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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포트] 2021년 일본 만화업계, 키워드는 “웹툰”

2021년을 돌아보며 2021년 일본 내 히트작과 일본 만화계의 핫 키워드를 알아본다.

2021-12-15 이현석


2021년 일본 만화업계, 키워드는 “웹툰”


들어가며

2021년 일본 국내 최대의 화두는 역시 코로나 19였다. 코로나 19의 세계적인 유행 속에서 일본도 여러차례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지고 많은 환자가 나오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그 와중에서 도쿄 올림픽이 열렸으며 이후에 스가 정권이 키시다 정권으로 교체되는 등의 큰 격변을 겪었다. 이런 코로나 상황 중에 일본 만화업계는 성장세를 계속 이어갔다. 다만, 이제 외국에서 들이닥친 큰 변화, 웹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큰 주의 환기가 일어난 한해였다. 


계속되는 디지털화의 물결 

2021년 상반기, 일본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가 밝힌 바로는 일본 국내의 출판 전체는 확대되어 가는 중이다.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출판과 전자출판의 누계 판매금액은 8632억엔으로 전년 대비 8.6%가 늘어났다. 이중 전자부문이 24.1%로 크게 늘고(코로나의 영향으로 보인다) 전체에서 보이는 점유율은 25.3%로 1/4를 넘어섰다. 다만, 종이출판도 4.2% 늘어난 건실한 수치를 보였다. 

 이중 상당 부분을 만화가 견인하고 있다. 만화 단행본 판매는 만화잡지 인쇄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크게 늘어났다. 전자출판은 전체 2187억엔으로 24.1% 증가하면서 그 증가폭이 컸는데, 이 중 전자만화가 25.9% 증가하면서 큰 신장률을 보였다. 금액은 1903억엔, 무려 87%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에는 <귀멸의 칼날>이 극장판 <무한열차> 편의 대히트와 완결에 힘입어 일본 만화업계 전체를 크게 견인하였다. 2021년에는 이 기조를 <주술회전>과 <도쿄 리벤저스>가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며 판매세를 이어간 와쿠이 켄의 <도쿄 리벤저스>

2021년 일본 국내 최대의 히트작은 고단샤가 발행한 만화 <도쿄 리벤저스>

2021년 일본에서 가장 큰 흥행을 하고 있는 만화는 <신주쿠 스완>으로 유명작가가 된 와쿠이 켄이 그리고 고단샤에서 발행한 <도쿄 리벤져스>다. 2017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이 만화는 꾸준한 인기를 누리다가 2021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2021년 9월 단행본 제24권 째에서 누계 4000만 부 인쇄에 도달했다. 원래 인기작품이기는 했지만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10대와 20대의 젊은 여성층까지 끌어들여 2021년 5월 기점에서 1670만 부였던 부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단 1년 사이에 누계 8배에 달하는 증쇄효과를 가져왔다. 

<도쿄 리벤져스>는 소년만화 잡지에 연재 중인 인기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만드는 일본 시장 고유의 전략이 제대로 적중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다. 진격의 거인이 긴 연재 끝에 완결된 이후, 슈에이샤의 라이벌인 고단샤의 대체작 고민이 이로 인해 크게 해소된 느낌마저 들고 있다. 

업계 전체의 분위기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만화시장이 3년 동안 계속 성장해오다가 최대의 이익을 거둔 작년에는 시장이 6조2천억원 규모에 도달하기도 하였고, 올해도 이 기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적인 일본 만화업계에서는 《소년 점프》와 《소년 점프 플러스》를 거느린 슈에이샤의 독주가 여전히 계속되는 느낌의 한해였다고 볼 수도 있다. 



△ 인쇄증명으로 본 소년향 만화잡지 추세 , 2021년 4~6월기와 2021년 7~9월기. 최하단이 주간 소년 점프이고, 그 위가 2위 잡지인 소년 매거진. 차이가 극명하다.

지금 일본 만화의 가장 첨단, 최신을 보고 싶다면 이 매체를 주목하라

슈에이샤는 <귀멸의 칼날>과 <주술회전>의 강대하고 거대한 히트로 업계 전체를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이 출판사의 메인 잡지인 《주간 소년점프》가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슈에이샤의 전자 매체인 《소년 점프 플러스》다.

《소년 점프 플러스》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주요한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 <괴수8호> : 단행본 5권 시점에서 550만부 돌파 다음에 인기를 끌 만화대상 2021년도 웹 만화 부문 대상 수상

- <단다단> : 단행본 2권에서 누계 70만부 돌파

- <스파이 패밀리> : 시리즈 누계 1250만부 돌파


하지만 2021년 《소년 점프 플러스》에서 연재되었던 만화 중 가장 손꼽힌 작품은 다름 아닌 후지모토 타츠키의 중편 <룩백>이었다. <룩백>은 올해 일본 상업지 지면에서 발표된 작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문학성과 만화적 표현의 완성도를 보유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2022년에는 후지모토 타츠키가 이 《소년 점프 플러스》에서 2020년 최대화제작 중 하나였던 <체인소맨>의 속편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기도 하다. <체인소맨>은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MAPPA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및 방영 예정도 되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 안에서도 올해 일본만화 업계 안에서 가장 많은 화두가 된 것은 한국에서 도입된 전자 만화 양식, 즉 웹툰이다. 


속속 발표되는 웹툰 업계 진출 선언 



△ 일본의 대형 서점 카도카와가 대규모로 실시한 웹툰 공모전. 거의 사내 전 부서가 참가하는 대규모 공모전으로 실시되었다.


△ 일본 미디어에서 경쟁적으로 보도되는 웹툰 관련 기사

2021년에는 일본의 거대 미디어 그룹인 카도카와 그룹이 웹툰 분야에서 대규모 공모전을 실시하여 화제를 모은 바가 있다. 이는 카도카와 그룹이 한국 웹툰의 단행본화로 크게 성적을 올린 뒤, 이 분야가 가진 잠재성에 눈 뜬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그런데 2021년 12월 현재, 거의 매주 일본의 유력회사들이 속속 웹툰 분야에 참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아키츠키 그룹, 그리, DMM그룹, 드리컴, 미디어 두 등등 일본 내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IT관련 회사들이 속속 웹툰분야 참가를 선언하고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웹툰 사업을 준비 중이다. 매우 보수적이라고 불리는 일본 업계들이 속속 시장 참가를 선언하고 있는 현실은 굉장히 이례적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을 이들 회사들이 스마트 폰 게임 유통 등으로 알려진 IT 그룹이라는 이유로 단순히 IT분야 회사 내부의 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어렵다. 슈에이샤와 같이 기존 출판 만화에서 아성을 구축한 회사들도 전문 웹툰 부서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웹툰 제작과 유통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관련 회사들 전체가 한국식의 세로 스크롤 웹툰에 발 벗고 나서는 분위기이다. 이런 거대한 움직임에는 뭐니 뭐니 해도 한국발 웹툰들이 일본에서 보이고 있는 지극히 높은 수준의 활약상에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픽코마와 라인망가가 존재한다.  

 


△ 닛케이 선정 올해의 히트상품 BEST30 중 9위에 선정된 픽코마

사명을 변경하여 ‘카카오 픽코마’로 이름을 바꿔 운영 중인 서비스 ‘픽코마’는 일본의 저명한 닛케이 신문에서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히트상품 베스트 30 안에서도 9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픽코마는 2021년 10월에 3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해 2021년 1~7월의 실적만으로 315억 엔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한 2021년 2분기에 게임을 제외한 앱 소비지출 랭킹에서 전 세계 7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특정 작품의 경우, 한국보다 일본시장에서 더 큰 매출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 라인망가 종합 랭킹 순위

라인망가도 <싸움독학>, <입학용병>, <재혼황후> 등 한국발 웹툰의 히트와 더불어 픽코마와 함께 2021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일본에서 웹툰 전쟁이 가시화되는 2022년 

상기한 대로 일본에서 2022년을 돌아보는 기사를 쓰게 된다면 이제 웹툰을 가장 첫 화두로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 웹툰이 향후 먹거리를 좌지우지하는 파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분야라는 것에 업계 전체가 눈을 뜨고 힘을 쏟을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콘텐츠 산업 전반에 웹툰이 완전히 정착하려면 몇 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일본의 유력 스튜디오에서 유력 한국산 웹툰이 애니화되어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일본에서 뚜렷한 실적을 올린 한국산 만화/웹툰 작품이 없다. <귀멸의 칼날>이나 <도쿄 리벤저스> 등을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이, 일본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거두려면 애니화를 통해 작품을 재발견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두번째로 일본에서 유력한 자국산 콘텐츠를 제작하고 알리는 편집부 또는 데스크가 등장해야 한다. 아직 일본에서 큰 히트를 거둔 웹툰 작품은 웹툰 초창기에 일본 코미코에 개제되어 돌풍을 일으킨 <리라이프>와 <모모쿠리> 정도밖에 없다. 이 작품들은 아직 유료화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극초기에 나온 작품들이라, 지금 거론하고 연구하기 어려운 작품군이다. 웹툰이 일본에서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큰 인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유력작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편집부와 기획자가 일본 내부에서 등장해야 한다. 웹툰으로 인해 어떤 새로운 판도가 펼쳐질지, 다가오는 새해가 기대된다.

필진이미지

이현석

레드세븐 대표
前 엘세븐 대표
前 스퀘어에닉스 만화 기획·편집자
만화스토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