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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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리포트 작가 '끄아악'을 만나다

블로그 및 커뮤니티를 통해 연재하고 있는 유명 아마추어 작가 '끄아악'님을 만나보았습니다

2024-03-07 수차미

 

 

아마추어 만화란 뭘까? 나는 아마추어 만화의 특징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기승전결이나 그림체 등을 염두에 두는 일반 미술과는 달리, 아마추어 만화는 손이 닿는대로 그리고, 생각나는대로 그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정형화되어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무질서하나, 어떻게 보면 한계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만화에는 정도가 없기에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다. 딱히 돈을 받고 그리는 것도 아니니 자기 맘대로 그려도 된다. 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다소 백수 같은 일상을 보낼 수도 있다. 아마추어 만화에 자전적인 면이 많은 건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되곤 하는 이들 만화에서 우리는 자유를 목격하며, 여기서 자유란 슬픈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권리다. 

아마추어 만화는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네 삶과 닮았다. 인생에는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적어도 우리 자신에게 삶은 ‘무편집본’이기에 좋았던 것도 싫었던 것도, 지루한 곳도 재미있는 곳도 잘라낼 수 없다. 여기서 만화는 편집과도 같은 기능을 한다. 세상이 답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답이 없는 세계를 창작함으로써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선택할 수 있다. 자전적인 만화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이를 평면에 나열해 ‘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다. 이는 스스로 드러냄에 따라 상처를 치유받는 형식으로써의 ‘자전성’이다. 그래서 자전적인 만화를 그리는 건 단순히 옛 기억을 추억하는 일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이는 자신에 대해 말할 권리이자, 자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의 문제다.

자크 리베트는 「비천함에 대해」라는 글에서 이렇게 쓴다. “감독은 완벽한 미장센을 만들 수 없다. 또한 완벽한 미장센이 될 수 없는 영화는 언어가 될 수 없다.” 그는 역사의 어떤 사건들을 보여주는 일에 있어, 그게 단지 “보여주기 위해 보여주는 것”일 뿐인 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보여주는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주장은, 개인의 삶에서 자극적인 소재를 뽑아내기보단 그걸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을 연상케한다. 예컨대 일상툰이 소재 선정에 중점을 둔다면, 일상툰에서 ‘자전성’은 무언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자전적인 만화라 함은 ‘자기’가 살아가는 세상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희망찬 미래를 암시한다. 

아마추어리즘은, 온전히 자신이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자신에 대한 지배와도 같다. 오직 자신을 잘 아는 이들만이 자신을 말할 수 있다. 즉 아마추어 만화는 자신에 대한 강한 지배가 엿보인다. 그들은 자신에 대해 술회하면서 이야기가 온전히 삼킬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되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인생은 한 마디, 또는 세 줄로 요약될 수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행복이든 슬픔이든, 그런 감정들은 결코 순수한 결정체로만 남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이들 이야기엔 불순물이 섞인다; 삶이란, 기쁘면서도 슬프고, 행복하면서도 불운한 것이다. 그 누구도 미래를 직접적으로 예지할 수는 없다. 미래는 단지 암시되기만 할 뿐이고 그런 점에서 ‘미래’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귀한 시간 내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카연갤과 블로그 네이버 베도에서 연재하고 있는 끄아악이라고 합니다.


Q: 평소 “만화를 그리면서 돈을 벌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이를 위해 네이버의 베스트 도전에 만화를 연재하고 계신데요. 아직까지는 그동안 그렸던 작품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혹시 베스트 도전을 위해 새로 계획하고 있는 시리즈나 에피소드 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치트키로 언급하셨던 세 가지 중에 군대 이야기만 제대로 다뤄진 듯한데요. 

A: 만화로 돈을 벌고 싶다고 거창하게 말은 했지만 사실 큰 계획은 없습니다. 제가 곧 32살이 되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더 늦기 전에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보고 싶은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운이 좋아 연재제의가 들어오면 직업으로 삼고, 기회가 없다면 지금처럼 취미로 만족하는 수준입니다. 

예전 만화에 언급했던 장편 2편이 있습니다만, 둘 다 GOP 시리즈만큼이나 많은 등장인물이 나와야 해서 아쉽지만 당장은 못 그릴듯합니다. GOP 시리즈에서도 그릴 때 제일 어려웠다고 느끼는 부분이 캐릭터 창작이었습니다. 많은 등장인물을 구별되게 그려야 했는데, 그림을 배운 시간이 짧아서인지 이 부분이 저한텐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장편시리즈는 당분간 계획에 없을듯 합니다.


Q: 디시인사이드에서 연재하셨던 군대 만화가 있습니다. GOP에서 근무하며 벌어졌던 일들인데요, GOP 자체의 근무환경보다는 인간관계에 대해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미 GOP에 대해 다룬 만화가 너무 흔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군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분량상 생략했음에도 이미 열댓명 되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신기하게도 이 이야기에는 서사가 있습니다. 가령 군 생활의 초반에 있었던 왕따 이야기가 방관자 입장이었다면, 이후의 이야기에선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이 됩니다. 괴롭힘을 당하는 대목을 보면서는 속으로 꽤 분노했습니다만, 다 읽고 나니 오히려 만화의 초반에 언급됐던 다른 피해자가 떠올랐습니다. 누구나 사연은 있기 마련인데, 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짚고 넘어가버린 듯해서요. 

가령 작가님께서는 GOP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덧붙이시기도 했죠. “이 만화에는 어떠한 도덕적 교훈도 없다. 그냥 흔하디 흔한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당시를 성숙하지 못했다고 표현하시기도 했는데 당시가 20대 초반이었고 지금은 30대 초반이시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만도 합니다. 하지만 이 표현은, 한편으로 이렇게 만화를 그렸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는 이 만화가 일종의 회고록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이 만화는 과거를 반성하거나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일보다 자기를 드러내는 일에 더 집중합니다. 마치 메모장처럼, 자신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여기는 지점들에 대해 논평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피드백 받는 구조입니다. GOP 만화를 기획하는 과정과 그에 있었던 생각들, 방법론 등이 궁금합니다. 

A: GOP 시리즈를 제작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최대한 중립적으로 그리자'였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제가 괴롭힘의 피해자가 된 이야기지만, 만화 초반에 펭귄 이병이 괴롭힘을 당할 때는 딱히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무서운 선임들에겐 겁을 먹는 모습으로 나오지만, 개구리나 요다등 조금 만만한 선임들한텐 짜증도 내고 무시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제 후임인 개미 이병이 괴롭힘을 당할 땐 아예 외면하는 모습으로 그려내었습니다. 

마지막에 영창을 확정받을 땐 자포자기로 하극상까지 일으켰었죠. 만화 초반부 후임을 구타했던 뿔테와 쫑덕상병도 후반부에 가서는 제 편을 들어주는 좋은 사람처럼 묘사되었는데, 이는 ‘누군가에겐 꽤 불편한 일일 수도 있겠다’라는 점을 의도했습니다. 그래서 "이 만화에는 어떠한 도덕적 교훈도 없다","그냥 흔하디 흔한 이기적인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라는 문구는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 적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 그리면 꽤 논란이 있겠다’고 각오하였지만, 생각만큼 논란은 되지 않아, 어찌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군대에서 괴롭힘 문제는 사실 꽤 흔한데요, 이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었을 때 오는 고저차랄까요, 그런 게 분명 있습니다. 일종의 수미상관이기도 한 이 구조는 이야기가 끝났다는 느낌보다 어딘가에서 반복되리라는 느낌을 줍니다. 가령 하루동안 영창에 있으셨다가 나오셨을 때 간부님이 해주신 말씀이 그렇죠. “아닐 땐 아니라고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간부님의 이 조언이 추후 사회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술회하셨습니다. 혹시 이와 관련하여, 사회생활에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니야!”라고 말하지 못해 생겼던, 슬프거나 웃긴 이야기가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말씀하셨던 방관자의 문제가 그런 것이기도 하죠. 아무리 소원수리를 해서 ‘이건 좀 아닙니다’라고 말해봐야 변하는 게 하나 없다면, 지칠 만도 합니다. 

A: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느낀 게, ‘군대는 정말로 사회의 축소판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만큼 저에겐 사회생활이 더욱 힘들었고, 물론 좋은 직장도 있었지만 ‘최악이다’라고 느낀 직장이 저는 더 많았습니다. 

하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예전에 1년 넘게 일했던 직장이 있었는데 거기 주방장이 저를 정말 싫어했습니다. 최대한 주방장의 의견을 들어주며 저도 아니다 싶은 부분은 얘기하였지만, 타협에 실패했습니다. 결국 못 참고 그만두겠다 말을 하였는데, 주방장이 괘씸하다며 퇴직금은 안 줄 거라는 말에 싸웠던 일화도 있네요. (참고로 제가 이겼습니다.) 


Q: 위의 질문에서 이어집니다. 군대란 공간은 바깥과는 달라서, 아무리 멀쩡한 인간이라도 바보가 되곤 하는 그런 곳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만화에서 보여진 건, 개인이 아니라 장소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어 입대 전이나 전역 후 모두 ‘끄아악’은 끄아악일 뿐입니다. 하지만 군대 안에서는 나도 모르게 ‘분위기’란 것에, ‘역할’을 맞춰야만 합니다. 여기서 ‘나’는 철저히 배제되죠. 

그리고 만화를 그리는 일에서 중요한 건 ‘나’에 대해 아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그만큼 개인의 기호와 선호에 맞는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만화를 그리는 ‘나’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 만화적 자아에 관한 이야기, 혹은 만화를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삶. 일을 하는 ‘나’와 만화를 그리는 ‘나’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A: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분위기와 역할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굉장히 공감합니다. 군대에서와 예전 직장에서 관리자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예민해지고 화를 내게 되더라고요. 평소의 저라면 무시하거나 크게 반응하지 않았겠지만, 아무래도 환경이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저도 그 무리 안에서 역할이 있고 맡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감쌀 순 없어 혼내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때문에 어디에서든 평소의 저처럼 행동한다는 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화를 그릴 때의 저는 메시지를 전한다던가 숨은 뜻을 가지고 그려내는 등, 그런 복잡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직 ‘이렇게 그리면 재밌겠지?’ 라는 생각만을 갖고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사람들 반응이 좋게 나오는 것 같아 정말 만족합니다.

만화로 성공하기 위한 계획이 있진 않습니다. 퇴근 후나 쉬는 날 짬짬이 취미로 그리고 있으며,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 식으로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 지금까지는 살아가는 하루 중 제일 시간이 날 때 그리는 식으로, 취미로 그리고 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하신 적이 없는 듯합니다. 어려서부터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거나 하는 식의 접점이 있었나요? 한 개인이 창작에 발을 들여놓기까지의 과정은 모든 경우에 흥미롭습니다. 그렇기에 작가님이 들려주실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특히나 처음에는 마우스로 만화를 그리셨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타블렛으로 장비가 바뀐 걸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소재를 선정할 때 주로 고려하시는 점 등이 궁금합니다. 또한 평소 즐겨보는 만화나 선호하시는 작품, 작가님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창작은 결국 모방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평소에 보고 듣는 것들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거든요. 만화를 처음 시작하실 때 주로 참조하신 것들이 궁금합니다. 티비 프로그램이나 음악도 괜찮습니다.

A: 만화는 어릴 때부터 많이 접했고 너무너무 좋아했지만, 직접 그려보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미술을 배우는 친구가 있었는데 너무 잘 그려서 저렇게는 못 그리겠다 하며 기죽었던적도 있었고, 아무래도 집에서 반대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창작에는 거리를 두며 살아왔습니다. 

28살 때쯤 인생에서 굉장히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인터넷에서 증조할배님의 만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증조할배님 작품을 보며 힘을 많이 얻었기 때문에, 평생을 이렇게 재미없게 보내면 인생이 너무 시시할 것 같아서 ‘나도 한번 해 볼까?’하며 만화가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만화를 그릴 때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지’, ‘이건 이렇게 그리면 재미있겠다’ 하고 단순하게 그리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제 만화의 근본이자 많은 영감을 준 할배툰에 가장 큰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이건 정말 간단한 건데요, 만화를 그릴 때 사용하시는 소프트웨어와 물리적인 도구가 궁금합니다. 

A: 프로그램은 클립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고 컴퓨터에 타블렛을 연결해 그리고 있습니다. 제품은 와콤 타블렛 PTH-651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A: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독자님들의 반응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재미있다’는 댓글을 보는 게 정말 많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모두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고 웃긴 만화들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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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미

< 만화평론가> 
* 2019 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상 신인 부분 
* 2019 한국예총 평론상 영화 부문
* 2020 서울시립대 영화평론 공모전 대학원생 부문
* 2024 부산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
* 저서 『안녕하세요 오즈 야스지로』,『포스트 시대의 영화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