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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베란다> 이제 작가 인터뷰

웹투니스타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던 작가들이 많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중 한 작가의 인터뷰를 드디어(!) 해냈다. <밤의 베란다>로 데뷔한 이제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찾아온 봄날, 이제 작가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2017-04-27 웹투니스타



웹투니스타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던 작가들이 많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중 한 작가의 인터뷰를 드디어(!) 해냈다. <밤의 베란다>로 데뷔한 이제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찾아온 봄날, 이제 작가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웹투니스타(이하 웹) : 반갑다. <밤의 베란다>는 우리가 57회에 리뷰를 한 적이 있다. 거의 100주 전에 리뷰 했던 작품이니만큼 완결된 이후 바로 모시려고 했었다. 마침내 찾아뵙게 되어 기쁘다.
A. 이제 : 불러주어 고맙다.

Q. 웹 : 정보를 찾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필명도 필명이고, 실제로 뭐가 많이 없기도 하다. ‘이제’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 ‘자 이제 시작이야’ ‘나도 이제 작가’ 같은 이야기만 나와서 당황했다. 필명 ‘이제’는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
A. 이제 : 원래 ‘잼마요’라는 필명을 썼다. 잼마요는 식빵에 딸기잼 반, 마요네즈 반을 발라 먹는 음식이다. 정말 맛있다. 그래서 누군가 내 작품을 읽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지었는데, 박정서 PD가 정말로 이 필명을 쓸꺼냐고 묻더라(웃음). 이름과 비슷한 필명을 찾고자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루이제 린저’라는 <삶의 한가운데>를 쓴 작가가 있다. 거기서 ‘린저’를 가져오려고 했더니 이번엔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의 줄임말이더라. 그래서 ‘이제’를 가져왔다.

Q. 웹 : <밤.베>는 공모전으로 데뷔하게 된 작품이다. 당시 공모전 수상작들 중 가장 오래 연재한 작품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웹툰을 준비했다고 알고 있다. 원래 이 길을 가려고 했나? 그럼, 공모전을 준비한 이유가 있을까?
A. 이제 : 원래 출판만화를 준비했었다. 어릴 때 만화란 출판만화 뿐이었으니까. 출판만화를 준비할 때는 명절에 받은 용돈을 모아서 알파문구에서 스크린톤을 사서 쟁여놓고 그랬었다. 출판만화는 흑백이라 색 공부를 하나도 안했다(웃음). 공모전을 준비한 이유는 바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공간에 연재하는 방식은 언제 결과가 나올지 모르고, 너무 지난한 기다림이라.

Q. 웹 : 거의 3년을 연재했다. 작품을 준비한 기간은 얼마나 되나?
A. 이제 : 본격적으로 준비한건 공모전 전 1년 정도다. 공모전 후 1년 정도를 준비해 2년을 준비했다. 그 기간 동안 스토리에 자신이 없어서 스토리 위주로 준비했다. 독자 분들 중에 “왜 이렇게 집요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자신이 없어서 더 열심히 쓴 게 아닌가 싶다.

Q. 웹 : 대사를 쓰실 때도 ‘본심’, ‘진심’, ‘거짓말’ 이 세 가지를 써놓고 이야기를 끌어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빙산의 일각을 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인터뷰에서 엔딩은 정해놓고 연재했다는 말을 들었다. 진행이 되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
A. 이제 : 짧은 내용들이 이해를 위해서 길어진 정도? 거의 덩어리로 있었던 이야기들을 다듬으며 연재했다. 주변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좀 더 길어지고 자세하게 묘사됐다. 강서희, 안규호 같은 캐릭터는 원래 뺄까 했는데, 다 보고 나니까 주제부인 것 같아서 길게 연재됐다.

Q. 웹 : 예전에 리뷰 했던 <밤의 베란다>편은 들어봤나?
A. 이제 : 어머니가 되게 좋아하셨다. 굉장히 많이 들으셨다. 아마 카세트 테이프였다면 다 늘어나지 않았을까(웃음). 독자 반응을 댓글로만 받다보니까 육성으로 들을 기회가 잘 없다. 그래서 ‘아 독자가 진짜로 있는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초반에 유온이 욕을 먹을 때 댓글들을 보면 친구들이 달아주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Q. 웹 : 제목 <밤의 베란다>는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
A. 이제 : 제목을 안 짓고 일단 연재 준비를 했다. 2부 중반에 나오는 밤의 베란다에서 엎드려 있다가 모든 걸 알게 되는 그 순간. 베란다에 밤이 찾아오면 힘듦과 상처가 침식당하는 느낌이라 내용과 제목이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 짓게 되었다.

Q. 웹 : 오래 연재하고 완결한 소감은 어떤가.
A. 이제 : 시원섭섭하다. 콘티 작업을 24시간 카페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가서 했다. 완결 6개월 전에 마지막화 콘티가 나왔다. 그걸 완성하고 돌아오는데 너무 슬펐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밍기뉴를 제제만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만 알고 있던 친구들이 이제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독자들이 ‘살아있는 아이들처럼 느껴진다’고 해주셔서 많은 위안이 됐다.

Q. 웹 : <밤.베>의 캐릭터들은 사실 사랑받기 힘든 캐릭터들이다. 데뷔작에 이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서 연재하는 건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캐릭터들을 그릴 때 내면화를 하는 편인가, 아니면 타자화 하는 편인가?
A. 이제 : 타자화를 하고 싶다. 하지만 내면화를 하지 않으면 그려지지가 않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면화를 하게 된다. ‘냄새’라는 별명을 가진 캐릭터의 독백만 몇 장씩 있다. 그래서 외전을 그리고 싶었는데 결국 포기했다. 단지 욕먹는 캐릭터로만 그린 건 아니었다.
Q. 웹 : 주인공들의 정서는 극단적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우리 모두에게서 조금씩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이 말은 이런 캐릭터가 표현하는 모습이 실재하는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A. 이제 : 아무래도 그렇다. 온이는 1형 당뇨를 앓고 있고, 다른 친구들에게선 성격장애의 모습이 보인다. 실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기 때문에 좀 더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독자 분들 중에 실제 고통 받는 분들이 메일을 주기도 했었다.

Q. 웹 : 작품의 정적이면서도 어둡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작화도 한몫했던 것 같다. 빛이 번진 듯 한 표현이나 어두운 곳에 옅은 빛이 스며든 듯 한 표현이 눈에 띄었다. 혹시 채색할 때 작중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특별히 염두에 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이제 : 사실 색 칠하는걸 정말 싫어한다. 흑백만화를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입시학원에서도 선생님들이 ‘너는 색을 정말 촌스럽게 쓴다.’고 했던 기억도 있다. 색 못 쓰는 사람들이 원색을 잘 쓰는데, 그럼 나는 채도를 낮춰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밤의 베란다 분위기가 된 것 같다. 빛이랑 어둠을 잘 활용하면 분위기를 만드는데 탁월하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 대부분 시간대가 해질녘이거나 한낮, 한밤이다.

Q. 웹 : 이렇게 긴 스토리를 생각하다 보면 진행 등이 막히는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결했나?
A. 이제 : 답이 없는 것 같다. 한숨 자고 일어나던지, 카페에 나가있던지.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연재하는 분들은 다 완결이 날 때 가진 항상 일하는 상태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하면 내 고민과 섞이면서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 영감을 어디서 얻었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뭔가 반짝! 하고 떠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Q. 웹 : <밤.베>를 그리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고 보나?
A. 이제 : 아현이와 재희 얘기는 조금 아쉽다. 그건 외전으로 그릴만큼의 내용은 아닌 것 같고. 다른 걸로 아쉬운 얘기는 ‘냄새’라는 별명을 가진 윤지. 그런 이야기 말고는 괜찮은 것 같다.

Q. 웹 : 차기작은 어떤걸 생각하고 있나?
A. 이제 : 그게 정말 문제다. 소재를 보내면 PD가 가지치기를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만큼 많은 소재가 없다. <밤.베>때도 그랬다. 아마 심리 스릴러 장르를 해볼까 생각중이고, 다듬는 중이다. 한 사람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Q. 웹 : 이제 준비한 질문이 끝났다. 녹음한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A. 이제 :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데 내가 직접 듣지는 못할 것 같다. 내가 내 목소리를 듣는 게 되게 부끄러울 것 같다. 패널분들이 편안하게 해 주셔서 재밌게 잘 놀다가 가는 기분이다.

웹 : 다시 한 번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좋은 차기작 기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