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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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모토 노부유키

인터넷 만화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던 강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만화에서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일본 작가들 가운데도 이처럼 ‘뚝배기보다 장맛’인 경우가 있으니, 그가 바로 후쿠모토 노부유키다.

2006-10-01 김미진

인터넷 만화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던 강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만화에서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사실 그의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기는 힘들지 않은가. 하지만) 그의 만화에는 ‘잘 그리지 못한 그림’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강력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때문에 그가 신작을 선보인다는 얘기가 들리면 독자들은 우르르 몰려가 마우스를 누를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작가들 가운데도 이처럼 ‘뚝배기보다 장맛’인 경우가 있으니, 그가 바로 후쿠모토 노부유키다.

스토리가 만화의 51!

재벌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흔히 특정개인이나 집단이 기업의 전체 주식 가운데 51의 지분을 가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여기서 왜 굳이 51인가? 49를 가지고 있어봐야 과반수가 못되기 때문이다. 불과 1~2의 지분으로 경영권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오늘날 기업의 생리이기 때문에 51는 곧 기업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약간 옆길로 샜지만) 그렇다면 만화의 51는 어디에 있을까? 과거에는 그림이 중요했겠지만 최근에는 스토리가 만화의 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노부유키는 ‘스토리가 51’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는 작가다.


왼쪽, <은과 금> 오른쪽, <도박묵시록 카이지>
왼쪽, <은과 금> (주)학산문화사, 총 11권(완결)
오른쪽, <도박묵시록 카이지> (주)학산문화사, 총 33권(미완)


<은과 금> <도박묵시록 카이지>등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도박 만화를 선보이며 독특한 장르작가로 입지를 굳힌 그는 도박을 통해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도박이 워낙 드라마틱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것은 ‘일확천금’보다 ‘인간의 모습’이다. 요컨대 그는 ‘승리’를 통해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인간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는 ‘현실’이 있다. 승리를 위해서는 땀과 노력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며, 이긴다고 해서 확연히 지금보다 나은 내일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도박, 그는 그것이 곧 인생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 비롯되는 재미는 승부의 세계를 연출한 스토리와 함께 그 속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기인한다.

밑바닥 인생, 치고 올라가다

왼쪽, <무뢰전가이> 오른쪽, <최강전설 쿠로사와>
왼쪽, <무뢰전가이> (주)학산문화사, 총 5권(완결)
오른쪽, <최강전설 쿠로사와> (주)학산문화사, 총 9권(미완)


‘인생은 도박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일을 윷놀이처럼 던져놓고 마냥 잘 되길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윷놀이야 다시 던져서 좋은 패가 나오면 역전에 재역전도 가능하지만, 사람살이는 그것과 다르다. 때문에 도박에 대한 이야기 대신에 노부유키가 삼고 있는 또 다른 작품들은 밑바닥 인생에서 출발한 진지한 삶의 성찰이다. <무뢰전 가이> <최강전설 쿠로사와> 등은 몰릴 대로 몰린 인생의 낙오자들이 보여주는 한바탕 살풀이가 되겠다. 위기의 중년남자 쿠로사와와 질풍노도의 시기 가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취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물론 그 선택들이 마냥 옳고 좋은 결과만을 가져올 수는 없다.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세상살이가 언제나 ‘사필귀정’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하더라도, 노부유키는 ‘사필귀정’이 순리임을 보여주고 있다.
도박은 단순?적당하게 숫자만 찍어 놓고 대박을 기다리는 로또복권과는 거리가 멀다. 치밀한 수읽기와 경험에서 쌓아올린 노련미가 더해져야 하며, 거기에 겸손함도 있어야 ‘승부’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도박과 인생에 대해 노부유키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2006년 10월 vol. 44호
글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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