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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만화로 새로운 미래 열어… 따봉맘 김수희 작가 인터뷰

프리미엄 콘텐츠 전문 플랫폼 네이버 포스트에서 육아 에세이 만화 ‘엄마가 되기까지’를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는 ‘따봉맘’ 김수희 작가를 만났다.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소소하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고 있는 ‘엄마가 되기까지’는 고정 독자만 3만 명에 매화 적게는 6만 명, 많게는 10만 명 가까이 울고 웃고 있다. 지난해 1월 연재를 시작한 이후 누적 조회 수가 무려 450만 뷰. 최근에는 베가북스를 통해 단행본으로도 묶여 나왔다.

2017-05-16 홍지민

프리미엄 콘텐츠 전문 플랫폼 네이버 포스트에서 육아 에세이 만화 ‘엄마가 되기까지’를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는 ‘따봉맘’ 김수희 작가를 만났다.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소소하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고 있는 ‘엄마가 되기까지’는 고정 독자만 3만 명에 매화 적게는 6만 명, 많게는 10만 명 가까이 울고 웃고 있다. 지난해 1월 연재를 시작한 이후 누적 조회 수가 무려 450만 뷰. 최근에는 베가북스를 통해 단행본으로도 묶여 나왔다.



사실 김 작가는 아마추어 만화가다. IT업계에서 일하다가 만난 남편과 결혼해 따봉이를 낳고 키우며 정신없이 일상을 보내다가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어렸을 때 어렴풋이 꾸었던 꿈을 꺼내들었다. 스스로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초보 만화가로 내딛은 한 걸음 한 걸음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엄마, 아빠와 예비부부들에게 웃음과 공감, 위로와 눈물을 전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경력 단절이 아니라, 어엿한 저자가 되어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보통 아마추어 작가들은 연재를 꿈꿀 때 네이버 도전 만화나 다음 베스트 도전 등을 통해 문을 두드리는데, 경로가 다르다.
A. 그림을 처음 시작하는 저에게는 도전 만화도 수준이 높은 곳이라 쉽지 않았다. 그림을 어느 정도 그려보고 스토리도 어느 정도 잘 짜는 분들이 도전해보는 공간이라 생각도 못했다. 일단 육아 이야기를 올려보고 싶어 블로그나 포스트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파워블로거인 지인이 포스트를 추천해줬다. 블로그는 이런 저런 잡다한 글을 모아 놓는 자신을 위한 커뮤니티 같은 느낌이라면 포스트는 전문적인 한 주제를 가지고 그 콘셉트로 글을 쭉쭉 올려 관리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블로그 보다 포스트를 통해 꾸준히 활동하다가 전문성을 갖게 되면 책도 내는 경우가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Q. 그렇다면 그림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은 없었는지.
A.  그림을 따로 배우지는 못했고, 초등학교 때 배운 미술이 전부다. 학창 시절 연습장에 짬짬이 그려보기는 했었다. 만화를 많이 좋아하긴 해서 언젠가 나만의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다. 회사 다니면서도 시간이 나면 언젠가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태블릿을 구입해 놓기도 했다. 구석에서 먼지만 쌓이던 태블릿을 애기 낳고서 꺼내보게 됐다.

Q.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체를 따라 가기 마련인데, 학창 시절에는 어떤 작품을 즐겨 봤는지.
A.  유명한 ‘원피스’라든지 ‘나루토’라든지 소년 만화를 좋아했었다. 남동생이랑 같이 용돈을 모아 만화책을 빌려 봤는데 동생이 추천하는 분야를 읽다보니 소년 만화를 더 좋아하게 된 것이다. 물론, 순정 만화도 읽기는 했는데 그런 게 더 재미있었다.

Q. 전공이 컴퓨터공학이고 IT업계에서 일한 점이 태블릿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A. 물론이다. 포토샵도 합성 이런 것은 잘 못하지만 어떻게 사용은 할 수 있는지 기본 개념은 갖고 있었다. 태블릿도 예전에 동생 것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그려서 올리면 되는지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Q.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지. 또 간단한 캐릭터체로 그리다가 마무리는 극화체로 하고 있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A. 지난해 1월 중순부터 시작했으니 1년 반도 안됐다. 사실 그림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수준이다. 쑥스러워서 극화체는 안올리려고 했다. 전문가가 보면 허점이 너무 많다. 애기가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극화체로 올렸더니 그 편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런 반응을 보고 독자들에게 극화체가 임팩트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마침 매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괜찮은 것 같아서 그대로 굳어졌다.

Q. 돌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그림을 시작한 것 같다. 한창 육아에 정신없을 때일 것 같은데.
A.  8~9개월쯤이었다. 너무 우울해서 시작하게 됐다. 애기 낳고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회사를 그만 두면 나한테는 무엇이 남을까, 애기랑 하루 종일 씨름을 하다 보면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24시간 중에 나를 위한 시간은 뭐가 있나, 24시간이 아니라 애기를 키우는 8~9개월 동안 나를 위한 시간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았다. 원래 남이랑 비교하는 성격이 아닌데 자꾸 SNS를 보며 누구는 회사 취직 했네, 누구는 어디 놀러갔네, 누구는 잘 나가네 하고 비교하는 나를 보고 내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그런데 내 상황은 애기가 품에 안겨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그러다 보니까 혼자서 이상한 생각까지 하게 됐다. 애기가 없어지면 내 생활이 돌아올까 그런 생각까지 하고 그러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친하게 지내던 언니에게 상담을 했다. 그 언니랑 이야기하게 된 계기도 언니를 질투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가장 마음을 주던 언니인데 나도 모르게 그 언니를 질투하고 있었다. 나랑 같이 자취하던 그 언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일 시작해서 잘 나가고 있는데 나는 집에서 초라하게 있고, 난 도대체 뭘까, 언니 잘 나가니까 너무 배 아프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너무 이상해서 언니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내가 요즘 이렇다, 내가 진짜 나쁜 사람인가보다 했더니 오히려 자신도 그런 상황이면 그럴 것 같다며 다독여 줬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하루에 한 번 10분이라도 가져 보라며 둘이 함께 1일 1그림 그리기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내가 그림 그려보고 싶다고 했으니 같이 그려 보겠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네이버 밴드에 한 컷씩 올리던 걸 모아서 포스트에 올린 게 시작이 된 거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점점 그림 그리는 속도가 빨라져 그릴 수 있는 컷 수도 늘어나고 아이를 키우는 요령도 생기다 보니까 아이가 잠든 1~2시간 사이에 그림을 그리는 여유도 생겼다. 집안일을 조금은 포기할 것은 포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게 됐다. 처음에는 하루에 10, 20분간 얼굴 하나만 그리고 올리던 그림이 나중에는 캐릭터도 정하게 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써보자 해서 스토리를 구성해서 오늘은 이 컷을 하나, 내일은 이 컷 하나를 그리는 식으로 모으게 됐다.

Q.  처음부터 연재가 목표는 아니었던 것 같다.
A. 맞다. 처음에는 그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이었다. 그 시간을 늘려 가다보니 그렇다면 해보고 싶었던 만화를 그려보자, 지금 딱히 주제가 없다면 내가 지금하고 있는 육아를 소재로 생활툰을 그려보자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Q. 반응이 뜨거울 것이라고 예상했었나. 언제부터 피드백이 있었는지.
A.  처음에는 조회 수가 1, 2 정도였다. 5화정도 그렸을 때 반응이 왔는데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다. 그때 마침 네이버에서 ‘맘 키즈’라는 새로운 판을 키우며 콘텐츠를 채우던 시기였는데 내 육아일기가 담당자 눈에 띄어 메인에 노출됐다. 댓글이 한꺼번에 몇 십 개가 넘게 달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냥 조용히 저 혼자 끌고 갈 포스트라고 생각했는데, 관심을 받으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Q. 지금은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지.
A.  한 주는 엄마가 되기까지를 주제로 스토리를 만들어 정성껏 채색까지 해서 길게 올리고 한 주는 제가 겪는 하루 일상을 간단하게 올리는 식으로 연재하고 있다. 길게 올리는 주는 그 주의 짬나는 시간 모두 그림만 그린다고 보면 된다. 애기가 잠들면 보통 2~3시간 그리고 잘 수는 있다. 애기 낮잠 시간도 1시간 그리면 하루 평균 3시간씩, 주말까지 보태서 일주일에 20시간 가까이 스토리 구성하고 선 그리고 채색하고 한다. 아직은 많이 미숙하다. 짧게 그리는 주는 절반도 안 되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Q. 육아와 그림을 병행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A.  정말 급할 때는 애기를 안고도 그림을 마무리하던 때가 있었다. 애기가 아파서 열이 났는데 독자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아픈 애기 옆에서 컴퓨터를 켜고 물수건 한 번 적셨다가 그림 그리고 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너무 실망했던 날이 있었다. 엄마한테 애기가 우선이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나도 애기한테 너무 미안했다. 그게 뭐라고 애기한테 그랬나 싶기도 했다. 따봉이가 좀 크고 나서는 급할 땐 뽀로로를 틀어주고 그림을 그렸던 적도 있다.

Q.  집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A.  남편은 긍정적이었다. 자기 캐릭터도 졸린 낙타로 그려 달라고도 했다. 그런데 낙타를 그리기가 어렵더라. 연습하다가 포기하고 합의 본 게 지금의 캐릭터다. 가끔씩은 자기 이야기도 좀 잘 써 달라, 그려달라고도 한다.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는 집안일에 많이 신경 쓰지 못하는 걸 아쉬워하는 부분은 있다.

Q. 작품을 보면 매우 꼼꼼한 성격인 것 같다. 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는 지.
A. 에버노트 같은 메모장을 이용해서 핸드폰이나 노트북에, 급할 때는 손으로 라도 그날 인상 깊었던 일들을 항상 적어 놓는다. 그래야 그것들을 모아서 다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오늘 이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하고 쭉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그동안 적어 놨던 것들을 퍼즐처럼 모으는 거다. 요즘 따봉이가 이런 모습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떼를 많이 쓰는 데 이번엔 이 주제로 써볼까 마음먹으면 떼와 관련된 것을 묶어서 쓴다. 그렇게 하니까 아주 소소한 일상까지 한 컷 한 컷에 녹이게 되는 데 그런 점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Q. 작품을 읽다 보면 엄마도 성장한다는 느낌이 많다. 엄마가 되기 전과 후는 어떻게 다른지.
A.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아서 크게 달라졌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원래 무신경하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할 줄 모르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부터 생각하는 성격이었는데, 아기를 키우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을 걱정하고, 컨디션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내 성격의 바닥까지 들여다보게 됐다. 내가 이런 성격의 이런 모습이었구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구나, 돌아보게 됐다. 아기가 커간다기보다는 내가 커가는 것 같다. 엄마가 된 후로 바뀐 것은 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됐다는 거다.

Q. 그림을 그리는 자체가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A. 만화이면서 육아일기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적고 그림을 그리고 하면서 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아이에게 내가 이렇게 했었구나, 이런 게 부족 했구나 그런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댓글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이렇구나, 나랑 같은 입장인데 잘 참아내고 이겨내고 현명하게 극복하고 있구나 그런 것을 보면서 위로 받기도 한다.

Q. 따봉이가 글을 깨치면 작품을 보여줄 것인지.
A. 따봉이가 어릴 때 읽으면 너무 서운할 것 같다.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이야기 밖에 없으니까 애기는 이해하기 힘든 엄마의 감정일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는 게 아이가 예쁘다, 귀엽다 이런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엄마로서 겪는 상황들이 지금 너무 힘들다 이런 감정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나중에 따봉이가 결혼하고 엄마가 된 다음에 봤으면 좋겠다. 너도 지금 힘들겠지만 엄마도 너랑 똑같은 과정을 겪어서 엄마가 됐으니까 너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로 보여주고 싶다.

Q. 다른 육아 일기를 보면 시부모님이나 남편에 대한 섭섭함이 담기기도 하는데.
A. 그림 그리다가 시간이 없을 때 어머님이 많이 아이를 봐주시기도 했다. 많이 격려해주신다. 솔직히 남편 흉은 조금 넣고 싶었다. 남편이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성에 안차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경험을 해봐서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집에 와서 늘어져 있는 날이면 섭섭하기도 하다. 정말 솔직하게 쓰고 싶은 날도 있기는 했는데 내 글을 읽는 분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편 흉 보다는 아이와 나에게 초점을 맞춰서 아이와 나의 관계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흉을 보면 그 순간은 재미있고 유쾌한데 지나고 나면 찜찜하다. 그런 글을 읽고 나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도 없다. 내 포스트를 찾아주는 분들이 지친 삶 속에서 따뜻한 가족이, 따뜻한 하루가 있었지, 나도 힘내보자 하는 긍정적인 힘을 얻어 가기를 바란다. 솔직히 남편 흉은 살짝 돌려서 칭찬하듯이 하곤 한다.

Q. 당연히 주 독자층은 또래 엄마들이겠다.
A. 기본적으로 엄마들이 많이 읽으시는 데 예비 맘도 보고 계시더라. 애기가 많이 큰 분들도 읽으며 애기 어릴 적을 돌아보는 경우도 있다. 아빠 독자들도 있다. 아빠들은 안 읽겠지 했는데 같은 아빠로서 따봉이 아빠를 응원하는 분들도 있더라. 아내가 읽으면서 맨날 우니까 도대체 뭘 읽으며 그러냐면서 부부가 함께 보게 됐다는 경우도 있다. 힘들다는 내용으로 글을 썼을 때는 아내 분들이 은근슬쩍 남편에게 공유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도 남편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올린 글이긴 한데 읽는 분들도 자신이 직접 말하기는 뭣하지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SNS 등으로 남편과 공유를 하는 거다.

Q. 가장 호응이 좋았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A. 애기 재우는 이야기였는데 눕히기만 하면 깨고 해서 등 센서라고 한 이야기가 인기가 많았어요. 애기를 봐달라고 했더니 글자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던 남편에 대한 이야기, 내가 잠든 사이에 아기가 남긴 흔적들을 보면서 아이의 마음이 오늘 이랬는데, 나는 그걸 몰랐다며 쓴 이야기들이 반응이 좋았다. 내가 잠든 후 이야기를 그릴 때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늘 힘들고 우울해 남편이 위로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쓴 글들이 공감을 많이 받기도 한다.

Q. 댓글을 보면 위로가 됐다는 분들이 많아 보람도 있을 것 같다.
A. 보람보다도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다. 내가 이 분들을 달래줬구나 이런 마음이 아니라 이 분들도 나랑 똑같구나, 같은 상황이었구나, 나만 혼자가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포스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나만 혼자인 것 같고, 나만 이상한 사람 같았다. 나만 아이에게 이렇게 못하는 것 같았고, 못난 엄마라는 생각에 갇혀서 혼자 우울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욕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올렸던 글, 솔직한 고백에 나도 그렇다는 댓글들이 달린 것을 보며 다들 같은 거구나 그렇다면 나도 속상해 하지 말고 좀 더 씩씩하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위로를 받았다.

Q. 언제까지 그릴 것인지 생각해봤는지.
A. 당연히 생각해봤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20화도 못 그리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릴 수 있는 한 쭉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지금 둘째도 생겼는데 따봉이와 둘째 사이의 이야기로도 이어갈 수도 있을 것 같고, 아이가 크면 크는 데로 큰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찾아주는 분들이 있는 한 쭉 그리고 싶다.

Q. 베가북스에서 단행본도 나오는데.(인터뷰가 단행본 출간 직전에 이뤄짐)
A. 20화 쯤 그렸을 때 연락이 왔어요. 워킹 맘인 출판사 이사님이었는데 휴가 가서 우연히 읽고 연락을 주셨다. 단행본은 연재분과 조금 다르게 하고 싶었는데 크게 바꾸진 못했다. 짤막하게 생각나는 글들을 추가한 정도 외에는 거의 같다. 그림을 처음 그리다보니 초반 그림체와 지금 그림체가 너무 달라서 초반 10화 정도를 다시 그렸는데 그 작업이 빡빡했다. 저를 많이 도와준 파워블로거 언니가 책 내는 것은 자식이 하나 생기는 것 같다고 했는데, 애기 낳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노력한 결과물이 책으로 나오고 서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뿌듯하고 신기하다.

Q. 요즘 상황이 어려워 아이 낳는 것을 버거워 하거나 결혼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A. 그것은 개인의 가치관이자 선택이니까 존중한다. 오로지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만약 내가 결혼을 안했다면 처음 10년, 20년은 좋았을 것 같다. 나만의 생활이 있고 경제적으로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웠을 테니까. 지금 당장의 저는 자유가 없는 것 같고 경제적으로도 팍팍하고 남편이랑도 육아 문제로 다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해보더라도 삶을 길게 본다면 지금 나의 선택은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일 것 같아요. 나를 닮은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가 자신 만의 세상을 꾸려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곁을 내가 지키고 있고, 내가 늙고 외로울 때는 연락하며 함께 늙어갈 아이가 있는 거니까 기쁘지 않을까. 길게 보면 후회하지는 않을 선택인 것 같아요.

Q. 다시 워킹 맘으로 돌아갈 것인지 궁금하다.
A. 지난해 3월 사표를 냈어요. 내는 과정까지 고민이 많았다. 내는 날에도 마음이 아팠다. 내 꿈을 잃고 오는 것 같아서다. 회사에 가니까 그대로 있는 동료들, 이름표 붙은 제 자리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생 때까지 꿈을 위해 달려오고 그걸 이뤄내 만들어낸 자리인데 그걸 버리고 간다는 생각에 많이 속상했다. 어쨌든 두 살 터울로 아이들을 낳고 싶었는데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둘째를 낳게 되면 회사를 그만두게 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럴 거라면 첫째랑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업 맘을 결심하게 됐다.

Q. 생활툰을 넘어서는 창작 만화를 그리고 싶은 마음도 있는지.
A. ‘엄마가 되기까지’는 나에게 시작이다. 이걸 시작하게 된 계기도 나중에 스토리가 있는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서였다. 갈 길은 아직 멀다는 생각이 드는 데 물꼬를 트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당분간 몇 년 동안은 아이를 키우느라 다른 그림을 그릴 여유는 없을 것 같지만 먼 훗날에 여유가 생겨 내 삶이 돌아온다면 스토리가 있는, 멋진 그림으로 그린 만화 같은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

Q. 경력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 같다. 만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찾게 됐는데.
A. 어떻게 하다 보니 새로운 기회가 된 것 같다.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은 상황에서 나를 달래기 위해 옷방에 작은 책상 하나 놓고 구석에 처박아 놓은 태블릿을 찾아서 꺼내놓고 그렇게 하나씩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이렇게 기회가 찾아왔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 나의 시간은 멈춰 있고 고여 있고,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멈춰서 나를 돌아보고 내가 정말 무엇을 원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그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구나, 그리고 아이와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