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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글로벌화, 현재진행형

2014년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진출 원년’을 외친지 8년만에, 본격적인 웹툰의 글로벌 경쟁이 시작된다. 한 해 동안 있었던 웹툰 플랫폼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시도를 짚어본다.

2021-12-17 조경건


웹툰의 글로벌화, 현재진행형

 이른바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K-웹툰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웹툰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급증하는 수익이 증명한다. 지난해 웹툰을 포함한 만화 수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40% 이상 늘었다. 올해 10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아세안 웹툰 시장 동향 및 진출 전략 : 인도네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웹툰을 포함한 만화 수출액은 총 6482만 달러(한화 약 777억원)로, 전년 대비 40.9% 증가했다. 2018년부터 3년간 만화 수출액 연평균 증가율은 17%로, 음악(6.9%) 등 다른 문화콘텐츠를 크게 앞섰다.

 보고서는 특히 웹툰이 K콘텐츠 열풍을 이끌어갈 산업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최적화 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연재해 고정 팬을 모으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호흡이 비교적 짧아 감상이 부담스럽지 않고, 독자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 웹툰 관련 대형 플랫폼 업체들은 이미 해외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돋보인다.


왓패드·문피아 품은 네이버…글로벌 시장 정조준

 웹툰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의 글로벌시장 경쟁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화제작 ‘지옥’으로 입증됐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레진스튜디오가 제작한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 하루 만에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이처럼 세계가 주목할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IP 확보에 주력해왔다. 올해 1월에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약 6억 달러(한화 약 7100억원)에 인수하고 10억편에 달하는 막대한 콘텐츠를 웹툰 등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올해 6월 자사 웹툰 스튜디오와 왓패드 스튜디오를 통합한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약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이를 바탕으로 웹툰 등 콘텐츠를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영상화하는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다. 이미 지난해에 넷플릭스를 통해 웹툰 원작의 ‘스위트홈’을 9개 언어로 방영한 성공 사례가 있다. 네이버는 또 지난 9월에도 국내 1위 판타지 무협 전문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의 지분 36%를 인수하는 등 IP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아직 단행본 중심의 만화 서비스가 인기인 일본 시장에서의 웹툰 사업 성장도 꾀하는 중이다. 2013년 이미 일본에 진출했던 ‘라인망가’에 올해 8월부터 웹툰 기술과 인력을 투자, 기존 만화 서비스를 웹툰과 같은 연재형으로 개편하고 있다. 아울러 1700여억원을 투자해 일본 전자책 업체인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의 인수도 앞두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는 성공으로 돌아왔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거래액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10월 한성숙 당시 네이버 대표는 올 3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북미에서 네이버웹툰 월간 사용자 수가 1400만명을 돌파했고, 글로벌 월 거래액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자세한 현황으로는 “글로벌 IP를 보유한 파트너들과 협업을 본격화하며 2분기 마블의 ‘블랙위도우’를 웹툰으로 선보였고 3분기엔 ‘샹치’를 출시했다”면서 “북미에서도 DC코믹스의 배트맨을 활용한 오리지널 웹툰을 선보여 출시 1주일 만에 구독자 50만 명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에 대해선 “‘이북 재팬’ 인수가 완료되면 웹과 앱 기반을 모두 갖춘 일본 온라인 망가 1등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진 당시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웹툰 글로벌 사업이 올 한 해 50% 넘게 컸다”며 “아직까지는 국내 거래액이 더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 거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웹툰이 장기적으로 상장 검토 대상이라면서 “IP 확장 과정에서 영상 제작사, 스튜디오 등 인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정면승부…래디쉬·타파스에 ‘1.1조’

 카카오의 광폭적인 투자 행보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5월 미국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운영하는 래디쉬미디어를 4억 4000만 달러(한화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래디쉬는 회사가 IP를 100% 소유한 ‘래디쉬 오리지널’ 콘텐츠가 강점이다. 월간 순 이용자 수가 100만명에 달하고, 지난해 매출은 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카카오엔터는 같은 달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까지 5억 1000만 달러(한화 약 6000억원)에 인수해 네이버와 경쟁을 예고했다. 타파스 역시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성장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였다.

 두 기업을 인수하는데만 카카오가 쓴 돈이 1조 100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웹소설의 웹툰화, 웹툰의 영화화 등에 주력하고 있는 카카오로선 거액을 투자해서라도 IP 사업 경쟁력을 갖춰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승리호'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웹툰 제작을 결정했고, 넷플릭스로 공개된 영화와 다음웹툰(카카오웹툰 전신)으로 선보인 웹툰 모두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카카오는 올 8월에는 기존 다음웹툰을 카카오웹툰으로 확대 개편하고 ‘글로벌 스탠다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작진과 창작자들 역시 카카오웹툰 스튜디오로 재편하고 웹툰 IP를 발굴하거나 기획 및 제작하는 역할을 맡겼다.

 무엇보다도 카카오는 ‘픽코마’라는 성공 모델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카카오는 세계 최대 만화시장인 일본에 네이버보다 늦게 입성했지만, 자회사인 카카오재팬의 만화 앱 ‘픽코마’를 통해 선두로 우뚝 섰다.

 카카오는 출판만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본에서 일찍부터 웹툰 연재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네이버가 현지 사정에 맞게 단행본을 전자책 형태로 제공한 것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단행본 중심의 일본 시장에서도 주요 웹툰 소비자가 될 10대와 20대는 스마트폰을 애용했고, 결국 픽코마가 라인망가를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7월부터 픽코마는 일본 만화 앱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는 ‘기다리면 무료’지만 돈을 내면 미리 에피소드를 볼 수 있는 전략을 일본에도 적용했다.

 픽코마는 성장세를 이어가 세계 최상위권 자리까지 차지했다. 올해 7월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앱애니'에 따르면 픽코마는 올 2분기 전 세계 소비자 지출 7위를 차지했다. 1분기보다는 2단계 상승했다. 2분기에 픽코마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한 1~6위 앱은 틱톡, 유튜브, 틴더, 디즈니플러스, 텐센트 피비도, HBO 맥스뿐이었다. 구글 원, 트위치, 빙고 라이브는 각각 8~10위로 픽코마의 뒤를 이었다.

 픽코마의 성장과 타파스·래디쉬 인수 효과는 카카오의 실적에도 반영됐다. 카카오의 올해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웹툰, 웹소설 등 '스토리'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57%나 증가한 1864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카카오는 “픽코마의 2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1740억 원을 기록했고, 카카오엔터의 스토리 플랫폼과 IP 거래액을 합산한 통합 거래액은 1845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5%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1월 공개된 카카오의 올해 3분기 실적에서도 스토리 부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7.4% 성장한 2187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플랫폼과 IP 거래액 성장, 최근 인수한 타파스와 래디쉬의 편입으로 실적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카카오재팬이 카카오픽코마로 이름을 바꾸고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K-콘텐츠를 향한 폭발적 반응으로 국내 콘텐츠가 세계 이용자를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웹툰·웹소설 중심인 카카오픽코마, 래디쉬, 타파스 등도 영상 유통 가능성과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제 2022년, 본격적인 웹툰의 글로벌 경쟁이 시작된다. 2014년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진출 원년’을 외친지 8년만이다. 세상의 변화에 웹툰시장은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웹툰 시장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가장 주요한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