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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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인간' 구희 작가 - 2부 웹툰작가의 삶

환동운동가이자 웹툰 작가인 구희 작가의 작품 속 이야기

2023-10-30 남경화


Q. 취업을 준비하시다가 만화를 그리시게 되었고, 단행본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만화가가 꿈이셨나요?

A. 기후위기를 다루는 만화가가 될 것 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원래 디자인쪽으로 그리는 일 아니면 편집하는 일들만 생각했었거든요. 만화를 택하게 되면서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주제에 대한 칭찬 댓글들과 함께 응원의 댓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제 작품이 댓글 청정 지역인데요. 그래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만화의 힘이 되게 강력하구나라는 사실에 조금은 무섭기도 했어요. 한번은 제가 인스타그램에 반응이 좋아서 잘라서 올린 적이 있었거든요. 갑자기 알고리즘을 타면서 만 개가 넘는 좋아요 를 받은 적이 있어요. 패션산업 관련 내용을 담은 에피소드였는데요. 너무 다들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정보를 전달하는 내용이 많다 보니 리서치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입니다. 문득 '리서치한 자료가 틀리면 어떡하지', '혹시 잘못된 정보에 전문가분들이 날 비난하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고민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무섭기는 하지만 저는 당당하게 이야기하기로 결정했어요. 자체적으로 진행한 Q&A에서 '나는 기후 관련하여 전공자가 아니고, 공부를 한 적도 없지만 이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올린 적이 있습니다. 비록 틀릴 수도 있지만, 잘못된 정책이나 방향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가운데 많은 사랑을 주셔서 부담감도 있어요. 가끔은 힐링만 주는 만화가들을 보면서 너무 부럽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저는 뭔가 항상 죄책감을 심어주는 만화라서요. 언젠가는 힐링만을 줄 수 있는 힐링만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봐요.


Q. 저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완벽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늦잠도 자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겨우겨우 책상에 앉아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제 모습 같았거던요. 전에 친환경주의자, 채식주의자 분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직접 기르고, 그것으로 요리도 하고. 쓰레기를 만들 수 없으니 절대 배달은 안 시키고, 심지어 택배도 한 번 시키지 않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절대 못할 것 같은 모습입니다만 이 작품에서는 저와 똑같은 행동하는 주인공이 고민하며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는 모습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였어요. 작가님의 현실 속의 삶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요리를 많이 하진 않아요. 대신 쓰레기가 덜 나오는 선에서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는 편입니다. 배달은 거의 시키지 않습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저는 잔반처리 반이에요. 입이 까다롭지 않아서 집에 있는 잔반들을 소위 '파먹는 스타일'이에요. 요리도 최대한 간단한 것만 먹는 것 같아요. 김치하고 참기름해서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는 것과 같이 최대한 간단하게요. 게으른 사람도 나름의 실천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제가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덜 먹고, 그만큼 게으른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 그림 2, 지구위기인간 1화 내용 중 ]



Q. 작가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함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A. 대부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강요나 잔소리를 싫어하다보니 작품 속에서도 다큐멘터리에 비해 잔소리가 없고 덜 무겁게 다가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Q. 이솝 우화 '해님과 바람'을 보면 누가 나그네의 옷을 벗게 하는지 내기를 하고 결국 해님이 이기게 되잖아요. 이처럼 작가님 작품은 따뜻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A. 개인적으로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경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을 미워할 수는 있지만, 결국 누군가를 손가락질하기 위해서 환경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결국 다같이 잘 살고자 하는 것이잖아요. 아직 저 또한 더 배워가는 중입니다만 따뜻함으로 다가가는 부분과 함께 냉정한 시각으로 현실을 자각시켜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작품 속 기후우울증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 경험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당시 상황은 어떠셨나요? 

A. 제가 전업작가를 하게 되면서 되게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이 시기가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인데요. 환경문제들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 뉴스 같은 것도 보지 않고, 두세 달 간 연락두절이 된 상황이었거든요. '그냥 되는대로 살고 싶다' 이렇게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아무 생각없이 핸드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다 핸드폰을 탁 덮으면' 내가 오늘 뭐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확 몰려왔었거든요. 이런 일상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런 생각을 하다 막 울었어요. 우니까 눈물이 흐르고 심장이 막 뛰는 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고, 이런 경험 속에서 제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지는거에요. '나의 신념도 이렇게 있는데 뭔가를 안 해본다는건 나한테 너무 손해다'라는 생각과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내 자신을 배신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을 만화로 담은 에피소드입니다. 오글거리는 에피소드입니다만 울면서 그렸던 것이 생각납니다. 


Q. 다른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게임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동물의 숲'이라고 인기가 많은 게임이고. 동물들이 사는 숲에 거주하게 되면서 유일한 인간이 나무도 심고, 물고기도 잡고 하면서 집 대출금을 갚아가며 집을 점점 키워 나가며 그 마을에 정착하는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흔히 힐링게임이라고 알려진 게임입니다만 제 플레이를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내가 싫어하는 과일 나무는 다 베고, 제가 좋아하는 과일 나무만 심었던 순간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리고 단방향적이고 일방적인 관리를 한 모습을 보니, 갑자기 게임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더라고요.

A. '스타듀 밸리(STARDEW VALLEY)'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되게 아늑하고 따뜻한 귀농 이야기로 시작해서,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농장을 꾸미며 시작하거든요.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저는 미국 대농장주처럼 광활한 평야에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알아서 돌아가게 만들어 놓고, 아침에 눈 뜨면 수확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더라고요. 그것을 보면서 '게임 설계 방식이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흐른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가진 욕심과 욕망이 게임을 이렇게 흐르게 만든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거든요. 어느 쪽이든 간에 내가 참 상상력이 부족하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게임 속 즐거운 세상에서도 기존에 살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무조건 많이, 빨리 그리고 쉽게 생산하는 것 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대량 생산과 자동화가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이고, 이런 편리함 속에 우리는 신체적으로 자유를 얻어가는 과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 배달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보면 느끼게 돼요. 하지만 이런 자유와 편리함은 그 속에 항상 부작용을 동반해요. 인간은 좀 더 편한 것을 선택하려고 하는 자유의지가 있는 만큼,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살려고 하는 능동적인 태도를 하기 위한 자율의지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어려울 수 있지만 능동적인 태도의 자율의지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물론 제가 반골 기질이 있다 보니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 그림 3, ConcernedApe에서 개발한 인디 게임 '스타듀 벨리' ]


Q. 답변을 들어보면 어떻게 살아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좀 더 자유로운 상상도 필요하지 않나 싶긴 합니다. 작가님이 상상하시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A. 저에게 주시는 많은 질문들 중 일부는 저에게 어떤 유토피아를 기대하시고 이야기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에 부응하는 상상을 해봅니다만 그런 세상이 갑자기 딱 생길 수는 없어요. 저는 좀 더 풀과 나무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싼 땅 값을 생각하면 높은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게 어떤 분들에게는 좀 더 합리적이라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만 풀과 나무가 많은 곳에서 동물들과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숨 쉴 수 있는 틈이 있는 그런 도시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이웃 공동체가 너무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환경문제가 이웃과 마을 개념이 사라지면서 생겨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여러 물품이나 물건들을 마을 단위로 사면 더 절약되고 아낄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그리고 마을이 있다면 일부 자급자족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생겨나게 되거든요. 어쩌면 위에 이야기 드린 것 같이 제 빈곤한 상상 속의 세상은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공개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는 게 부담스럽진 않으시지요. 

A.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4)'라는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가 있어요. 대서양 횡단을 하는데 비행기를 안 타고, 무동력 배를 이용한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졌어요.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초호화 태양광요트이다' 등으로 말이지요. 사람들은 실천하지 않으면서도, 실천하는 사람들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이런 부분들을 보면서 저도 겁을 많이 먹었죠. 일상툰이 무서운 게 소재가 다 저에게서 비롯된 것이다보니 어디까지 사생활을 이야기해야 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작품에서 좋은 부분만 보여주진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흑화 된 버전'의 이야기들도 담고 있어요. 저의 이야기는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을 믿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4) 그레타 툰베리(스웨덴어: Greta Thunberg): 스웨덴의 환경운동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기후변화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절망감에 빠졌고, 11살 때 우울증을 겪으면서 아스퍼거 증후군과 강박장애 및 선택적 함묵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밖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행동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휴학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2019년 타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다.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선정되었다 -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A%B7%B8%EB%A0%88%ED%83%80_%ED%88%B0%EB%B2%A0%EB%A6%AC)



Q.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과연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게실까 싶었습니다만 독자분들의 사랑으로 출간도 하게 되었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다음 시즌은 기존 보다는 어두운 톤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아무쪼록 다음 시즌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현재 구희 작가의 기후위기인간은 3시즌 "귀여운게 좋은데, 기후변화는 어떡하죠?" 연재를 시작하였습니다)


필진이미지

남경화

프리랜서 웹툰 PD
웹소설 원작 작품 기획 및 각색을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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