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03] “솔직할 때 가장 나다운 것 같아요” - 이쨍쨍 작가

지난 9월 3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시간,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의 대담 지상중계.

2026-10-27 이철호

<캠퍼스의 로망> 이쨍쨍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와 사람, 그리고 꾸준히 창작하는 삶


귀엽고 동글동글한 그림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유머,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서늘하고 때로는 아픈 이야기. 이쨍쨍 작가의 만화를 읽다 보면 그림이 주는 첫인상과 이야기의 깊이 사이에서 몇 번이고 놀라게 되는 경험을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한유희 평론가가 말해준다.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발표자료 중.


<정의의 히어로>에서는 정의로운 영웅의 속물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솔직히 말해서>에서는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을 통해 솔직함의 의미를 묻는다. 최근작 <캠퍼스의 로망>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보여준다.


작품마다 소재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사람들은 왜 서로를 오해하는가.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 그리고 누군가가 무너질 때 그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무엇인가.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이제 그 주제를 가지고 한유희 평론가와 독자는 이쨍쨍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본다. 

그리고 한유희 평론가와의 대담에서 만난 이쨍쨍 작가는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설계할 때는 한 치의 어긋남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치밀한 창작자이지만, 자신이 만든 인물의 대사를 쓰다가 카페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유튜브와 이모티콘 작업을 즐기면서도 웹툰의 이야기가 흔들리는 일만큼은 견디기 어려워하는 작가로서의 고민도 솔직히 드러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복잡한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어렵게 포장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거창한 창작 철학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 나가는 삶에 가까웠다.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귀여운 그림 속에 숨겨진, 사람을 향한 질문


이쨍쨍 작가의 만화는 종종 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 장면이 왜 벌어졌는지 질문하고, 그 안에 놓인 인물들의 관계를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확장한다.

<캠퍼스의 로망>도 그랬다. 고깃집에서 사람들이 고기와 쌈을 던지며 싸우는 난장판. 그 한가운데에서 유독 차갑고 서늘한 분위기의 여자가 웃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럼 왜 이 아이는 이 싸움 난장판에서 혼자 웃고 있을까 생각했어요. 어딘가에 복수를 하고 있는 아이라서 원하던 상황이 벌어졌구나 싶었죠. 거기서 시작한 작품이에요. 보통 그런 식으로 장면이나 움직이는 영상 같은 느낌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요. 거기서 앞뒤 이야기를 채워나가고 어떤 주제를 전하면 좋을까를 붙이는 것 같아요.”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발표자료 중.


이야기의 출발점은 다소 엉뚱하지만, 완성까지의 과정은 치밀하다. 이쨍쨍 작가는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결말을 거의 정해놓고, 각 회차가 어디에서 끝나야 하는지까지 계획한다. 이야기의 전체 구조가 흔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보다 이야기다. 한유희 평론가가 완벽한 콘티에 작화가 힘든 상황과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만 이야기가 찜찜한 상황 중 어느 쪽이 더 괴로운지 묻자, 작가는 망설이지 않고 후자를 선택했다.


“스토리가 찜찜한 거요. 그거는 답이 없어요. 작화가 지옥인 건 시간을 더 할애해서 하면 되는데, 스토리가 찜찜한 건 완전 초기부터 다시 갈아엎어야 되거든요. 콘티가 안 나오면 저는 작화 시간을 줄여서라도 콘티에 시간을 더 썼던 것 같아요.”


독자가 작품의 반전을 미리 알아채는 것에 대해서도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저는 차라리 반전을 맞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 회까지 아무도 눈치 못 채면 스토리가 실패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정도는 독자도 눈치를 채고 이야기를 같이 따라와야 되는 게 맞아요. 아무도 눈치 못 챘다면 이야기 설계를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반전을 감추는 것보다 독자가 이야기를 납득하며 따라오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쨍쨍 작가에게 이야기는 작가 혼자만 아는 비밀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가까운 듯하다. 

그렇지만 치밀하게 이야기를 설계하는 작가도 작품의 결말을 바꿀 수밖에 없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솔직히 말해서>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이야기가 그렇다. 

원래 도깨비는 마지막에 소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예상보다 깊어졌고, 작가는 그 결말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이 친구들이랑 관계가 생각보다 되게 돈독해진 거예요. 그래서 도깨비가 그냥 소멸해버리면 너무 슬플 것 같았어요. ‘도깨비별’로 변해서 한 산에 매여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을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바꿨거든요.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바꾼 거죠. 모두에게 해피엔딩일 수 있도록요. 저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결정에는 어린 독자들을 향한 마음도 있었다. 이쨍쨍 작가는 그들을 ‘아기 독자님들’이라고 불렀다. 

“저희 아기 독자님들이 DM을 가끔 보내주세요. 학원 갔다 와서 보겠다, 시험 기간에 못 본다, 이렇게요. 너무 귀엽잖아요.” 


독자를 향한 애정은 작품 속 인물에게도 이어진다. 작가는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편이며, 슬픈 대사를 쓸 때면 실제로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저는 글 쓰면서 울어요. 카페에서 혼자 추접스럽게 울면서 그린 적도 많아요. 대사가 되게 슬프거든요.”


<캠퍼스의 로망>의 주인공 지희는 특히 마음이 쓰이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여러 상실과 상처를 겪은 인물이기에 작가는 그가 잘되기를 바랐고, 지희의 독백과 대사를 쓸 때 유독 많이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귀여운 그림 속에 담긴 아픈 이야기는 단순히 독자를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인물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 인물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솔직하게 말하기 직전에 용기가 반짝인다고 생각해요”


이쨍쨍 작가의 작품에서 반복해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관심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솔직히 말해서>는 말풍선과 속마음이 뒤바뀌면 어떨까 하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상대에게는 다정하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일상적인 상황이 뒤집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처음에는 말하는 말풍선이랑 속마음 말풍선이랑 바뀐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재밌잖아요. 친구가 배고프다고 하면 속으로는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 생각하면서도 입 밖으로는 ‘그래, 뭐 먹을래?’ 이렇게 하잖아요. 이게 바뀌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작품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속마음이 드러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


주인공은 소심해서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쉽게 하지 못하는 고등학생이다. 작가는 이 인물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하기를 바랐다.

“결국에는 솔직함의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솔직하게 얘기하기 직전에 내는 용기가 굉장히 반짝인다는 주제를 담았거든요. 그 능력은 결국 그 주제로 가기 위한 단계였던 거죠.”


솔직함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관계가 깨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작가 자신도 그런 순간에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했던 경험이 많다고 했다. 

“저는 사실 관계 중심적인 사람이어서 어느 순간에는 솔직하게 얘기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때 저도 말을 못 했던 적이 되게 많았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 되는 건지 알아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솔직함이 제일 무서운 능력이기도 한 것 같아요.”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캠퍼스의 로망>은 이러한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속마음이 아니라, 출처를 알 수 없는 말들이 사람을 어떻게 흔드는지에 집중했다.

“소문이 가장 먼저였던 것 같아요. 소문은 실체도 없고 출처도 불분명한데 퍼지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거든요. 고소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어요. 증거가 없어요.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떠도는 말뿐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휩쓸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의 배경이 대학인 이유도 있다. 대학에 처음 들어간 사람에게 그곳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질 수 있다. 관계가 좁고 밀접할수록 누군가에 대한 소문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대학에 처음 가게 되면 거기가 되게 큰 사회 같거든요. 내 전부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그곳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제가 다녔던 대학도 시골에 있어서 정말 그곳이 사회의 끝처럼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이 소문의 폭력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그 속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하루를 더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캠퍼스의 로망>에서 지희를 돕는 연산홍이라는 인물에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제가 연산홍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단 한 사람이 제가 될 수도 있고 누가 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각자가 그 한 사람이 되는 걸 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대답은 이쨍쨍 작가의 작품을 다시 보게 만든다.

<솔직히 말해서>에서 솔직함은 관계를 흔들지만, 동시에 인물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캠퍼스의 로망>에서 소문은 사람을 무너뜨리지만, 누군가의 믿음은 다시 살아갈 힘이 된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만 결국 사람을 통해 회복될 수도 있다는 믿음. 작품의 장르와 소재가 달라져도 이쨍쨍 작가가 계속해서 관계를 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발표자료 중.


계획적인 작가, 솔직하고 유쾌한 사람


이쨍쨍 작가를 작품 밖에서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웹툰뿐 아니라 유튜브 브이로그와 이모티콘,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꾸준히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담에서 작가는 자신을 웹툰 작가이자 유튜버라고 소개했다. 가끔은 ‘아이돌’이라는 말도 듣는다며 웃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예쁘게 입고 다녀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그냥 감사해서 자랑하고 싶었어요.” (웃음)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웹툰 작업에는 마감이 있지만 유튜브에는 정해진 마감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오랫동안 영상을 찍고 편집해 왔다. 특별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대부분 휴대전화로 해결한다. 

“유튜브는 정말 취미이기 때문에 제 핸드폰 용량이 거의 다 찼을 때 편집해서 올려요. 그게 마감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있어요.” 


영상에 담는 것은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나 이쨍쨍 작가는 하루하루가 똑같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매일매일이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찍다 보면 매일매일 되게 달라요. 우리가 진짜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데 막상 영상으로 기록해 보면 하루하루 되게 다를걸요. 그래서 항상 다른 영상이 나올 수밖에 없더라고요.”


유튜브를 계속하는 이유도 단순하다. 자신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기록해 놓으면 먼 훗날 다시 볼 수 있다. 

“우리가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않잖아요. 다시 돌아가서 보면 되게 재미있어요. 한 70살 때 지금의 영상을 보면 또 색다를 거란 말이죠. 그래서 저는 노년을 위해서 지금 투자하는 느낌이에요. 특히 여행 영상 같은 건 여행 가서 뭘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영상으로 다 기록해 놓으니까 다시 보면 재미있어요.”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발표자료 중.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는 데에도 분명한 기준이 있다. 민낯을 보여주는 것은 괜찮지만 집이나 작업실 주변은 노출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등장하는 장면도 모자이크 처리한다.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안전과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만화에서 다루었던 솔직함과 실제 생활에서의 솔직함은 얼마나 다를까.


“저는 계속 솔직하려고 하는 타입이거든요. 어차피 거짓말을 해도 다 들킨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 티가 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오히려 만화에서는 조금 가려야 하는 것들이 있죠. 이야기를 여기까지 보여줘야 다음에 따라오는 게 있으니까요.”


이어서 작가는 자신의 성격을 설명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는 사실 사람들이 솔직할 때 매력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할 때가 가장 나답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다 하고 다니는 편인 것 같아요.”


이 말은 이쨍쨍 작가의 작품과 일상을 함께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웹툰에서는 독자를 위해 정보를 조절하고 이야기를 치밀하게 설계한다. 그러나 자신의 생활을 기록할 때는 가능한 한 꾸밈없이 보여주려 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계획성과 한 사람으로서의 솔직함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그의 유머도 이런 태도와 맞닿아 있다. 웹툰 작가가 주인공인 영화 <히트맨>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거기에 있는 모습이 실제 웹툰 작가의 생활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손 다치면 안 되는데 유리병을 손으로 깨고, 저런 근력이 없는데 거꾸로 매달리고 그러잖아요. 웹툰 작가 중에 그런 근력 있는 사람 없거든요.” (웃음)


웹툰이 연재되면 스스로 홍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았다.

“웹툰이 올라가면 자영업자 같은 느낌으로 계속 저를 홍보해야 되거든요. 간절한 마음이죠. 봐주세요, 재미있으니까 봐주세요. 쿠키 좀 써주세요, 하는 마음이죠.”


작가의 유쾌함은 작품의 무거움을 덜어내는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진지한 이야기를 만들면서도 자신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설명하지 않는 사람. 이쨍쨍 작가에게서는 그런 자연스러운 균형이 느껴진다.

“떨어지면 안 됐나 보다 하는 거죠”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세 번째 대담 이쨍쨍 작가 × 한유희 만화평론가, 발표자료 중.


웹툰, 유튜브, 이모티콘 등 여러 활동을 병행하는 이쨍쨍 작가. 그러나 자신이 특별히 많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편이고, 지금도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선물로 나눠준, 한유희 평론가가 감탄을 하는 이모티콘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실적인 이유에서 제작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모티콘은 생계를 위해서 한 게 조금 더 크긴 해요. 일을 안 해도 조금씩 들어오니까 꽤 쏠쏠하거든요.”


물론 처음부터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모티콘은 열댓 번 가량 심사에서 떨어진 뒤에야 첫 승인을 받았다. 

“별 기대가 없으니까 기대 없이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됐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인사이트라기보다는 그냥 꾸준히 했던 거, 그게 제일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창작을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을 때도 답은 비슷했다. 특별한 영감이나 재능보다 계속 시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패를 대단한 성장의 서사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공모전이나 플랫폼 투고, 이모티콘 심사에서 떨어졌을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했다. 


“떨어지면 왜 떨어졌는지 안 알려주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알아서 추측해야 돼요. 그냥 안 됐나 보다 하는 게 사실 마음먹기에 좋지 않을까요? 저도 떨어지면 안 됐나 보다 해야 돼요. 다 똑같더라고요.” 


웹툰 작가가 된 과정도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를 향해 달려온 이야기는 아니었다. 

친구를 따라 만화 학원에 갔다가 만화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만화를 잘 그리는 친구들을 보며 자신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 작가는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교수님 연구실 문을 두드려서 ‘저 만화 못 그립니다. 알려주세요’ 했어요. 그리고 ‘교수님, 이거 검사 안 해주시면 저 못 그립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오겠습니다. 교수님 여기 계시죠?’ 이렇게 해서 그다음에 20장을 바로 그려봤어요.” 


그렇게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공모전에도 도전했다. 이후 도전만화와 베스트도전을 거쳐 만화경에서 연재를 시작했고, 경력을 쌓은 뒤 네이버웹툰에도 작품을 투고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거창한 결심보다 일단 시작해 보는 행동력이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하고 싶은 것은 직접 해보고, 잘되지 않으면 다시 시도한다. 

솔직함은 주변뿐만 아니라 작가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듯하다. 본인이 보는 것, 하고 싶은 것에 솔직히 반응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렇게 대담은 마무리되었고, 미리 받은 질문지와 현장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역시 솔직하고 직선적인 이쨍쨍 작가의 대답이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돌아왔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미술학원에서 몇 달째 만화만 그리는 아이에게 다른 미술 활동도 권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보호자의 질문이었다. 이쨍쨍 작가는 이미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친구는 알아서 잘 좋아하는 걸 찾았다는 느낌인데요. 그냥 좋아하는 거 두세요.” 


그러면서 만화 외의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만화를 그리려면 사람과 부딪히고 살아야 되거든요. 다양한 활동을 밖에서 찾아보다 보면 좋은 경험이 돼서 또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어요. 작가가 안 되더라도 어릴 때는 나가서 수영도 해보고 한강에서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도 보고, 이런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만든 이모티콘을 선물하고 있는 이쨍쨍 작가.


만화를 잘 그리는 기술만큼이나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중심에 언제나 사람과 관계를 놓는 작가다운 대답이기도 하다.


이쨍쨍 작가는 현재 새로운 작품도 준비하고 있다. 기억을 잃은 귀신과 초등학생이 함께 귀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추리극이다. 아직 연재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치밀하게 설계된 사건과 반전,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들. 새로운 작품에서도 이쨍쨍 작가의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담을 마치며 다시 떠오르는 것은 그의 솔직하고 담담한 말들이다. 


사인을 남겨주는 이쨍쨍 작가.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고치고, 인물이 불행해지면 함께 울고, 독자의 댓글에는 직접 답을 남긴다. 좋아하는 일은 꾸준히 이어가고, 실패했을 때는 ‘안 됐나 보다’ 하고 다시 다음을 생각한다. 

귀여운 그림 뒤에 날카로운 질문을 숨겨놓고, 치밀한 이야기 안에 누군가를 믿어주는 한 사람을 남겨놓는 작가.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서는 솔직할 때 가장 자신답다고 말하는 사람.


이쨍쨍 작가의 매력은 작품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었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는 일상에서도 같은 매력이 드러나고 있었다. 



필진이미지

이철호

만화웹툰전문매거진 위클리툰 대표기자 
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 회원


관련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