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방지법 이후 k-웹툰 플랫폼 수수료 정책은...
“작가들은 지금 ‘못 살겠다’, ‘죽겠다’고 난리인데 대기업 플랫폼사 대표가 국회 와서 고작 하는 말이…”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와 카카오엔터 이진수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가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10월 열린 국감은 웹툰 플랫폼 ‘성토장’이 됐다.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플랫폼과 작가 간 불공정 계약 및 수익 배분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특히 수익을 지나치게 떼가는 상위 플랫폼들에 비판이 집중됐다.
이중 수수료·MG계약 등이 비판 대상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는 카카오엔터는 콘텐츠제작사(CP)를 통해 작가와 계약을 맺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상위 플랫폼(구글, 애플 등)에서 평균 45%의 수수료를 떼면 CP사와 작가가 남은 55%를 나눠야 한다. 여기에 카카오페이지의 자회사 CP가 포함되어 있어 결국에는 카카오가 수익을 이중으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3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경우 작가의 약 90%가 이렇게 플랫폼-CP사, 그리고 CP사와 작가로 이어지는 이중 계약을 맺고 있다.
작가가 작품으로 벌어들일 수익 일부를 미리 분배한다는 개념의 MG(미니멈 개런티) 계약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플랫폼사는 ‘작가에게 투자금을 미리 주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매출이 아니라 실제로는 작가의 입장에선 플랫폼이 지급한 금액보다 많은 수익실적이 필요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CP사에서는 이를 빌미로 차기작 계약까지 강요해 노예 계약이라는 말도 나온다.
네이버웹툰은 대부분 작가와 직접 계약하며, MG가 아닌 후분배 방식을 택해 이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네이버 역시 평균 30%의 수수료를 받아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사의 ‘갑질’ 문제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도 연이어 도마에 올랐다.
웹툰계 구조적인 갑질 비판이 이어진 문체위 국감
가장 많은 질타가 쏟아진 건 문체위 국감이었다. 플랫폼이나 CP가 2차 저작권을 가져가는 행태를 비롯해 구조적인 갑질 문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포화는 먼저 문체부 황희 장관에게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웹툰·웹소설 작가가 플랫폼 회사, 즉 카카오·네이버와 7대3, 6대4 이렇게 계약을 한다”며 “그러면 (수익이) 1억 몇천만원이면 (작가가) 6000, 7000만원 가져가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3000만원도 못 가져간다”고 입을 열었다. 정 의원은 이어 선금을 지급하는 MG 계약 방식을 언급하며 “결국은 6대4, 7대3 계약이 55대45 계약이 된다. 여기서 수수료를 떼고 나면 결국 작가에게 남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와 네이버 자회사(CP사)들이 독점 계약을 또 한다. 그래서 작가와 출판사 에이전시가 또다시 을 관계가 된다. 이중으로 떼임을 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유정주 의원도 불공정 계약 문제를 파고들었다. 유 의원은 “2018년 공정위에서 26개 웹툰 서비스 사업자가 사용하는 웹툰 연재 계약서를 심사해 작가에게 불리한 10개 유형에 대한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한 시정 요구를 한 바 있다”며 “현재 공정위 시정 요구 이후에 3년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변화가 없다. 너무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실제 작가들과 인터뷰를 했다며 직접 전달받은 계약서를 국감장 화면에 띄우기도 했다. 이들 계약서에는 ‘회사는 필요에 따라 작업물을 복제, 배포, 대여, 공중송신, 변형, 저작권 등록, 기타 여하한 방법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작가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등 작가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 의원은 또 ‘계약 해지 시 그 사유를 막론하고 작가는 지금까지 제작된 작업물과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산출물을 즉시 회사에게 제출 및 양도하기로 하며, 양도된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등의 일체의 권리는 회사에게 귀속된다’는 계약서 조항을 읽은 뒤 “회사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회사가 작가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된다는 조항은 전무하다. 이런 계약서 본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황희 장관은 “저는 (본 적이) 없는데…제가 봐도 이게 좀”이라며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유 의원은 “계약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창작자는 한둘이 아니다. 신예작가에겐 더욱 가혹하거나 강제적인 분위기일 것”이라며 “작가가 자신 있게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과연 현장에 존재하는지 전수 조사를 해봐야 할 것이다. 이런 조항들 때문에 원작자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다른 행위를 일체 못하게 된다. 이 부분,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노예 계약”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현재 웹툰 표준 계약서에 따르면 2차 저작물에 대해선 별건 계약을 맺도록 하고 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작가의 웹툰, 저작물, 작업 외에도 사업자가 홍보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이벤트용 굿즈 상품을 제작해서 배포할 경우 필요한 웹툰 저작물과 일러스트 이미지를 작가는 무료로 제공한다는 조항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2003년에 다음웹툰, 2004년에 네이버웹툰이 시작된 후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이런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산업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창작자가 아닌 거대 유통회사에게 유리한 구조로 시장을 독식하는 이 습관은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문체부의 관심과 감독을 당부했다.
(출처 : 국회 이미지자료실)
네이버 ˙카카오에 쏟아진 성토 …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
본격적인 성토는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에게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성수 의원은 “웹툰 산업은 2010년 약 529억원이던 매출이 2020년 1조 2000억원까지 올라가는 등 10년 만에 22배나 급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웹툰 작가의 창작 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권익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작년 웹툰작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작가의 85%가 과도한 작업으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악화되어서 창작 활동에 장애를 겪었다는 증언이 있었다”면서 “국내 웹툰 작가 중에 1년 내에 연재를 하는 작가는 12% 정도밖에 안 되고, 연재를 하고 있는 작가도 연평균 수익이 5000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차 저작권 같은 경우 플랫폼 기업이나 CP라 불리는 제작사에서 작가도 모르게 (수익을) 가져가는 부분도 많다”면서 “웹툰 플랫폼 기업과 CP 대 작가의 계약이 거의 노예계약 수준이다. 수수료가 웹툰 업계 초기에는 10% 정도였는데 지금은 35~40%까지 올랐다는 얘기가 있고, 향후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준구·이준수 대표는 각종 불공정한 관행에 대해 CP사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개선하겠다” 등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먼저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은 88%의 작가들이 직접 플랫폼과 계약하고 있다. 실제로 (수익) 비율도 전 세계 어떤 업체와 비교해도 작가에게 가장 유리한 수익 구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불리하고 미처 파악하지 못한 애로사항이나 고충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계속 연구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작가와 CP의 수가 늘었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문제의식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애플 iOS의 인앱 결제와 구글 안드로이드 측이 가져가는 결제 수수료 등을 언급하면서 실제 카카오오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10~2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원들은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개선을 약속받으려 했으나, 플랫폼 대표들은 “노력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늘어놓고 확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엔터가 소유하고 있는 에이전시들이 작가들과 부당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절대적으로 표준 계약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느냐”는 유정주 의원의 질의에 “공정거래법 취지를 살려서 선도적인 모델로 모든 것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유 의원이 재차 CP 문제를 언급하자 이 대표는 “저희는 국내와 글로벌 시장 크기를 키우는 것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었고, CP사들이 각각 작가와 맺고 있는 계약에 대해선 너무나 케이스가 많아서 간섭을 최소화 해왔었다”면서 “이번 국감을 계기로 최악의 케이스가 있는지 저희도 한번 제대로 살펴볼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CP사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거듭 언급하며 플랫폼사가 이들을 모두 관리·감독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유 의원이 “작가가 플랫폼사에 정산 내용을 알려 달라고 요청해도 플랫폼사는 에이전시와 맺은 계약서의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알려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대답한다. 플랫폼사가 에이전시와 계약할 때 작가가 요청할 경우 정산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넣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당부하자 이 대표는 “굉장히 많은 CP가 있는데, 저희가 관계사까지는 몰라도 자회사들에 대해서 만큼이라도 우선 변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책임 회피하는 대표들에 "불쾌하다" 일갈한 여야 의원들
책임을 회피하려는 대표들의 태도에 여야 의원들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인앱 결제와 안드로이드 수수료를 언급했던 이 대표에게 “수수료 뗄 거 다 떼면 마진이 별로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잘못 들은 거 아니죠?”라고 황당해하며 “지금 카카오 수수료는 45%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합리적이라고 보시느냐”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수수료 정책에 대해선 “업계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45%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72%, 74%까지도 정산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정산 비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는 수수료가 30%로 카카오보다는 낮은데 합리적이라고 보는가”라는 전 의원의 물음에 “작품을 위한 원고료 등의 제작 투자와 함께 프로듀싱, 마케팅, 앱 구축, 고객관리까지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부 의원들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승수 의원은 “저희가 증인들을 불러 질문한 것은 현장의 여러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책임감 있는 답변을 듣기 위한 것인데, 오늘 카카오와 네이버 대표들의 이야기는 현장의 실질적인 이야기와 동떨어진 책임 회피성, 책임을 CP 등에 돌리는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불쾌하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도 “목소리를 얌전하게 한다고 해서 증인의 발언이 예의 바른 것은 아니다. 발언 내용이 더 중요하다”며 “그런데 작가들은 지금 못 살겠다, 죽겠다고 난리인데, 대기업 플랫폼사 대표가 국회 와서 고작 하는 말이 ‘그 정도 떼가는 것 우리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수준이다)”라고 일갈했다. 정 의원은 “작가들은 이리 떼이고 저리 떼이고 슈퍼 ‘을’로서 다수가 그렇게 고통을 받고 있다는데, 대기업 플랫폼 회사가 국회 나왔을 때 어떻게 답변해야 되겠다 준비를 하고 나왔을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김승수 의원님처럼 듣자 듣자 하니 진짜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진수 대표를 향해 “‘아, 이런 점은 저희가 미처 생각 못 했는데 개선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할 줄 알았더니 ‘우리는 잘못한 것 없습니다’ 한마디로 그거 아닙니까? ‘작가들은 고생하든 말든, 우리는 계속 떼먹겠다’ 이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면서 “지금 발언한 것에서 허위가 있으면 여야 합의로 고발하자”라고 하기도 했다.
결국 이진수 대표는 다음 날인 10월 2일 페이스북에 “각 팀 리더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늦게까지 토론을 했다”며 “그동안 성장에 집중하느라 놓친 부분이 있다. 앞으로는 성장이 아닌 성숙을 향해 갈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이후 10월 중순에는 ‘1차 개선안’을 내놓고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의 매출과 정산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중계약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자회사 CP와 그렇지 않은 CP의 격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향후 내놓을 추가 개선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문체부가 11월 초 간담회를 열기도 했으나, 현황 파악 수준에 그치면서 작가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단기적인 해결이 어려운 문제인 만큼, 이번 사안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