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에 웹툰을 개척했던 1세대 정도를 제외하면 웹툰 작가로 향하는 길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려서부터 만화에 대한 꿈을 키워오다가 대학에서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뒤 악전고투를 거쳐 포털 사이트나 웹툰 전문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게 되는 경우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코스를 벗어나 프로가 된 작가들을 보면 도드라지지 않을 수 없다. ‘게임회사 여직원들’의 마시멜 작가가 그렇다.
잘나가는 게임회사에 다니며 취미 삼아 직장을 소재로 한 일상툰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다가 덜컥 책을 내게 되고, 이후 생각지 못하게 다음에서 연재 기회를 잡게 되며 삶의 경로를 완전히 바꾸게 됐다.
작품 자체도 흥미롭다. 커리어와 이상, 사랑을 각각 대표하는 세 명의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오피스 이야기다.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여성으로서의 애환이나 차별적인 상황을 투영하는 데 천착하지 않는다. 또 직장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로 흐르지도 않는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고 꿈을 이루는 여성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여섯 번째 시즌을 끝으로 ‘게임회사 여직원들’의 연재를 마무리하고 재정비 기간에 들어간 마시멜 작가를 만나봤다.
Q. 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과정이 평범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 연재보다 단행본이 앞서 나온 것도 그렇고요.
A. 처음엔 회사(‘던전 앤 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를 다니며 취미로 시작했어요. 원래는 일상툰, 생활툰처럼 소소한 이야기를 그렸는데 아무래도 제가 게임회사에 다니다 보니 게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됐죠. 개인 홈페이지에 4년 정도 연재했을 때 책으로 내보자고 출판사(디지털북스)에서 연락이 왔어요. 단행본으로 만드는 작업이 간단치 않더라고요. 주중에는 회사 일을 하고, 주말에만 책 작업을 하다 보니 굉장히 힘들었어요. 숨 돌릴 시간이 없을 정도였죠. 1년 가까이 그렇게 하다 보니 제가 벌려 놓은 일에 제가 지치게 됐죠. 게임업계 경력이 6년 정도 됐을 때였는데 잠깐 쉬어 가자는 생각에 퇴사를 결정했지요. 그런데 퇴사 3일 전에 다음에서 정식 연재를 제안한 거예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3개월 정도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퇴사하자마자 바로 전업 작가의 기회가 온 셈이죠.
Q.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했던 내용과 다음에 연재한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한 것은 실제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였어요. 제목도 ‘게임회사 여직원’이었습니다. 정식 웹툰 연재를 제의받고 나서는 실제 이야기에 한계도 있고, 더 이상 쓰기도 힘든 상황이라 픽션으로 바꿨지요. 그래도 기존 데이터가 많이 남아 있다 보니, 오너캐(작가를 상징하는 캐릭터)라고 하죠, 제 캐릭터와 작품 타이틀은 그대로 옮겨오고 새로운 캐릭터도 보태고 배경을 바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Q. 영화나 게임, 만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는 남성 중심의 콘텐츠가 많습니다.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면서도, 단순히 연애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고 직장에서의 성취를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A. 기존에 게임회사 만화가 있기는 있었어요. 네이버에 연재됐던 ‘그래도 우리는 게임을 만든다’ 등 기존에 제가 아는 작품이 두세 가지 있었는데 모두 남성 위주였지요. 저도 게임회사가 소재인데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제가 여직원이다 보니 여성 중심 이야기가 나오게 됐지요.
게임업계에서는 남녀 비율이 기본 7대 3정도에요. 실제는 그렇지만 만화에서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야 해서 여자 인원이 도드라진 작은 회사로 배경을 설정하게 됐죠. 아무래도 제가 여자니까 여자로서 있었던 일이라든지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게 더 수월하기도 했고요.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밝고 귀여운 편인데 그런 분위기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Q. 요즘 웹툰에서도 여성의 시점이 반영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 지갑 놓고 나왔다’ ‘여중생 A’ 등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 억압을 고발하고 있죠. 그런데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지만 결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A. ‘게임회사 여직원들’에서는 여성들이 더 주체적인 느낌에 가까워요. 실제 제가 게임회사에 다녔을 때 여성이어서 피해를 봤다거나 그런 일이 많지 않았던 탓도 있어요. 게임회사 분위기는 평등한 편이에요. 남녀 구분을 따로 하지 않죠. 대개 회사 여직원이 곧잘 커피를 탄다는 이야기도 있는 데 게임회사에선 상상 못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게임회사 이야기를 하는 데 굳이 여성의 애환을 많이 다룰 필요는 없었어요. 적어도 제 경험에 따르면 그랬죠. 어쨌든 주인공들이 여자고 그들이 게임회사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초점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물론 게임업계 자체의 고됨, 게임업계 종사자로서의 애환, 야근, 철야, 과로사한 주변 사람 이야기는 자주 나와요. 다만 여자로서의, 남자로서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 뿐이죠.
Q. 그래도 번듯한 직장을 떠나 전직한다는 게 말이 쉽지 실제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A. 원래 만화가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둔 게 아니었어요. 애초에 쉬려고 관뒀던 상황이라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마침 쉬기로 했는데 취미로 했던 일에 대한 제안이 들어왔네? 그런 색다른 제안이 반갑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네요. 사실 부담도 크지 않았던 게 하다가 잘 안되면 다시 게임 쪽으로 돌아가면 되지, 막연하게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부담 없이 시작했던 게 이 일을 좀 더 즐길 수가 있었고,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Q. 게임업계는 노동 강도가 매우 센 것으로 악명 높지만 웹툰도 만만치 않은 작업인데 어떠했는지요.
A. 웹툰 경력이 짧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 데 개인적으로는 게임 쪽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웹툰 쪽은 제가 시간 조정을 하며 작업할 수 있는데 게임 쪽은 일이 떨어지면 갑자기 일에 저를 맞춰야 하거든요. 게임 쪽 첫 직장에선 아예 회사에서 먹고 자며 일을 했어요. 일을 하다가 새벽 6시에 자고 아침 10시에 일어나 일하다가 다시 새벽 6시에 자는 것을 한두 달 반복하기도 했죠. 웹툰 작업이 쉽다는 것은 아니에요. 감히 제가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죠. 저보다 힘들 게 작업하는 분들도 많고요. 다만 한 달 내내 회사에 박혀서 밤샘했던 경험이 많아서인지 상대적으로 (웹툰이) 아직은 할 만하다는 것이지요. 게임회사 다닐 때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요. 아예 쉬지 못하고 말해야 했으니까요. 몸도 굉장히 안 좋아졌죠. 지금까지 저는 웹툰 작업을 한 시즌을 5, 6개월 하고 한두 달 쉬는 사이클로 해왔는데 아직은 해볼 만 한 것 같아요.
Q. 프로 작가로 변신한 지 3년 정도 됐습니다. 혹시, 아주 조금이라도 후회한 적은 없을까요? 혹은 처음부터 웹툰 작가의 길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요.
A. 후회는 ‘1’도 하지 않아요.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하고 싶어요. 애정이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부터 이걸 했다면 지금처럼 안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만화가 요즘 진입 장벽이 높거든요. 지망생만 몇 만 명인 시대니까요.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오히려 저는 게임 경력이 있고, 그것을 잘 풀어낸 차별화된 소재가 있어서 운 좋게 만화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때는 기획하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개발하는 사람 등 협업하는 재미가 있었다면 지금 이 일은 혼자서 쌓아올리는 재미가 있어요.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는 대신 내가 모든 것을 관할하는 조물주 같은 느낌이 드는 데 그런 게 저에겐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정말 처음 들어보는데요? 하하하.
Q. 막상 뛰어들고 보니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던 웹툰 작가로서의 삶이 있을까요.
A. 음. 제일 크게 느낀 것은 아마추어 일 때 독자들이 조금 더 관대했다는 점이에요. 프로가 된 뒤에는 작은 실수에도 굉장히 냉정하게 평가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내용 하나 하나에 무척 신중해지고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어요. 처음엔 전업 작가를 결심하면서도 아마추어 였을 때 즐겼던 그 마음 그대로 그릴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이제는 대중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 같은 게 묵직해졌죠.
Q. 작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부 팬들은 작품이 급하게 마무리 된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A. 떡밥들을 모두 회수 해주길 바랐는데 그게 미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독자들이 미래에 주인공들이 명확하게 어떻게 잘 살게 되었다는 결론을 원했다는 것을 댓글을 통해 느꼈어요. 그런데 저는 정석적인 결말에서 탈피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사실 동화적인 결말, 해피엔딩을 예측하는 독자들이 많았거든요. 주인공들이 한 차례 회사가 망하는 비극을 겪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결말을 뻔할 것 같아서 살짝 비틀어 간접적인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노골적 결말에서 벗어나 아쉬움을 남기는 결말이 목표이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어요. 반면 독자들은 시원하게 사이다처럼 쏴주기를 원했던 것이고, 그런 괴리가 있었다고 봐요. 어쨌든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거라면 제 내공이 부족했던 탓이죠.
Q. 세 캐릭터로 풀어내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다 풀어냈다는 설명인 거지요?
A. 여기혜를 통해서는 커리어적인 부분, 현실과 일적인 면을 풀고 싶었고, 마시멜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이상적인 부분을, 아름은 사랑과 연애 부분을 풀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 있어서 잘 배합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애초 목표였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Q. ‘게임회사 여직원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게임회사를 다니거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기에 귀여우면서 말랑말랑하고 편안한 작품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Q. 네 컷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향을 받는 작품이 있나요. 올망졸망한 그림체는 또 어떤지요.
A. 애초에 취미로 그릴 때 4컷 형태로 많이 그렸어요. 생활툰으로 시작하다 보니 ‘마조 앤 새디’의 영향도 받았던 것 같아요. 아! 4컷으로 끊는 것은 ‘아즈망가 대왕’의 영향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단행본 정주행만 20~30번 할 정도로 좋아했었거든요. 그 작품을 모토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았어요. 그림체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 그리는 게 중학교 대 그림체 그대로인데, 잘 떠오르진 않네요.
Q. 마지막 6시즌에서는 4컷에서 탈피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A. 4컷으로 풀기 힘든 내용과 콘티가 나올 때가 있어요. 4컷은 이야기가 소재 별로 끊어지는 느낌이 있다면 4컷이 아닌 형태는 감정선을 부드럽게 이을 수 있지요. 그런 게 더 좋을 때는 4컷 형태를 고집하지 않아요. 그런데 독자들이 그런 변화에 딱히 불만이 없더라고요.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유로운 형태를 취했던 것 같습니다.
Q. 여자 캐릭터는 사람인 것에 견줘 남자 캐릭터는 동물인 점도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여자, 남자 모두 사람 캐릭터였는데요.
A. 엄청난 큰 의미가 있다거나 일부러 남자 캐릭터를 짐승으로 그린 것은 아니에요. 애초 계획은 인간형 디자인이었어요. 캐릭터 성을 부각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물 디자인이 됐지요. 곰개발이 가장 먼저 바뀌었어요. 평범한 남자 캐릭터에 곰 같은 느낌을 넣으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실제도 보면 성격이 곰 같은 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곰으로 그렸더니 너무 귀엽고 느낌이 잘 살아서 다른 캐릭터도 식빵 등으로 변형시켰죠. 주요 캐릭터인 여성 캐릭터들은 감정 표현이 섬세해야 해서 인간형으로 유지했습니다.
Q. 가장 아끼는 캐릭터와 아쉬운 캐릭터를 말씀해주신다면.
A. 여기혜와 곰개발을 특히 애정 하는 편입니다. 여기혜는 만화 속 캐릭터지만 제겐 이야기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역할을 많이 해줘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곰개발은 기획단계에선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는데 독자들의 관심으로 비중이 늘어난 캐릭터에요. 그리면 그릴수록 매력과 재미를 느꼈던 캐릭터라 아끼고 있습니다. 아쉬운 캐릭터가 있다면, 위나에요. 애초에 설정했던 것 보다 상당히 존재감 없이 사라졌네요.
Q. 오너캐가 등장하다 보니 실제 작가님과의 싱크로율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A. 9대 1, 95%대 5% 사이쯤 될 것 같아요. 실제 이야기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손에 꼽을 정도죠. 마시멜 같은 경우도 문과 다니다가 공대에 입학한 정도만 비슷하고 거의 달라요. 심지어 옷차림도 달라요. 이름 정도만 따온 거죠. 실화 기반 스토리물이라고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픽션이 많죠.
Q. 작품 속 마시멜의 과거사는 작가님의 개인 스토리가 묻어난 것인지요.
A. 섞인 것으로 보면 됩니다. 문과생이었는데 공대(게임공학과)를 가고 취업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했다는 부분은 제 개인적인 스토리에서 따왔어요. 하지만 중학교 시절 게임 개발자의 강의를 감명 깊게 듣고, 나중에 회사의 상사로 만났다는 이야기는 완전 허구입니다.
Q. 시즌과 시즌 사이 휴재 기간이 처음에는 한 달 정도였다가 마지막엔 석 달까지 늘어났습니다. 작품에 대한 고민이 커져가는 과정으로 보이는데요.
A. 그런 것은 아니고요. 시즌과 시즌 사이에 대개 두 달 안팎의 휴재 기간을 뒀어요. 마지막엔 결혼 날짜가 늦춰지며 결혼 준비 기간이 늘어나 본의 아니게 휴재 기간이 길어졌답니다. 신혼여행도 길게 다녀오기도 했구요. 그게 아니었다면 비슷하게 연재를 재개했을 것 같아요. (마시멜 작가는 지난해 6월 결혼했습니다. 게임업계에서 만난 프로그래머 분이라고 하네요.)
Q. 과거 인터뷰를 보면 댓글을 꼭 챙겨본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댓글이 창작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지요.
A. 초반에는 꼼꼼히 보며 영향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 흐름에 너무 영향을 받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제하는 편이에요. 초반에 곰개발과 아름의 꽁디꽁디한 연애 라인이 나올 때마다 댓글이 유독 많고 반응이 좋다는 걸 느껴서 그들의 비중이 늘어나기도 했어요.
곰개발과 아름이 한강에서 만나는 에피소드에 달린 댓글도 굉장히 핫했어요. ‘심장아 나대지마라 내 이야기가 아니니까‘라는 베댓(베스트 댓글)이 달렸는데 독자들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댓글이죠. 사실 나쁜 댓글도 많아요. 그런데 그런 것을 신경 쓰면 만화를 그릴 수가 없어요. 그것까지 신경 쓰기에는 너무나 힘든 직업인 것 같아요. 얼마든지 나쁜 댓글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달린다고 해서 의식하지는 않아요. 연재한 지 2~3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나쁜 댓글은 기억도 잘못하고, 인지도 못해요. 내용 부분 있어서 제가 맞춤법 잘못 등 제가 참고할만한 댓글은 참고하는데 무조건 비난하기 위한 댓글은 관심도 없죠.
Q. 연재를 마무리하고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첫 작품이다 보니 여러모로 부족했던 부분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스토리텔링 부분에서 게임회사 이야기+캐릭터 이야기+연애 이야기, 이렇게 세 가지를 좀 더 부드럽게 버무리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습니다.
Q. 필명/닉네임은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A. 대학 때 잠깐 마시마로(엽기 토끼)라고 불린 적이 있어요. 그때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을 할 때 동물 친구 한 명이 저에게 마시멜로 같다고 하더라고요. 마시마로라고 불릴 때 마시멜로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재미있고 기억에 남아 ‘마시멜’로 줄여서 닉네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죠.
Q. 어렸을 때 어떤 만화를 즐겼는지요.
A. 장르 구분 없이 봤어요. ‘나루토’, ‘헌터X헌터’, ‘유유백서’ 등 일본 판타지 소년 만화도 굉장히 좋아했고,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 등 순정 만화도 많이 봤죠. 대학생 때는 이토 준지 작품 등 공포물도 좋아했어요. 웹툰도 많이 보며 ‘마린 블루스’나 ‘루나파크’ 같은 생활툰을 많이 접하게 됐던 것 같아요.
Q. 게임업계 이펙트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이 웹툰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지요.
A.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와 웹툰작가는 ‘그림을 그린다’는 기술적인 부분이 같아서 회사에 다닐 때 쓰던 툴(포토샵 등)의 능숙함이 현재 작가로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작품 속에서 마시멜은 왜 게임을 만드느냐는 질문을 받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답을 합니다. “게임 속 세상이 현실보다 더 정상으로 보인다면 아마도 세상은 조금 바뀌지 않을까요”라는 말이 가슴을 울리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작가님은 왜 웹툰을 그리는 것인가요.
A.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만화를 꾸준히 그리게 된 가장 큰 의미는 제게 ‘해소(힐링)’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만화를 그리면서 받게 된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제 인생 자체가 즐거워졌거든요. 이젠 제가 독자 분들에게 보답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Q. 직장을 다니면서 웹툰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좋아하는 일’에 대한 집중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게임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일’중에 하나였지만, ‘좀 더 좋아하는 일’인 웹툰을 선택하게 됐고, ‘좀 더 행복해짐’을 느꼈습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일이란 분명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웹툰이 ‘더 좋아하는 일’이라면 망설이지 마세요.
Q. 이미 차기작 구상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언제 복귀할지 살짝 힌트가 가능한지요.
A. 웹툰 작가의 비하인드를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복귀 시기는 지금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