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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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단의 목소리' 정해나 작가 - 1부 청소년기 작품을 제작하며

기독교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 성소수자와 그 친구들의 성장을 그린 '요나단의 목소리'을 그리며

2023-08-09 남경화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만화 그리는 정해나라고 하고요. '요나단의 목소리'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Q. 작가님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품인 '요나단의 목소리'는 어떤 작품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요나단의 목소리'는 개신교 미션스쿨을 배경으로 기독교 사회에서 자란 청소년 성소수자와 그 친구들의 성장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제가 개신교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배경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기독교라는 종교는 사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1)'는 교리가 있는 만큼 사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동성애'는 기독교 사회 안에서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그런 내용을 배경으로 작품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1) 마태복음 22장 37절 ~ 39절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Q. 제목에 나오는 '요나단'은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제목을 '요나단의 목소리'로 지으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A. 성경에서 '예수'님 다음으로 유명한 인물은 '다윗'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유명한 왕이고요. 요나단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며 다윗 이전 왕인 '사울'의 아들이면서 다윗의 친구 이기도 합니다. 사울은 자신보다 더 유명해지고, 왕위를 위협할 것 같은 다윗을 경계하며 죽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왕이 될 수도 있는 요나단은 다윗을 너무 사랑해서 자기 아버지에게 대항하면서 다윗을 변호하고 보호해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서 제목을 '요나단의 목소리'로 짓게 되었습니다.


Q. '요나단의 목소리'에는 정말 매력적인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신 각 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사실 인물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말로 이야기하기 어려워 만화로 그리는 것이거든요. 그래도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자면 주인공인 '선우'는 목회자의 아들이고 동성애자입니다. 그리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입니다. 자신의 성지향성과 친구들과의 관계, 신앙 그리고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입니다.

의영이라는 친구가 나오는데 선우의 룸메이트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호기심 많고 편견이 없는 친구입니다. 선우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는 친구입니다. 의영이는 처음에 선우의 노래를 듣고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점차 선우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연이나 세계가 궁금해지고 선우를 더 깊이 알아가게 됩니다. 이후 선우를 점점 이해해 나가는 그런 관계로 성장하게 됩니다. 

다윗과 주영이라는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 나오는데요. 다윗도 선우와 똑같이 목사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종교의 교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족과 갈등이 심해서 사람들 눈에는 불량 청소년으로 보일 수 있는 친구입니다. 주영이는 다윗의 여자친구면서 선우와도 친구가 되는 인물입니다. 종교 생활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신앙에 굉장한 확신이 있으며 다윗에게도 신앙적으로 마음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본인도 신앙을 고민하게 되고 선우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는 그런 친구입니다.


 

[ 의영, 선영, 다윗 그리고 주영 ]


Q. '요나단의 목소리'를 보면 '기독교'와 '성소수자'라는 내용이 부각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청소년 서사'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이런 양질의 청소년에 관한 콘텐츠가 많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요나단의 목소리'는 청소년을 섬세하게 다뤄주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작품을 구상할 때 청소년 주인공의 학창 시절을 그리신 배경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청소년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청소년 문학'도 좋아하고요. 청소년이 주인공이면 일단 이 청소년이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 '어떤 어른이 될까'에 대한 기대를 독자나 관객한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좀 더 정이 들기 쉽고요. 그리고 대부분 청소년기에 '학교'라는 공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환경을 경험하거나 했다는 그런 특수성이 있어서 비청소년도 '나도 청소년 때 저랬지'와 같은 공감이 가능하다는 점도 청소년 주인공의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면서 느끼기에 청소년 때가 또래를 가장 많이 관찰하고 신경쓰고 비교하는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또한 가족으로부터 아니면 자신이 속해 있는 어떤 집단으로부터 경제적 정서적 독립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갈등 요소가 생기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Q. 청소년기 작품을 제작하면서 조심스러움은 없으셨는지요.

A. 엄청나게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되살려 보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제가 대다수의 사람이 경험한 '환경'을 이야기했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다 말았다보니 학교생활을 재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교사인 친구들이나 혹은 저와 같은 학교에 다녔던 친구들에게 학창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자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Q. 선우에 대한 설정 중 흥미로운 게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선우의 목소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또는 모델이 되는 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선우의 목소리를 굉장히 상세하게 생각했었거든요. 하이테너의 맑지만 부드러운 목소리, 그런데 이게 저도 들어본 적이 없다 보니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소리보다 더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선우라고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선우의 또 다른이 공부를 엄청 잘한다는 것입니다. 잘하는 것도 있지만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다윗과의 관계,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가족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집안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선우가 '나 지금 멀쩡히 잘 살고 있어요'라고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방어적인 신호라고 느껴졌거든요. 저는 이걸 보면서 청소년들에게는 방어할 수단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네, 공감되는 질문입니다. 청소년기를 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가정, 학교 등은 모두 어른들이 운영하는 거 잖아요. 그들의 기준에서 벗어났을 때 사실 청소년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닥쳐오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그어 놓은 선과 기준에서 벗어난 모습을 숨기려고 많이 노력을 해요. 그게 어른들 입장에서는 '불량한 것', '청소년 답지 않은 것'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을 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어른들은 청소년이 독립된 개인임을 인정하고, 대화의 여지를 계속 열어주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 가운데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고요. 


Q. 선우는 공부를 통해 '다윗이 나에게 흠이 아니다'라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얼핏 보면 되게 담백하고 고요한 것 같지만 그 가운데 선우 나름대로의 '열정'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선우 스스로는 계속 '나는 내 사랑은 별거 아니야, 되게 작은 거야'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아니야!' 결코 '별거 아닌 사랑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변해 주고 싶거든요.

A. 작품 속에서 선우는 주영이와 비교하며 자기 사랑은 별 것 아닌 것 처럼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영이는 자기 사랑을 발산하는 타입이고, 선우는 곱씹으면서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해도 자기 사랑을 꾸준히 갖고 있는 그런 인물이라서 스스로 그렇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선우의 주영이와의 비교에는 자기혐오적인 부분도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내성적인 성향 때문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스스로 의식하진 않아도 주변 환경이 선우에게 영향을 미친 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 '요나단의 목소리' 정해나 작가 - 1부 청소년기 작품을 제작하며

* '요나단의 목소리' 정해나 작가 - 2부 네 주인공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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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화

프리랜서 웹툰 PD
웹소설 원작 작품 기획 및 각색을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