투자받는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미 현실로 다가온 메타버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메타버스는 나이언틱의 게임 ‘포켓몬 고’였다. 포켓몬 고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가상의 체육관과 포켓몬을 등장시키고, 그 포켓몬을 몬스터볼로 잡아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거나 경쟁하는 게임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희귀 포켓몬이 나온 곳에 스마트폰 여러 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 모여든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노스페이스와 구찌는 지난 1월 포켓몬 고와 협업해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옷을 내놓기도 했다.



△ 포켓몬 고에서 배포된 노스페이스 X 구찌 코스튬

구찌는 이런 프로모션에 굉장히 빠르게 참여한 축이다. 제페토와 손잡고 구찌 빌라를 만들고, ‘구찌 신상’을 출시하기도 했다. 전 세계 사용자 2억 명에 달하고, 대부분이 젊은 세대로 이루어진 제페토의 유저에게 ‘구찌’라는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전략이었다. 메타버스와 제페토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구찌와 노스페이스는 알 것이다. 이런 브랜드들이 젊은 세대 공략을 위해 제페토를 선택했다.



△ 제페토 내에 구현된 구찌의 의상과 소품들

이런 전략은 ‘다이아몬드 반지 = 결혼’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 is Forever)’라는 드 비어스(De Beers)의 마케팅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드 비어스는 다이아몬드 반지 마케팅을 위해 계속해서 어린 세대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는 곧 결혼’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지금으로 치면 PPL과 같은 광고에서도 다이아몬드 반지는 활약했다. 결국  ‘다이아몬드 반지 = 결혼’는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명품 브랜드가 현실 세계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가치는 해치지 않으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메타버스를 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의 삶 아주 가까운 곳에 왔다.


네이버웹툰과 손잡은 제페토의 의미

다시, 제페토는 50억 원에 상당한 주식을 네이버웹툰에 발행했다. 모기업인 스노우를 제외하면, 제페토가 네이버 계열사에서 자금을 수혈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이를 통해 네이버웹툰은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의 지분 3%가량을 보유하게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의 IP를 통해 네이버제트(제페토)와 협업할 계획”이라며 “인기 웹툰을 메타버스에 구현하는 등 협력 방식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결국 웹툰 세계관을 본딴 공간을 제페토에서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 IP 상품을 제페토 안에서 판매할 수도 있고, 제페토를 이용하지만 웹툰은 읽지 않았던 독자들에게 웹툰을 소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번 투자는 네이버웹툰은 팬덤을 확장하는 한편 사업 모델을 다양화하고, 제페토는 확실한 IP를 얻을 수 있는 윈윈이 가능한 투자였다. 장차 연예인 등 엔터산업과의 연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네이버웹툰의 제페토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제페토에서 JYP는 트와이스(TWICE)의 티저를 공개한 바 있다. 이용자의 측면에서도 네이버웹툰과 제페토 모두 젊은 세대가 주 고객층이고, 서비스의 이용자 역시 겹치는 측면이 많아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충분하다. 네이버웹툰의 이용자는 글로벌 기준 7천만 명 이상이고, 70%가 10~20대다. 제페토는 가입자 수 2억 명을 념겼고, 80%가 10대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제페토는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 이상으로 높고, 네이버웹툰 역시 미국으로 본사를 옮겨 ‘글로벌 IP 밸류체인’의 메타버스 연결고리가 제페토가 될 전망이다.



△ '트와이스 인 제페토' 티저 영상

미래의 웹툰

메타버스의 발전은 VR, AR 등 다양한 기술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평면 스크린’을 벗어난 웹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평면에서 그림으로 만나던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메타버스 공간, 제페토의 공간에서 독자들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지, 아직은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메타버스에 익숙한 세대가 앞으로 웹툰이라는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네이버웹툰과 제페토의 협업은, 미래의 웹툰을 위한 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