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선생은 단순한 만화가를 넘어 고전과 민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꾼이었다. '삼국지' '십팔사략' '수호지' '열국지'와 같은 중국 고전은 그의 손에서 해학과 풍류가 더해져 더욱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만화는 신문 판매량을 끌어올릴 정도로 대중을 사로잡았고, 한국 만화를 성인 대상의 일간지 연재 세계로 끌어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일지매'와 '가루지기' 같은 작품은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를 독창적인 해석과 강렬한 캐릭터로 재탄생시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고우영 선생의 대표작과 원고, 스케치, 그리고 그의 창작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로 구성됐다. 특히 작가 연혁을 연도별이 아닌 나이별로 표시해 고우영 선생이 각 연령대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조명했다. 고우영 선생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1, +2, +10, +20'과 같은 방식으로 그의 유산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말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