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유통 영상 ‘링크’의 공유가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에 해당할까?
지난 2021년 9월 9일, 저작권법 관련하여 상당히 유의미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저작권을 침해하여 불법으로 유통된 영화 등을 시청할 수 있는 인터넷 링크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공유한 행위에 대하여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불법 사이트 링크’ 공유는 불법이 아니었다
재판에 회부되었던 피고인은 각종 영화⋅드라마⋅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불법 저작물 감상 사이트를 개설하고, 접속자 트래픽 수를 늘려서 불법 광고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였다. 특히 위 피고인은 각종 영상 콘텐츠들을 유형별로 구분하고, 구분된 각 영상의 링크를 사이트에 게시함으로써 사이트의 이용자들이 피고인이 게시한 링크를 통해 각종 불법 유통 영상저작물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피고인이 콘텐츠 링크를 게시한 행위는,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죄를 물을 수 없는 행위였다. 즉 종래 대법원은 불법 유통 사이트 또는 해당 사이트와 연결되어 불법으로 유통되는 콘텐츠의 ‘링크’를 게재하여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저작권법 위반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인터넷 링크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 페이지나, 웹 사이트 등을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링크 게재자가 저작권법 위반의 ‘방조범’인지 여부에 있어서도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링크 행위만으로는 저작권법 상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전개하고 있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링크’의 사회적 기능을 바꾼 판례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심리를 통해 링크 행위도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살펴보자. 우선 대법원은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링크’의 의미와 사회적 기능을 설명하였다. 즉 “링크는 인터넷 공간을 통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활성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등의 고유한 의미와 사회적 기능을 가진다”면서, “인터넷 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링크 행위에 대해서까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를 쉽게 인정하는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전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링크 행위가 어떠한 경우에도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방조범의 성립에 관한 일반 법리 등에 비추어 볼 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링크 행위를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링크 행위자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해외에서 버젓이 범죄행위 일삼는 불법 사이트들
최근 들어 만화·웹툰, 방송프로그램,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게시물로 연결되는 링크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고, 이들을 미끼로 배너 광고를 유치하여 광고 수익을 얻는 불법 침해 사이트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만화·웹툰 분야의 경우 ‘밤토끼’, ‘어른아이’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물론 위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검거되었지만, 제2의 ‘밤토끼’와 ‘어른아이’가 여전히 성행하고,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조직적인 불법 침해 사이트의 경우, 주로 해외에 조직적 기반과 서버를 두고 침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발과 책임 추궁이 쉽지 않다. 침해 사이트들 상당수가 이른바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이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본래 인터넷에서 동영상이나 음악 스트리밍, 파일 다운로드 등 대용량 파일로 인한 트래픽 증가로 전송속도가 떨어질 때, 네트워크 주요 지점에 설치한 전용 서버에 해당 콘텐츠를 미리 저장하여 이용자 가까운 곳의 서버가 이를 내보내 인터넷QoS(Quality of Service)를 유지시켜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1)
CDN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들이 직접 구축한 서버 대신 CDN 서비스업체가 제공하는 서버를 이용하는 대가로, 고객들에 대한 디도스 등 사이버 공격을 대신 방어해주고 공격자들의 접근을 차단한다. 그리고 이에 보안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은 위 CDN 서비스업체들을 이용한다. 즉 침해자들은 CDN 서비스의 원서버 보호기능을 악용하기 위해 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불법 침해자 자신의 실제IP를 감추고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해왔다. 때문에 해당 서버 제공업체들에 대한 소재 국가와의 사법공조 절차가 없이는 검거 자체도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링크 공유는 범죄 조력”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러한 상황에서 저작권 침해 물 링크 사이트를 통해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하는 등으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조력하는 행위자마저도 방조범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저작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가 되고, 이는 권리자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링크로 말미암아 침해 게시물에 대한 공중의 접근이 용이해지는 반면 피해자인 저작재산권자로서는 적법한 저작물 제공을 통한 수익이나 향후 수익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저작재산권 침해의 피해자들에 대한 권리 구제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법 해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불법 침해자들이 활용하는 게시물 ‘링크’ 그 자체는 인터넷 상에서 연결 통로의 역할만 한다는 의미에서는 중립적 기술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링크가 제공되는 환경, 링크의 게시 목적과 방법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한다면, ‘전송’의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판례변경의 핵심 취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판례 변경이 있었다고 하여 모든 ‘링크’ 행위에 대하여 저작권법 위반의 방조가 인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링크 게재자가 링크 대상 게시물에 대한 불법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공중에게 송신할 목적으로 게시했다는 점이 엄격하게 증명될 경우에만 저작권법 위반의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저작권법 침해의 방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소수(반대)의견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현재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 등에 대한 처벌 근거조항 마련을 위한 입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종전 견해를 바꿔 방조 개념의 확장 등을 통해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형벌불소급의 원칙 등과 조화되지 않는다"면서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의 영리적·계속적 링크의 폐해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수의견이 언급하고 있는 ‘입법’은,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링크’행위를 별도의 저작재산권 침해행위로 간주하고 처벌하자는 논의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저작권법 개정 논의는 ‘링크’ 행위의 공중송신권 침해에 대한 방조범 성립 가능성을 부정한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비롯되었다. 즉 종전 판례가 선고된 이후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을 입법적으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링크’행위 자체를 법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보다 확실하고 명료한 해결책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요원한 상황이라는 점, 그리고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링크’ 행위를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충분히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선언하였다는 점에 있어서, 이번 판례 변경은 저작재산권자의 보호 및 권리구제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계기로 작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 홍범석 외, “CDN 서비스의 현황 및 이슈(2008)”, 정보통신정책 제20권 1호, 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