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는 쉬지않고 헤엄쳐야 숨을 쉬고 살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입장에선, 참치는 양식하기 힘든 생선인 셈이다. 하지만 참치의 입장에선 계속해서 무언갈 하고 있어야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 만화가 중에도 스스로를 참치형 만화가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닥터 프로스트>를 연재중인 이종범 작가다. 웹투니스타는 참치형 만화가 이종범 작가를 만나보았다.
Q. 웹투니스타(이하 웹) : 반갑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보니, 팟캐스트 경쟁자(?)로서 이 자리에 모시게 됐다.
A. 이종범(이하 이) :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웃음). 만나서 반갑다.
Q. 웹 : 만화가로서 <닥터 프로스트>를 굉장히 길게 연재하고 있다. 물론 콘텐츠대상 장관상을 받기도 했고, 다양한 수상경력이 있긴 하지만 2012년 즈음 이후로는 별 소식이 없기도 한데.
A. 이 : 연재를 길게 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작가가 소모된다는 단점과 더불어 연재가 길어지는 만큼 상을 받거나 언급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연재는 점점 힘들어지는 반면 힘낼 기회가 줄어드는 느낌이랄까.
Q. 웹 : 다양한 활동을 하는 편인데, 라디오, 예능, 강연등 활동 범위가 엄청나게 넓다. 뿐만 아니라 만화가가 되기 전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A. 이 : 전업 영어강사를 하기도 했고, 드럼 세션으로 일하기도 했다. ‘나는 꼼수다’로 팟캐스트 붐이 일기 전에 거의 초창기에 팟캐스트로 ‘웹툰 라디오’를 하기도 했다. 웹 매거진 아이즈에서 글을 쓰기도 했다. 글 같은 경우 좋은 평가를 해주시기도 하는데, 만화와 달라서 아직 적응하는 중이다. 지금은 청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이다.
Q. 웹 : 어쨌든 다양한 경로를 거쳐서 만화가가 됐다. 어릴때부터 만화가가 되기를 바랐고, 꾸준히 노력하다가 우연하게 만화가가 된 일화가 유명하다.
A. 이 : 오랫동안 준비하던 것들이 모두 거절당해 실의에 빠져있었다. 당시에 작업실에 유명한 작가들이 다 모여있어서, 운이 좋은 편이었다. 돈이 없어서 돈을 빌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 작품을 봐주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그래도 거절당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담당자에게 수첩에 있던 목록을 뒤지다가 발견한 마지막 장에 있던 ‘천재 심리학자가 나오는 이야기는 어떠세요!’하고 외쳤다. 그랬더니 담당자가 그러더라. ‘작가님 심리학과였죠? 언제 들어가실래요?’. 10개월간 준비했던게 한번에 결정됐던 거다.
Q. 웹 : <닥터 프로스트>는 말한대로 천재 심리학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문소재 만화를 다루다보니 취재가 힘들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사람이 얽힐 수 밖에 없는 소재다 보니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A. 이 : 먼저 자문을 구하지 않고 초고를 쓴다. 자문을 구하다 보면 이야기를 진행을 못하더라. 허술하기 짝이 없는 틀린 정보로만 가득한 드라마를 먼저 쓴다. 그 상태에서 자문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그 얘기를 듣다가 전문가의 코멘트가 나온다. 그 다음 이야기를 전문가들이 가진 지식으로 이야기를 재단해 나간다. 그 다음 다시 쓴다. 마지막으로 쓰인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디테일을 추가해주신다. 이런 종류의 환자들은 이런 말투를 쓰고, 저런 옷을 많이 입고, 주요 증세는 어떤 것들이 있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Q. 웹 : 자문팀의 역할로 바뀐 이야기들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A. 이 :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인 ‘두 사람의 개기일식’은 경계선 성격장애를 다루고 있다. 그 환자의 외향과 말투, 디자인등이 다 바뀌었다. 실제로 환자들을 많이 만나본 의사분께서 환자들의 공통점을 그림처럼 설명해 주셔서 디자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역시 세월호 이야기였다.
Q. 웹 : 작가님이 직접 말씀하시기도 했다. 세월호를 다룬 다양한 매체들이 있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시즌3이었던 것 같다.
A. 이 :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스토리 중반 이후부터를 아예 다 엎어버렸다. 여러가지로 정말 힘들었다.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지늉 작가가 내가 ‘전문소재를 다루는 작가들은 소재 앞에서 조금 겸손할 필요가 있다. 이걸 다루면서 상처받을 사람들이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 나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웃음). 세월호 이야기를 많은 작가들이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도 달라지는게 없었기 때문에 약간 터져나오듯이 나온 최초의 이야기였다. 생존 학생들을 만나면서 부모님 이야기가 새로 들어가기도 했다.
Q. 웹 : EBS에서 청소년 상담을 한 적도 있다. 10대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뭘까.
A. 이 : 꿈을 가지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을 책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꿈이 있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이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친구들 중에는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만났을 때, 꿈 때문에 피해가는 친구들도 있다. 나를 진짜 행복하게 해 줄 것들을 찾아서 변해가는게 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선 일찍 꿈을 가지면 마치 멋진 옷을 입은 것 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10대들이 하고싶은게 없는게 당연하다고 본다. 그걸 인정하는게 중요할 것 같다.
Q. 웹 : 좋은 인터뷰를 함께 해서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A. 이 : 웹투니스타가 참 귀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해 왔고, 또 팟캐스트들을 보고 있으면 오래 하면 나아진다는 믿음을 확신시켜 준 방송이다. 웹툰작가가 아닌 사람들이 웹툰 방송을 해주는 컨텐츠가 필요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
참치형 만화가, 이종범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내고야 마는 에너지가 기분좋게 옮겨온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