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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의 돌배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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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8 LBC의 웹투니스타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겨울,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는 계절에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를 만났다. 해질녘 노을 같은 그림으로 풀어낸 태권도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완결 짓고 한국에 들어와 전업 웹툰작가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는 돌배 작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웹투니스타 : 반갑다. 미국에서 유학한 후 모 게임회사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했던 걸로 알고 있다. 스타워즈 게임도 만들었다고. 한국에는 언제쯤 들어왔는지?
A. 돌배 : 4월경에 귀국했다. 사실 웹툰을 완결 짓고 회사에 좀 더 충실해보려고 했는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그만두게 됐다. 사실 세계여행도 해보고 싶었는데 실패했고, 한국에 들어온 후에는 이제 전업 웹툰작가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Q. 웹 : 두 가지 일 모두 프로로 도전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지? 네이버에서 2015 마감왕상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A. 돌 : 사실 매우 힘들었다. 웹툰의 경우는 2주 전에 미리 마감을 했고, 채색을 도와주는 친구가 없었다면 아마 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퇴근 후에 태권도를 다녀와서 그림을 그렸다. 다행히 2년간 베스트 도전에서 연재했던 것들이 있어서 그걸 바탕으로 해냈다.

Q. 웹 : 단행본 1-3권 펀딩이 완료됐다.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A. 돌 : 1-3권 펀딩은 끝났고, 4-6권 펀딩이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까지 시작될 예정이다. 처음 해보는 펀딩이라 힘들었는데 그래도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다. 4-6권 펀딩이 시작될 때 1-3권도 다시 시작될 거라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Q. 웹 : 작품 이야기를 해보자.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이하 <화랑관>)은 2013 한국 콘텐츠진흥원 만화 매니지먼트 지원작이다. 목요웹툰으로 연재됐고, 별점 1위를 하기도 했던 인기작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태권도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가야는 지나가다가 들른 태권도장에서 고양이를 보고 반해 등록하게 된다. 그 이후 본인의 자아를 찾는 내용의 만화다.
A. 돌 : 실제 화랑관에는 고양이가 없다. 이걸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웃음). 태권도를 하면서 변화인 줄 알았는데 원래 나의 모습을 찾는 이야기다. 실제로 가야처럼 힘들었던 유학생활을 지나면서 5년 정도 태권도를 하면서 천천히 바뀌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체력이 좋아지니까 에너지가 넘치더라(웃음).

Q. 웹 : 태권도가 가지는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A. 돌 : 내가 다녔던 도장에는 킥복싱과 태권도가 있었는데, 킥복싱에는 자기수양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태권도는 몸과 마음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때문에 태권도가 더 좋았다. 태권도의 절도 있는 동작도 해이해지기 쉬운 타지생활에서 나를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Q. 웹 : 실제 있는 동명의 도장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곤란한 일도 있었다고 하던데?
A. 돌 : 다들 좋은 의도로 궁금해서 찾아오신 분들이어서 나 혼자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처음엔 작은 도장에 구경 오는 분들이 계시다 보니 좀 고민이 됐는데, 오히려 도장에서 수련하시는 분들이 재미있어 했다. 나중에는 ‘구경 왔나 보구나’하게 되더라.

Q. 웹 : 사실 실제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A. 돌 : 사실 나도 좀 애매할 때가 있다. 캐릭터는 허구지만 여러 캐릭터들의 경험이 섞여있다 보니 내 경험인지 상상인지 가끔 헷갈리곤 한다. 그래서 가야가 실제로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 여행을 왔던 에피소드도 실제로 친구들과 여행 왔던 에피소드였다.


Q. 웹 : 가장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인가?
A. 돌 : 딸처럼 생각하는 가야를 빼고 말해보자면 데일 관장과 닥터 스완슨을 좋아한다. 페니 캐릭터도 내 친구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Q. 웹 :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다뤄지다 보니 조금 덜 다뤄져서 아쉬운 캐릭터들이 있나?
A. 돌 : 가야와 데일 관장의 로맨스를 데일 관장의 입장에서 더 그리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더 다뤘으면 좋겠다 싶어서 좀 아쉬웠다. 닥터 스완슨의 러브스토리도 조금 아쉬웠다. 사실 닥터 스완슨과 마이카의 이야기는 단편으로 준비했던 이야기였는데 각색해서 중간에 삽입했다.

Q. 웹 : 태권도로 긍정적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 모두가 그런 건 아닐 거다. 태권도를 시작하시려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본다면?
A. 돌 : 누구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사제관계가 정말 중요한데, 서로에 대한 믿음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어떤 분이건 일단 신뢰를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웹 : 독자 분들이 다들 힐링과 치유를 이야기한다. 원래 창작 의도가 힐링만화였나?
A. 돌 : 전혀 아니었다. 힐링되는 만화를 그리자는 게 아니었고, 스포츠만화를 그리겠다는 생각이었다. 태권도가 좋아서 시작한 만화였기 때문에(웃음).


Q. 웹 : 감정이 격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느낌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을 볼 때 철저한 의도를 가지고 그린 작품을 보면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데, 화랑관은 인물의 리얼리티와 그걸 바탕으로 한 갈등이 좀 더 이입이 쉬웠던 느낌이다.
A. 돌 : 사실 살다 보면 그렇게까지 감정의 폭이 클 일이 별로 없지 않나. 만화를 그리면서 고민했던 지점은 내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감정 폭에서 그리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피부로 느낄 수 없으니까. 현실은 사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니까.

Q. 웹 : 화랑관을 그리면서 가장 뜻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A. 돌 : 도장 근처에 계시던 노숙인 분에 한분이 도장에 돌을 던지고 계셨다. 그래서 관장님이 진정시키기 위해서 나가시면서 검은 띠를 풀어서 도장 안에 두고 나가셨다. 그 순간이 되게 기억에 오래 남았다. 무예를 하는 사람이 으스대지 말아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여주신 거다. ‘나 태권도 하는데 까불지 마라’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었는데, ‘돌 던지지 말고 저기로 좀 가주세요’라고 공손하게 부탁하시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었다.

Q. 웹 : 화랑관 웹툰에서도 끊임없이 나오는 모습이 바로 태권도 정신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싶었는데 못 그린 에피소드가 있다면?
A. 돌 : 사실 샌프란시스코가 귀신들로 굉장히 유명한 도시다. 때문에 할로윈 특집으로 귀신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걸 못 알아듣는 가야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는데, 뜬금없을 것 같아서 삭제했다.

Q. 웹 : 갑자기 완결된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무슨 사정이 있었나?
A. 돌 : 회사와 웹툰을 병행하다보니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회사 일에 집중해보려고 급하게 마무리를 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할 이야기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면 너무 늘어지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Q. 웹 : 차기작은 어떤 걸 준비하고 있는가?
A. 돌 : 씨름 웹툰을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웃음). 추석에 씨름을 봤는데, 포스터가 ‘두 사람이 만나서 심장을 맞대는 씨름’이라고 되어있는 거다. 확실하진 않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웃음)

유쾌한 돌배 작가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이날 아침에 마라톤을 뛰고 왔다는 돌배 작가와의 인터뷰는 즐거운 인터뷰가 되었다. 다시 한 번 돌배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