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힙합'의 작가, 김수용님을 만나다.
Q1 ‘힙합’이라는 작품으로 대한민국 비보잉계 1세대의 대명사가 되었는데요. 만화 그리는 ‘날라리’와 춤추는 ‘날라리’는 어쩌다 한몸에 들어가게 된 건가요? 청소년 시절 활동했다는 만화동아리 ‘오합지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초등학생 때 어머니께서 무용학원을 운영하셨습니다. 당시엔 고전무용과 에어로빅을 타임별로 나눠서 운영하셨는데, 당시 새소년, 소년중앙, 보물섬 등을 어머니 학원에서 보면서 만화가의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보고 듣던 것이 춤과 음악이었죠. 그러던 중 6학년 때 마이클잭슨의 등장으로 스트리트 댄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운좋게 어머니의 무용학원에서 연습할 장소가 저는 있었죠. 때문에 어머니 일과가 끝나실 때까지 수업시간에는 그림을 그리면서, 쉬는 시간엔 춤을 연습하면서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뭐, 공부와는 담을 쌓았습니다만, 어머니께서는 적극 지원해 주셔서, 그림 그리며 춤추는 날라리(?)로 훌륭하게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웃음)
오합지졸이라하면 고등학교생때 옆학교에 그림 잘그린다는 애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친구들과 만남을 가진적 있었습니다. 그친구들의 그림을 보고 충격에 빠져 더욱 정진해야겠다 생각하고 그림연습을 더 했던 것 같아요. 그친구들과 함꼐 동아리를 만들었고, 그것이 오합지졸이었습니다. 마침 그친구들도 저만큼 춤을 좋아했고, 춤을 잘 췄기 떄문에 더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 친구중 한명이 “레드블러드”의 김태형 작가고, 후배로는 “삵의 발톱”의 손영완 작가가 오합지졸 출신입니다.
Q2 단행본 24권,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역대급 작품 ‘힙합’ 이후 후속작 또한 <부갈루>, <위킷>, <스트리트잼> 등등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 <진조크루>까지, 댄스나 힙합을 내용으로 한 작품에 천착하는 외길인생입니다. 힙합이 미치게 좋아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돈맛을 봐서 그런 건가요?
돈맛...이라 (웃음)
제가 댄스에 너무 열정적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냥 춤이 좋고, 랩이 좋고, 그림이 좋고, 디제잉이 좋습니다. 취미로 작업이 끝난후 화실에서 DJ 콘트롤러로 디제이 생활도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프로에 미치는 실력은 아니지만요. 그 요인이 제가 가진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Q3 힙합이 시대를 휩쓸었던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과 <쇼미더머니>로 대변되는 최근 힙합씬의 차이점이나 각각의 느낌을 평가해주신다면?
힙합을 연재할 당시(1996년 12월)와 지금의 힙합 씬은 눈에 띄게 확연히 달라졌죠. 당시엔 이상한 머리에 똥싼 바지입고 바닥이나 쓸고 다니는 불량 청소년으로의 인식이 강했다면, 현재에 와선 당시 어른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젊은이들이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는겁니다.
공부해라, 오락하지마라, 춤추고 오락실가면 밥이 나오냐 빵이 나오냐 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 우리나라 젊은 비보이들은 세계적인 비보이들이 늘어났으며, 오락실 가다가 걸려서 매맞던 친구들은 프로게이머가 되어 역시 국위선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브레이킹이 선정되었죠.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당시엔 이런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 역시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Q4 비슷한 얘기로, 출판잡지 시대의 만화와 최근 웹툰 시대의 차이점 또는 소감은?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리 디지털 시대가 되고 웹툰으로서 명맥이 이어져 가고는 있지만, 출판 만화와 웹툰 시장이 서로 공생해야 하는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국내 출판 업계는 이미 죽었다! 말 하더라도 점프와 챔프는 아직 발행 중이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아직도 출판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이 원소스 멀티유즈로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물론 국내 웹툰시장이 일본을 앞질러, 앞서 말한 원소스 멀티유즈의 행보를 가고 있기는 하지만, 출판만화와, 웹툰. 서로 윈윈하는 시장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Q5 만화가로서 작가님의 최고 미덕은 역동적인 동세 표현과 당시 우리 만화계엔 흔치 않았던 과감하고 화려한 카메라 워킹 연출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를 위해 특별히 힘을 쏟은 ‘비법’이나 훈련 같은 게 있었나요?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내 만화의 강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당시엔 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데뷔 후 받은 첫 원고료를 캠코더구입에 몽땅 질러버렸고, 이후 캠코더를 들고 춤추는 사람들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발로 뛰어다녔죠. 이태원 문나이트든, 부산 용두산 공원이든, 그냥 닥치는대로 뛰어다녔습니다.
그 자료를 삼아 한컷 한컷 분석해가며 화폭에 옮긴 거죠. 물론 제가 춤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니 가능한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만화의 강점이라...그냥 힙합 꼰대가 그려내는 “힙”한 게 강점 아닐까요? 요즘 후배들의 그림과는 조금 차이가 많은 예전 그림이긴 하지만요 (웃음)
Q6 디제잉도 하시는 걸로 아는데, 작가님의 디제잉 실력에 대해 “김수용은 계속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세간의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네. 디제잉은 술 마시고 취미로만 하겠습니다. (웃음)
Q7 <기계전사109> 김준범 작가의 문하생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준범 작가님 욕 좀 해주세요.
제가 감히 스승님을 욕을 하다니요?
우리 선생님은 참 착하십니다. (흠흠)
선생님, 사랑해요.
Q8 아들은 만화가, 딸은 댄스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아는데, 요즘 가족의 근황은 어떤가요?
현재 아들은 웹소설 작가로 준비 중입니다. 희한하게도 그림을 파더니만 요즘 글을 파고 있네요.
딸은 취미로 댄스를 하며, 현재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며 지냅니다. 하지만 타투이스트라는 직업 역시 만화와 비슷해서 수입이 일정치 않기에
최근에 직장에 들어가서 예쁨 받으며 직장생활 하고 있습니다. 마침 상사가 제 팬이라길래 단행본에 사인 해드렸습니다.
Q9 차기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압니다.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 대략적인 ‘스포’ 부탁드립니다.
현재 힙합 완전판을 작업하며, 신작을 준비중입니다만, 시작에 대한 내용은 역시 김수용다운 작품이다 생각해주시면 좋을 듯 싶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