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만화 - 김수정
2000년은 김수정에게 매우 의미있는 해다. 1995년, <티쳐 X>를 끝으로 사업에 몰두하며 한동안 밀어 놓았던 펜과 원고지를 다시 잡은 해이기 때문이다. 만화가협회장으로도 재직 중인 김수정은 2000년 《스포츠 서울》 11월 13일자부터 <작은 악마 동동>을 새롭게 연재하고 있다. 만 6년만에 작가에게 펜을 쥐어준 <작은 악마 동동>은 1985년 연재를 중단한 <아리아리 동동>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다른 한편으로 <작은 악마 동동>은 김수정이 대표로
2001-07-01
박인하
살아있는 캐릭터와 말의 성찬- 김수정
2000년은 김수정에게 매우 의미있는 해다. 1995년, <티쳐 X>를 끝으로 사업에 몰두하며 한동안 밀어 놓았던 펜과 원고지를 다시 잡은 해이기 때문이다. 만화가협회장으로도 재직 중인 김수정은 2000년 《스포츠 서울》 11월 13일자부터 <작은 악마 동동>을 새롭게 연재하고 있다. 만 6년만에 작가에게 펜을 쥐어준 <작은 악마 동동>은 1985년 연재를 중단한 <아리아리 동동>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다른 한편으로 <작은 악마 동동>은 김수정이 대표로 있는 둘리나라에서 <아기공룡 둘리> 이후를 준비하는 포스트 <아기공룡 둘리>다. <작은 악마 동동>을 통해 김수정은 만화자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이후 다시 만화작가로 돌아오게 되었다.
1950년 진주에서 태어난 김수정은 국민학교 6학년 때<저 언덕을 넘어서>라는 만화를 제작할 정도로 재주있는 학생이었다. 중고등학교시절, <금발의 토이>나 <아라비안 나이트> 등을 그리며 만화에 대한 꿈을 키워갔고, 당시 인기작가 김기백을 찾아나섰다가 집을 찾지 못해 다시 귀향하는 역경을 겪기도 했다. (김성호, <한국의 만화가 55인>, 프레스빌, 1996, p137) 결국 그가 25살 되던 해인 1975년 《한국일보》 신인 공모전에 <폭우>로 입선하며 데뷔했다. 그의 이력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특정 작가의 문하에서 만화를 배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명랑만화의 대부인 길창덕인 1955년 《서울신문》 독자공모를 통해 데뷔한 이후 잡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던 것처럼 김수정 역시 데뷔 후 잡지를 통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다져갔다.
김수정 작품을 관통하는 그만의 특징은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말의 성찬이다.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은 말썽꾸러기 어린이를 대표하는 아기공룡 둘리, 소심한 소시민 직장인의 대변인 고도리, 발랄하고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신인부부를 거쳐 여고생 오달자, 여중생 소금자, 착한 도깨비 동동, 신세대 고등학교 선생님 티처 X 등으로 이어진다. 기존 명랑만화 캐릭터의 일상성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김수정은 기존 만화와 달리 캐릭터의 개성을 잘 드러낸 풍부한 대화를 말풍선에 옮기는데 성공했다. 여고생이 주인공이라면, 여고생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풍부한 은어와 그 나이또래의 말장난이 등장하고, 직장인이 주인공이라면 샐러리맨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사실감이 가득한 대화나 독백이 등장한다. 한창완은 이런 특징에 대해 "김수정은 만화판의 김수현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의 기술적인 마술사이며, 한 칸의 장면만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공유시키는 재주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창완, <진솔한 만화언어와 친화력있는 캐릭터의 작가, 김수정>, 곽대원 외 『한국만화의 모험가들』, 1996, p129)
한편, 원작의 인기는 다양한 컨텐츠로 확대되어갔다. <아기공룡 둘리>는 원작 만화의 인기를 바탕으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원작자인 김수정은 TV 시리즈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에 만족할 수 없었다. <아기공룡 둘리>가 <아기공룡 둘리의 배낭여행>이라는 영어교육용 OVA 제작되는 과정을 지켜본 김수정은 1995년 2월 (주)둘리나라라는 전문 기획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후 작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김수정은 1996년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을 개봉하기에 이른다.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독일의 극장에서 개봉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1998년 카이로 국제 어린이 필름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극장 애니메이션 제작 이후 김수정은 본격적인 캐릭터 비즈니스에 나서 둘리를 한국을 대표하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로 육성한다. 이밖에 성교육 만화인 <귀여운 쪼꼬미>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일곱개의 숟가락>이 미니시리즈로 각색되었으며, 최근에는 <작은 악마 동동>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준비중이다. 이제 김수정은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에서, 사업가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인물이 되었다.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한국 만화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작가, 그리고 마치 데즈카 오사무가 그랬던 것처럼 만화의 폭넓은 활용에 관심을 넓혀가고 있는 작가가 바로 김수정이다.
박인하
만화평론가,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이사장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
前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정책그룹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