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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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의 중견 - 강경옥

1986년 <이 카드입니까?>라는 단행본으로 데뷔한 강경옥은 (주1 1985년 잡지 여학생에 "현재진행형"을 선보인 적이 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공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강경옥 작품에서 캐릭터의 특성이나 감정의 변화 과정들을 무시하고 스토리만 따라가는 방법을 택한다면, 그 작품들이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구성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들의 특성은 스토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혹은 제한된 상황에

2001-03-01 딸기

1986년 <이 카드입니까?>라는 단행본으로 데뷔한 강경옥은 (주1 1985년 잡지 여학생에 "현재진행형"을 선보인 적이 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공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강경옥 작품에서 캐릭터의 특성이나 감정의 변화 과정들을 무시하고 스토리만 따라가는 방법을 택한다면, 그 작품들이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구성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들의 특성은 스토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혹은 제한된 상황에서 캐릭터들의 심리묘사에 있기 때문이다.
강경옥은 전형적이거나 평면적인 캐릭터들을 기용하지는 않는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혹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이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나 상황은 캐릭터들의 심리묘사와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을 돕고 있다. 작가가 SF, 학원물, 판타지, 미스터리물 등 장르를 옮겨가며 작품을 하고 있지만 그 작품들은 각각 "강경옥표" 라는 라벨이 붙은 것처럼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 이유 역시, 작가가 캐릭터 묘사에 비중을 두고 있고, 그 캐릭터가 조금 더 나은방향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별빛속에><노말시티>가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놓지 않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던져진 존재와 역시 그 존재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둘러싼 타자들 사이의 이해화 화해를, <17세의 나레이션><현재진행형>등의 일련의 학원물이 보다 직접적으로 사춘기를 겪어나가는 또래집단의 사회화 과정을, 미스터리물인 <두 사람이다> 역시 모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 안에 갇혀버린 주인공이 어떻게 밖으로 나오는가
그녀가 집중하고 있는 그 인물들은 주로 어떤 성격(캐릭터)를 가지고 있을까. 그런 상황을 가져오게 한 원인은 각기 다르지만 대부분은 외롭다. 너무나 외로워서 외롭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외롭다는 것이 지나쳐 모든 사람(의 선의)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지기도 한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주인공(주2 주로 주인공은 십대 후반의 여성인 경우가 많다)은 섬세하고 민감하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의 감정에 민감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는 잼병인 경우가 많아서 종종 상처를 받거나 실수를 하게 마련인 것이다. 그런 성격의 주인공이 사회로 나와 주위의 사람을 믿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강경옥은 사춘기의 십대들이 고민하는, 혹은 사춘기를 겪지 않은 어떤 세대라도 고민하는 그 존재라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자기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준다. 그것은 사랑이다. 로맨스라기보다는 좀더 작은 범위에 적용되는 인류애에, 존재자체에 대한 사랑에 가깝다. 주인공들의 인연은 이미 짝지어진 숙명이지만, 그들의 사랑은 파괴적이거나 퇴폐적이지 않은 서로를 치유하는 힘을 끌어내어줄 수 있게 하는 학습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