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지역의 사생활 99 : 인천 미지의 영역'을 작업한 메 작가입니다.
Q. '미지의 영역'이 어떤 작품인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삐약삐약북스'에서 진행한 '지역의 사생활'이라는 프로젝트로, 제가 시즌3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선정과 관련하여 고민하던 중 마음이 가는 지역을 해도 된다고 하셔서 인천 지역을 선택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인천에 가까운 서울 끝 쪽에 살고 있고, 인천에 사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혼자와서 탐방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습니다. 자료조사에도 공을 많이 들였는데요. 그렇게 해서 지역의 사생활 인천편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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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천에 관해서 이야기를 만들게 될 줄 몰랐다. 그래서 감회가 좋다'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후 변화가 있으셨는지요?
A. 제가 인천편을 작업해서 그런지 이 지역이 뭔가 끌어당긴다는 느낌을 최근에 많이 들고 있습니다. 이후 인천 지역에 와서 일을 할 기회가 되게 많아졌어요. 지난 주 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인천에 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부천 쪽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요. 이전보다 인천에 좀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이렇게 제가 어떤 작업을 하고 그 지역을 그리는 경험을 통해 뭔가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그게 좀 신기하더라구요.
Q. 작품에는 '무니'와 '자주' 두 친구가 나옵니다. 우선 무니는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는 친구인가요?
A. 무니의 고민은 제가 이때쯤 했던 고민이었어요. 그리고 20대가 되서도 여전히 했던 고민을 담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 처음 고등학교에 가게 되는 날 초행길이라 버스를 타지 못하는 에피소드 장면이 나오거든요. 근데 이건 제가 정말 겪었던 일이에요. 저는 고등학교가 좀 멀리 배정이 되었어요. 첫날 혼자 학교를 가게 되었는데요.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느낌이 쌔 했거든요. '왜 이렇게 긴장감이 돌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뒤편에 서 있었거든요. 근데 버스가 들어오자마자 그 광경을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와르르 쏟아지는 그 느낌? 와르르 가서 버스를 타는데 제가 거기에 낄 수가 없었던 거예요. 제가 이렇게 치고 들어가는 그런 성격이 잘 안되다 보니 이렇게 만원 버스를 두 번을 보내고 나서야 타게 되었고, 그래서 지각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경험을 그리게 됐습니다. 무니는 이런 성향의 아이 인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경쟁사회에 좀 취약한 면이 있어요. 대한민국은 누구나 이렇게 가야 한다는 길이 있잖아요. 그 길에 적합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캐릭터인 것이지요. 가정 상황도 보면 제가 숨겨놓은 장치들이 있거든요. 가족 단톡방에 3명이 있는데 아빠, 언니라고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엄마가 없는 가정의 아이인 거예요. 그래서 약간 마음에 결핍이 있는 아이이기도 하고요. 작품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노는 장면들이 가끔씩 나오기도 합니다. 작품에서는 '땅따먹기 게임'이 나오는데요. 해당 게임이 인천 지역과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서 해당 게임을 넣게 되었어요.
Q. '땅따먹기 게임'이 인천과 닮은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인천에 '조계지 경계계단(1)'이란 곳이 있어요. 과거 동인천, 원인천이라고 부르는데 그 지역이 개항을 하게 되면서 땅따먹기 하듯이 여러 나라들이 같은 땅을 놓고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이 서로 지역을 구분해 가지고 간 것을 조계(租界)라고 부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게임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 ]
(1)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淸·日租界地 境界階段) : 이 지역은 1883년 일본 조계(租界)를 시작으로 1884년 청국 조계(租界)가 설정되는 경계지역으로 만국공원(현 자유공원)으로 연결되어 계단과 조경이 마련된 공간이다.
약 120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본 조계지 경계계단은 중앙에 석조 계단이 형성되어 있고, 양단을 중심으로 급한 경사인 점을 감안하여 계단참을 두고, 조경식재 공간을 마련하여 공간의 이용적 측면과 인천항 경관을 여유롭게 즐길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유공원의 서남쪽 가파른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계단을 중심으로 청국과 일본의 건물들이 확연하게 서로 다른 양식들로 번화하게 들어서 있다. -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Q. 친구 '자주'는 인천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되는데요. '자주'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자주는 이사를 가게 되면서 인천 '신기시장' 근처의 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자주가 인천에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 작품의 이야기가 진행되게 됩니다. 원래는 둘이 가까운 곳에 살았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친구의 이사로 학교가 갈라지게 됩니다. 무니 같은 경우 친구 관계에서는 익숙하던 환경 그대로였지만, 자주는 완전히 새로운 학교와 환경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이것도 제가 겪었던 경험입니다. 저는 이사를 간 것은 아닙니다만 중학교 배정 받을때 이상하게 저만 친구가 한 명도 없는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 '불안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런 부분을 캐릭터에 담았습니다.
작품에서는 친해진 한 친구가 나오거든요. 자주는 그 친구를 보면서 부러움, 시기 그리고 질투 이런 걸 느끼게 됩니다. 왜냐면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거든요. 그게 더 강하게 표출이 되는 과정 중에 해당 친구의 비밀을 듣는 상황이 나옵니다. 저는 그 친구가 굉장히 어른스럽다고 해야할까요. 자기의 약점 같은 부분이 있다고 해도, 그것으로 무조건 힘들어 하거나, 우울해하지 않고 친구들과 밝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굉장히 큰 능력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런 부분이 저에게는 좀 부족한 편입니다. 두 친구의 관계 속에서 자주는 예전 자신에게 익숙하고, 마음이 가까웠던 곳인 예전에 살던 동네에 대해 그리움이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옛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고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감추는 부분들 또한 있지만요.
Q. 작업하시면서 실제 학교를 생각하시면서 그리셨는지 궁금해지더라구요. 두 주인공의 배경이 되는 곳들에 실제로 고등학교들이 있기도 했고요.
A. 그런 자료 조사가 없으면 실제로 작품을 만들기 힘들겠지요. 특히 교복, 교실, 책상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했어요. 제가 학교를 다닌지 오래되다 보니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홍콩 봄(HONGKONG SPRING)'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홍콩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야 했고, 자료조사를 정말 많이 하면서 그렸습니다. 근데 그때 한 홍콩 분이 댓글로 '익숙한 창문 틀이 나와서 너무 반갑고 좋았다. 굉장히 자료조사를 많이 하고 그린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는 내용을 달아 주셨거든요. 그 댓글로 인해 그간 했던 고생들이 싹 녹는거죠.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항상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작품에 작가님의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청소년기는 어떠셨나요?
A. 저는 책장으로 많이 비유하곤 합니다. 책장에 다양한 책들이 담겨 있고, 그 이후 내가 전공을 결정해버리면 '아 이제 이건 필요 없는 책이야'라고 버릴 수가 있는데, 아직 버리지 못하고 계속 간직하고 있는 상태와 같다고 보여졌거든요. 반대로 아직 어떤 책이든 뽑아서 읽을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지요. 작품 속에서도 여러 갈림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한번 결정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저로 돌이켜 보면 저는 그림의 영역에서 일을 계속 해오면서 책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20대에는 그 꿈을 이루질 못했거든요. 그때는 아직 갈림길에 서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뭘 할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가능성도 가지고 있었다고 봐요. 어쨌든 방향이 결정되면서 그 외 것들을 버릴 수 있었을 때 되게 기분이 좋았던 경험이 있어요. 앞으로도 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빈 공간을 만들어 가기도 할 것이고, 반대로 새로운 걸 채우기도 하면서 나아가겠지요.
Q. 두 주인공들은 동인천에서 만나게 됩니다. 여러 풍경들을 보고 결국 '나의 영역을 넓혀야겠다'라고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제가 예전에 외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이 한국은 어디를 봐도 산이 보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여행한 곳들은 거의 다 평지 더라고요. 그래서 '지평선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산이 없으면 사람이 저기까지 볼 수 있구나'라는 걸 직접 보고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 내 세계 하나가 좀 열린 느낌이 들거든요. 혹시 작가님은 어떤 풍경의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질문을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이 저는 오히려 새로운 장소에 갔을 때 긴장감이 엄청 높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근데 긴장감이 높아지면 눈에 잘 안 들어와요. 뭔가 지금 구조도 잘 모르겠고, 생각할 겨를이 없는거에요. 그러다 보니 '익숙한 풍경에 있을 때'나 '편안한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에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좀 사그라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피어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익숙한 상황, 정말 매일 매일 집에 갈 때 걷는 퇴근길에 우연히 바라본 하늘의 노을이 너무나 멋지다라는 것과 같은 순간에 뭔가 감정이 충만해집니다.
이럴 때가 되어야 뭔가 새로운 걸 해볼 수 있겠다라는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Q. 작품에서 배경이 되는 장소들이 의미 있게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배치에 있어서 어떤 특별한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인천편'을 기획을 할 때 워낙 넓은 지역이다 보니 누군가 '2편'을 만들어 주실 거라 믿으며 인천을 나누어서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인천 지역이나 차이나타운 근처들을 정말 많이 와서 골목골목을 많이 걸어 다녔어요. 되게 생소한 풍경도 걸어 다니면서 발견을 했고, '조계지'에 따라 건축양식이 달라서 집집마다 뭔가 묘하게 한국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홍예문(虹霓門)(2)'과 '자유공원(3)'은 정말 갈림길에서 어떻게 가냐에 따라 재미있는 풍경을 선사해 주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자주 다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홍예문 갈림길에서 위와 아래로 갈 때의 다름이, 저에게는 약간 어려운 길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반대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확 갈리며 보여지는 풍경의 다른 이미지가 멋지게 느껴져 홍예문 동선을 배치하였습니다. 특히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소로 넣고 싶었어요. 이어서 '자유공원'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거든요. 마지막에 그 노을이라는 풍경을 꼭 넣고 싶었기 때문에 '자유공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홍예문 ]
(2) 홍예문(虹霓門) : 무지개처럼 생긴 문이라는 뜻의 홍예문(虹霓門)은 철도 건설을 담당하고 있던 일본 공병대가 1906년 착공하여 1908년에 준공하였다. 건설 당시 인천 중앙동과 관동 등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의 수가 급격히 늘자 만석동 방면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이 홍예문을 뚫었는데 일본인들은 혈문(穴門)이라 불렀다. 당시 일본의 토목공법을 알 수 있는 문화재로서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소 '자유공원'에서 바라본 인천의 모습 ]
(3) 자유공원 : 자유공원은 인천항 개항 뒤인 1888년 외국인 거류민단에서 관리·운영하여 당시 시민들은 이를 ‘각국공원‘이라 불렀고, 그 뒤 일본의 세력이 커지면서 1914년 각국 거류지의 철폐와 함께 공원 관리권이 인천부로 이관되자 그때부터는 서공원으로 불렸습니다. 1945년 해방 후에는 만국공원으로 불렸으며,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세워진 1957년 10월 3일부터 자유공원으로 개칭되었습니다. - 출처 인천광역시 중구 문화 관광 소개 페이지
Q.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아요. 메 작가님은 어린이 소설 표지나, 삽화 작업도 많이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어떤 세주'라는 작품에도 참여하셨는데요. '어떤 세주' 주인공의 모습이 '자주'랑 많이 비슷하고 느껴졌어요. 근데 '자주' 때는 흑백이라서 그런지 조금 더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몽롱하기도 한 느낌이지만 '어떤 세주'는 컬러로 된 작품이라 그런지 푸른 하늘도 나오고, 조금은 밝고 명랑하게 느껴졌어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닮은 캐릭터이지만, 이렇게 다르게 표현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흑백 작업 유무는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인천편'은 출판사 요청이 있어서 그렇게 작업을 했고요. 반대로 '어떤 세주'의 경우 출판사에서 아이들의 눈을 끌 수 있게 칼라로 작업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그렇게 작업했어요. 청소년과 어린 아이의 모습은 다르다고 생각을 했어요. 특히 어린이 콘텐츠에는 희망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요. 이런 부분이 어른을 위한 콘텐츠와 다른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칼라로 좀 더 밝게 그렸던 것 같아요. 흑백의 경우 검은색 부분이 많다 보니 좀 더 우울하게 보여지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