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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툰, 만화를 움직여 보려는 시도의 종착역

만화를 움직여보려고 했던 시도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튜브툰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2021-10-18 서찬휘


튜브툰, 만화를 움직여 보려는 시도의 종착역


‘튜브툰’의 등장

한국 만화 출판사의 대표 격이라 할 대원씨아이가 지난 2021년 6월 30일부터 ‘튜브툰’이라는 이름으로 만화를 영상화한 콘텐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대원씨아이가 6월 18일자로 블로그에 올린 공지에 따르면 튜브툰은 브라운관을 뜻하는 튜브(tube)와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을 합친 표현으로, “기존에 종이책 또는 전자책으로 감상하던 만화 컷에 동적인 연출과 음향을 더해 감상의 재미와 감동의 폭을 넓혀 새로운 감각의 감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화를 뜻한다고 한다.

튜브툰의 첫 작품으로 꼽힌 작품은 전극진·양재현 콤비의 <열혈강호>로, 1994년 영챔프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래 최근까지도 신간을 출간하는 등 명실상부 한국 무협만화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 작품으로서 상징성과 화제성을 함께 쥐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원씨아이는 이어서 7월 9일 임재원 작가의 인기 학원물 <짱>의 예고편을 공개하며 3분기 연재 예정을 알렸고, 4분기에는 <플라티나> <펠루아 이야기> 등으로 섬세한 선과 독특한 대사 감각을 보여 온 김연주 작가의 대표작 <소녀왕>을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라인업을 보면 8권으로 끝난 <소녀왕>과 외전 포함 75권으로 끝난 <짱>처럼 상당한 분량으로 완결이 난 작품이거나, 2021년 6월 4일 83권 째 단행본을 낸 <열혈강호>처럼 현재 시점까지도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즉 어느 정도 오랜 고정 팬층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면서, 또한 총천연색 웹툰이 아닌 흑백 출판만화 형태를 띠고 있는 작품들로서 대원씨아이라는 만화 전문 ‘출판사’가 가장 강점을 지니고 있는 바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시도라 할 수 있다.



△ 유튜브 대원튜브툰 계정에 업로드 된 <열혈강호> 튜브툰

튜브툰에는 주목할 만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웹툰으로 무게추가 완전히 넘어간 이 시대에 흑백 출판만화의 다른 생존 방식을 흑백 출판만화의 한국 대표격인 만화 출판사가 찾아 나섰다는 점, 영상과 만화의 접목을 업체 단위에서 상당히 본격적으로 접근하고 나선 사례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영상’ 형태로 만들면서 기존 만화 독자는 물론 근래의 영상 시청자들에게도 어색하지 않게 ‘만화’로서 보여주고자 신경 쓴 흔적들이 보여 자못 흥미롭다. 한데 이와 같이 만화를 움직여 보려는 시도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움직이는 ‘만화’의 선행 사례들 ①

그림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매체는 애니메이션이다. 용어가 구분되어 있는 만큼 만화를 움직이는 행위는 애니메이션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애니메이션은 각기 다른 그림 또는 대상물을 프레임 단위로 촬영해 이어 붙이고 음향을 입힘으로써 최종 단계에서 재생 시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듯 보이게 만드는 영상 기법이다. 반면 만화는 카툰과 같은 단칸 만화를 제외하면 정지된 지면 위에서 연속해 늘어놓은 칸을 프레임 삼아 독자의 시선 움직임에 따라 전개를 이어가는 매체다. 이를 ‘만화로서’ 움직인다는 건 화면 전체를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게 아니라, 연속 배치되어 지면에 고정된 상태인 정지 화상을 시선에 따른 전개 양상을 반영하여 순차로 강제 ‘진행’ 시킨다는 의미다. 여기에 약간의 음향과 음성 더빙이 결부될 수는 있지만, 지면이 아닌 화면에 노출하기 때문에 반드시 색을 입혀야 한다거나 무조건 움직임을 더 줘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중간 어딘가 쯤에 해당하는 어정쩡한 형태가 된다. 그리고 이 어정쩡한 사례들이 인터넷 시대의 개막 당시부터 끊임없이 실험되어 온 바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클럽와우다. 2000년 등장한 ‘동영상 만화 사이트’ 클럽와우는 매크로미디어(훗날 어도비에 인수되었다 현재 기술적 한계에 봉착해 폐기됨) 사의 플래쉬(FLASH)를 이용해 만화를 컬러 동영상으로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플래쉬는 웹브라우저와 자바스크립트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멀티미디어와 벡터 기반 애니메이팅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서 각광을 받으며 한 때 기술자들 사이에서 “플래쉬를 쓰지 않는 웹사이트는 웹사이트가 아니다”라는 소리까지 나온 바 있다.

플래쉬는 2000년대 초반 <마시마로> <뿌까>를 비롯한 웹 애니메이션은 물론 TV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 <우비소년>의 제작 도구로도 쓰인 바 있는데, 클럽와우에서는 이 도구로 만화를 움직였다. 당시 클럽와우는 임재원 작가의 <짱>, 원수연 작가의 <풀하우스>, 박희정 작가의 <호텔 아프리카> 등 기성 인기 작가들의 ‘명작’ 레벨 작품들을 색깔과 음향을 덧입혀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클럽와우의 전략이 만화를 영상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에 천착해 ‘색을 입혀 소리 내며 움직이게 한다’까지만 보여주었다는 데에 있다. 플래쉬가 기본이 벡터 기반인 데 비해 만화는 비트맵인지라 화상이 조화롭지 않았고, 출판만화에 색을 입혀 움직이게 만든 결과물이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형태였기에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갔고, 그에 비해 들어가는 품은 컸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 실험은 그 후 15년 후인 2015년에도 비슷하게 이어졌는데, 나인픽셀즈의 곰툰이 선보인 ‘모션코믹스’가 웹툰을 바탕으로 한 움직이는 만화를 꾀한 것이다. 출판만화에 색을 칠해 영상으로 만들고자 했던 클럽와우와는 달리 곰툰은 웹툰을 소스로 삼았으며, 결과물은 이미 사장세였던 플래쉬가 아닌 영상파일을 브라우저에 실어 재생하는 형태로 상영되었다. 웹툰은 원래 총천연색이 중심이고 스크롤바를 내리는 가운데 비교적 균일한 이동을 통해 출판만화보다는 영상적인 감각으로 읽게 되는 경향이 있어 조금은 더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실제로 곰툰에서 결과물로 내보인 영상의 질은 클럽와우 때보다는 한결 더 나은 수준이었지만, 포털과는 다른 독립된 공간에서 대중의 반응과 수익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포털에서라고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2014년 발표된 장작 작가의 2012년작 공포 웹툰 <0.0MHz>는 이후 움직임과 효과음을 덧붙여 ‘방영’되었다. 연재처인 다음 웹툰은 이를 일컬어 무빙툰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벤트를 여는 등 비교적 홍보에 힘을 실어준 바 있지만, 원작과 달리 무빙툰 자체가 반응을 크게 얻지는 못하였다. 애니메이션이라 하기엔 어정쩡한 움직임이어서 클럽와우 당시를 연상케 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만화’의 선행 사례들 ②

한편 만화를 움직인다는 개념으로 대중적으로 화제를 모은 사례로는 역시 호랑 작가의 2011년 작품인 <옥수역 귀신> <봉천동 귀신>을 꼽을 수 있다. 네이버에 실렸던 공포 단편선 중 하나였던 <옥수역 귀신>은 작가가 직접 프로그래밍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웹툰 연재란을 미디어 아트의 장으로 만든 최초의 사례라 할 법하다.

첫 작품이라 할 <옥수역 귀신>은 플래쉬를 이용하였으되 이를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자바스크립트와 더불어 브라우저를 제어하는 창구로 활용했다. 이 작품은 특정 위치에 독자의 시선이 닿았을 때 브라우저의 스크롤바를 균일한 너비만큼 강제로 올리고, 그만큼씩에 균일한 프레임을 삽입함으로써 애니메이션 효과를 냈다. 전체를 움직이지 않고 특정 위치에 가장 독자의 시선이 집중되는 공간에 예상지 못한 효과를 부어 넣음으로써 만화로서의 특징과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모두 끌어안은 미디어 아트를 창조해낸 셈이다. 이는 공포라는 장르에 필수 요소인 긴장 고조를 잘 활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해 공포 장르이기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다. 다른 장르에서 이와 같은 장면을 연출할 때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는 미지수로, 실제로 비슷한 효과를 마케팅 차원에서 채용했던 타 사례들이 등장한 시점에서 대중의 흥미가 식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플래시를 활용해 튀어나오는 효과를 넣었던 <옥수역 귀신>

<옥수역 귀신>류 작품을 본 글에서 미디어 아트라고 규정하는 까닭은 ‘영상’과는 다른 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옥수역 귀신>은 프로그래밍을 접목할 수 있는 틀 – 이 경우는 인터프리터(해석기)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웹브라우저 – 없이는 작동되지 않으며, 만약 웹툰이 아닌 실제 공간의 어트랙션이나 최근 조류에 따라 VR로 구성된 가상 공간에 구현되었다면 웹브라우저가 아니라 독립된 실행 파일로 컴파일(자연어에 가깝게 작성된 고급 언어 소스를 기계어로 변환하는 과정)해 구현할 수도 있는 개념들이다. 그래서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 류의 작품은, 물론 결과적으로는 ‘움직였다’라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웹브라우저가 재생기(플레이어)로서 쓰이는 영상과는 다소 다르게 봐야 한다.

이외에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 THE ANIMATION>은 웹툰 연재란에서 ‘상영 연재’한 사례로, 이쪽은 만화가 아니라 완전한 애니메이션이어서 다소 차이가 있다. 2015년에는 네이버가 ‘웹툰 효과 에디터’를, 다음이 ‘공뷰’를 내어놓으며 멀티미디어 효과를 담은 스낵컬쳐형 웹툰을 내보였는데, 이 즈음부터는 애니메이션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 효과를 흉내내기보다는 스마트폰의 모바일 메신저에서 볼 수 있는 이모티콘 수준의 간단한 동작과 음악, 효과음을 추가하는 수준으로 정착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완전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를 만화로서 움직여 보려는 미디어 실험은 <옥수역 귀신> 정도의 미디어 아트를 제외하면 오히려 정지 화상을 움직이겠다는 과도한 의지를 다소 줄이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이제 관건은 ‘움직여 보겠다’라는 차별화가 아니라 ‘움직여서라도 수익을’이라는 화제 전환에 가깝다. 과하게 움직여 보려 해도 어정쩡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살기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에 가까운 시도들이 보인다. 대원씨아이의 <튜브툰>도 그러한 고민이 엿보이는 시도지만, 비슷한 시기에 한일 양국에서 등장한 사례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이 보이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만화, 유튜브를 노출 매체로 선택하다

왜 지금 이 시점 유튜브인가? 새삼스럽지만 ‘영상이 대세인 시대’라서다. 이용자가 문자 그대로 각자 TV 채널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는 세상이 되다 보니, 자기 콘텐트를 내보이고 싶다면 노출 채널로서 유튜브 같은 영상 채널을 우선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창작자를 뜻하는 ‘크리에이터’란 표현이 어느 사이엔가 곧 유튜버와 같은 영상 제작자를 뜻하게 된 상황에서, 문자나 도화와 같은 평면 정지형 콘텐트를 만들어야 하는 이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책을 왜 봐야 하나? 시대가 바뀌었으니 유튜브만 봐도 충분해”나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 같은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대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눈치만 보고 있기에는 별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하다. 이야기를 풀어놓을 지면은 갈수록 줄어가고 있고 남아 있는 레거시 미디어의 간택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많은 대중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대중의 선택이 곧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를 현 시점에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수준으로 현실로 구현해주는 현 시점의 유일한 선택지가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사이트들이기 때문이다. 각종 대중문화 매체의 리뷰어나 평론가를 비롯해 이야기할 거리를 많이 지닌 이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속속 지면이 아닌 인터넷 영상 사이트에 노출 창구를 만들고 있는 것도 결국 같은 이유다.

그리고 매우 분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이러한 장점을 악용해 유튜브에 만화를 잘라다 적당히 영상화해 올리고 수익을 내는 해적들이 판치고 있었다. 만화로 해적질하는 사례야 마루마루나 밤토끼와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지만, 유튜브에 올리는 사례들도 빈번해지고 있었던 셈이다. 만화를 잘라다 붙여 영상으로 만든다고 그걸 누가 보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은 만화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던 진행 및 전개의 주도권을 반납하고 ‘만화를 읽는다’라는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작가들 상당수가 이러한 해적판 영상 만화를 단속하다가 어이가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단속을 위해 쫓아다니다가 한 번 보니 재밌더라, 잘 만들었더라-라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만화를 영상으로 편집할 때, 애니메이션을 가미하거나 억지로 움직이려 든다거나 채색을 하기보다 만화의 칸 단위 연출을 유지한 채로 시간 배분과 음향 효과 정도로 시선 이동을 흉내 내는 방식을 쓴다.

즉 ‘영상의 형식을 빌린 만화’, 즉 만화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지키는 것이다. 게다가 영상 시대에 익숙한 독자들은 이와 같이 만들어진 영상으로 만화를 읽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억지로 움직이기보다 칸과 칸새를 유지하는 ‘만화’면서 또 한 편으로는 영상 포맷이기도 한 이들 해적판 영상 만화에 익숙해진 셈이다.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이라 했던가? 웹툰이 아닌 장 단위의 만화인데도 뜯어다 게시판에다 늘어놓고 알아서 뇌 내 보정을 해 읽는 이들에게 페이지의 정체성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고, 영상 만화도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대원씨이아의 <튜브툰>은 그 형식을 아예 출판사 차원에서 채용함으로써 공식 단위에서 양으로 밀어붙이는 한편 단속을 용이하게 한다는 전략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튜브툰이라는 이름부터 기획을 처음 떠올린 것도 <열혈강호>의 양재현 작가인데, 2020년 12월 6일 페이스북에 고함치듯 내뱉은 글이 시발점이다. 당시 양재현 작가는 “유튜브 오리지널 만화 연재도 좀 기획합시다. 영상처럼 구성해서 불법으로 올리는 콘텐츠들 적발하다 오히려 빠져들어서 보게 됐네요. '튜브툰' 가자!!!”라 외쳤다.

튜브툰보다 앞서서 유튜브에 주목한 사례는 <대털>의 김성모 작가, 그리고 일본에서 <러브히나> <UQ홀더>를 그린 일본 만화가 아카마츠 켄이 있다. 김성모 작가는 일찌감치 유툰(Youtoon)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최초의 극화체 영상만화’를 표방했다. 반면 아마마츠 켄은 불법복제에 대응하기 위해 유튜브를 선택했다. 그 점에서는 튜브툰과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만화 저작과 노출을 위한 기술 이슈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편인 아카마츠 켄은 본인이 직접 만화도서관Z라는 사이트를 열어 완결된 작품을 광고를 탑재해 PDF로 내어놓는 사업을 전개 중이다.



△ 일본 만화가 아카마츠 켄이 시도했던 유튜브 만화 서비스

그런 그가 이번 유튜브 연재 당시에는 OCR 기술을 통해 망가도서관Z 게재작들의 대사를 자동 추출해 유튜브에 심음으로써 유튜브의 자막 번역 기능으로 타국 이용자들에게도 노출하면서 수익을 내 보겠다는 구상을 내보였다. 일본에서도 불법복제가 유난히 기승이기 때문에, 아예 유튜브에 내어놓고 수익을 직접 내 보겠다는 심산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유튠도 만화도서관Z도 결국은 작가가 나서서 꾀하지 않으면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결국 이 시도는 양쪽 모두 시도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 이외의 사례로는 2020년 시사만화 <장도리>의 박순찬 작가가 직접 4컷 연재분을 간단하게 영상으로 실어 올린다거나, 시공사가 역시 2020년 9월 이토 준지 만화 걸작집 11권 세트를 SNS에 광고하며 잘라 붙여 움직인 정도로 본격적인 만화의 영상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튜브툰에 거는 기대

그런 점에서 튜브툰은 일말의 기대를 할 만하다. 작가의 제안에서 시작되었으되 굵직한 타이틀을 몇 상정해 하루 한 건씩 꼬박꼬박 ‘연재’를 하고 있다는 점이고, 업체가 나섬으로써 작가가 영상을 만들기 위해 직접 도구를 배운다거나 비용을 들여야 하는 어려움을 전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들이 직접 나설 때 가장 큰 문제가 여기에 있다. 비용과 시간 등의 동력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작가 모두가 컴퓨터를 잘 하지도 못할뿐더러 영상화는 생각보다 시간과 돈이라는 ‘비용’ 일체를 많이 잡아먹는다. 이를 출판사가 부담함으로써 창작자에게 다른 작품을 만들어낼 여유를 주는 한편, 과거의 작품들로 수익을 만들어내고 현재의 해적들을 단속하면서 해적들에게 눈을 빼앗긴 독자들에게 차라리 이렇게 보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현재 튜브툰의 영상들은 꾸준함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과거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 생각되기 쉬웠던 ‘출판 만화’라는 포맷을 어떻게 하면 지금의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관해 나름대로 세련된 형태로 소화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억지로 전체를 마구 움직이려 들거나 색칠을 하기보다 “마 이게 한국 출판만화의 정수다”라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이고, 2010년 이래 수 년간 이어졌던 각종 뉴미디어적 시도들에 비해 오히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결과물을 내고 있어 보인다.

그 틀거리를 해적들에게서 힌트를 얻게 되었단 사실은 적잖게 아이러니지만, 어쨌든 이 결과물들이 정말로 상업적인 성과를 냈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 브론즈 실버 골드버튼 받았다는 소식이 좀 들려오길 바라고, 그러기 위한 수를 출판사 쪽에서도 마구마구 써 주길 바란다. 그러면 써먹을 만화들이 적지 않다. 다 유튜브를 비롯해 영상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확실하게 써 먹어주면 좋겠다. 

필진이미지

서찬휘

* 만화 칼럼니스트. 
* 《키워드 오덕학》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덕립선언서》 등 저술.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백석문화대학교 출강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