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의영이와 선우의 관계가 다윗과 선우의 관계와 많이 겹쳐져 보여집니다. 물론 의영이와 선우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그런 종류의 감정과 다르긴 합니다만 '이해'와 '헌신'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보았을 때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껴지거든요.
A. 작품 속에서 그려진 사랑엔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사랑의 시작은 다른 사람을 궁금해하는 것부터 시작이 되고, 그 사랑이 진행이 되다 보면 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어떤 부분을 포기하는 과정이 꼭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것이 큰 희생이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인간의 사랑이다 보니 대가를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이 친구와 이만큼 시간을 보냈으니까 이 친구도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드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우니까요. 하지만 선우나 의영이도 나중에 '사랑이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 온전히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보통 우정이 사랑의 전단계처럼 여겨지잖아요. 저는 우정은 사랑의 하위 분류라고 생각해요. 어떤 로맨틱한 사랑도 사랑이고, 친구를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고, 둘이 크기를 비교 한다거나 어떤 게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영이를 그리면서 아가페적인 사랑을 그려보자고 생각을 했거든요. 신이 줄 수 있을 법한 사랑을 인간에게서 받는 것이 이 이야기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Q. <요나단의 목소리>는, 작품 속 인물들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결국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특히 의영이는 신기할 정도로 올곧고, 주변에 사랑을 줄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의영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신 것인지, 인물이 보여준 사랑의 기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의영이가 올곧기만 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의영이도 자기가 사랑을 한 만큼 받고 싶어하고, 그렇지 않았을 때 실망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저는 의영이가 성격은 착하지만 예수님처럼 무조건적으로 인류를 사랑하는 그런 마음은 사실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의영이의 사랑은 정말 호기심에서 비롯된 평범한 모두가 할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좀 더 극적인 사랑처럼 보여지긴 해요. 제가 이런 사랑이 가능하다는 걸 믿느냐 안 믿느냐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 가능함을 믿고 싶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가정환경이나 주변의 좋은 환경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맞아요. 다만 이것이 좋은 환경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의영이의 가족과 선우의 가족이 비교되며, 선우의 가족이 많이 비난받았거든요. 근데 의영이의 가족은 그냥 선우가 원했을 법한 가족을 그린 것입니다. 이런 환경을 의영이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이것은 사실 운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의영이라는 개인에게 좋은 영향을 받고 나도 저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독자님들이 계시거든요. 그런 것처럼 의영이의 가족을 보여주면서 그런 가정이나 공동체를 이루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이 가정에서 의영이가 나왔다는 결과론적인 내용이 아닌, 그 가정도 과정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다윗이 부모님의 종교를 거부하고 집을 박차고 나왔다는 설정이라면, 선우는 자기만의 신앙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설정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런 설정들이 작품을 좀 더 복잡하고 섬세한 이야기로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거든요. 왜냐하면 선우가 하나님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하니까 기독교 안에서 선우가 느꼈을 아픔과 외로움이 더 부각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단 이런 부분이 종교에만 한정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족 또는 회사에서의 관계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보이거든요. 그렇다보니 선우의 처지에 더 위로해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설정들은 전부 의도하신 부분이신지요.
A. 네, 의도했던 부분이고 '요나단의 목소리'를 그린 목적 중 하나입니다. 최근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소설을 쓴다면 주인공을 억압하는 주변인이나 환경을 전복시켜버리는 ‘사이다’스러운 결말을 그려야지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잖아요. 물론 바로 그 지점 때문에 대중이 통쾌한 스토리라인을 원하는 것이긴 하지만요. 특히 퀴어 소설이나, 종교 관련 소설들에서 없애야 할 적을 규정하는 건 좀 쉬운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보았을 때 교차성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이 존재해요. '요나단의 목소리'를 연재하기 전에 '#믿는퀴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믿는다'라는 말이 기독교인들 입장에서는 '신앙을 가진다'를 통칭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나는 신을 믿지만 퀴어다. 나를 부정하는 교리 속에 있지만 그래도 나는 퀴어로서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제 이야기도 분명히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작품 후기를 보면 '내가 딱 선우의 나이여서 더 와닿았어요'라며 이야기해주신 분도 있고, '청소년기에 나에게 보내고 싶은 작품입니다'라 평하신 분도 있습니다. 작가님 작가의 말에서 '청소년기에 소중한 시간 일부를 이 만화와 함께 해주신분들께 감사하다'고 청소년 독자분들에 대해 감사의 말을 남기기도 하셨습니다. 작가님께서 청소년 그리고 비청소년 독자들에게 각각 이 작품이 어떻게 보여지기를 원하셨는지 그리고 실제 청소년 독자분들의 반응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청소년 독자분들이 저에게 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보내주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때마다 내가 뭐라고 답해야 하나 되게 많이 고민하면서 조심스럽게 답장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사실 독자분들은 어떤 작품을 읽을 때 공감을 원하기도 하고, 나와 다른 세계에 대한 경험을 원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요나단의 목소리'라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청소년분에게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그렇지만 그 시기를 지나온 어떤 성인이 작가가 되어서 당신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싶은 그런 것을 전달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아예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주변을 돌아봐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리고 청소년과 비청소년을 구분하지 않고 현실감이 느껴지기를 바랬어요. 이 이야기가 나와 동떨어진 사회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져서 내가 체험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를 바랐습니다. 내가 세상을 실제로 살아갈 때 어떤 태도를 가지게 되는지 좀 더 생각을 해주시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Q. 작품 속에는 정말 많은 노래들이 나옵니다. 실제 작업하실때 노래들을 들으면서 작업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에피소드의 주요한 테마가 되는 노래들은 들으면서 작업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다만 그림을 그릴때만 듣고요. 스토리를 짜거나 할 때는 집중에 도리어 방해가 되어서 듣지 않는 편입니다.
작품 속에 가요를 등장시킨 부분은 해당 작품의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독자분들에게 진짜 있었던 이야기처럼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해당 시대를 사셨던 분들에게는 동질감이, 이후 세대에도 과거의 현실감이 느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만화라는 매체가 소리가 없기 때문에 저는 독자분들이 작품을 보시면서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작가님의 청소년기를 함께한 만화 또는 추천해줄 수 있는 만화는 무엇이 있으신지요.
A. 청소년기를 지나온지 꽤 되어서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뭐가 있었지라고 반문하게 되었는대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만화가 한 분이 계십니다. 바로 권교정 작가님이신데요. 권교정 작가님의 만화들은 읽은 사람은 무조건 좋아하게 되는 그런 작품들입니다. 지금은 절판되어서 보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만 한국만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요나단의 목소리' 정해나 작가 - 1부 청소년기 작품을 제작하며
'요나단의 목소리' 정해나 작가 - 2부 네 주인공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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