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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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앤비_인터뷰

비앤비는 현실문화연구와 함께 거의 최초로 서구유럽만화에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만화 전문 출판사이고요. 처음 서구만화를 출간하게 된 의도는 무엇인가요?

2004-10-01 박소현


비앤비는 현실문화연구와 함께 거의 최초로 서구유럽만화에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만화 전문 출판사이고요. 처음 서구만화를 출간하게 된 의도는 무엇인가요?
2000년 8월로 기억되는데 프랑스에서 만화를 공부하시는 이재형씨란 분을 통해 『쌍브르』『피터팬』를 받아보았습니다. 그때 아 - 이런 만화가 있었구나 할 정도로 감명을 받았습니다. 사실 저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좋아 했었는데 만화가 차츰 가벼워지는 것 같았고, 생활이 바쁘다보니 만화와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그 가운데 프랑스 만화의 스토리 전개와 그림은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프랑스 만화 출간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서구만화에 대해 지니는 편견 중 하나가 ‘어렵다’입니다. 사실 만화를 읽다보면 과연 이 만화들이 원작국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만화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비앤비에서 출간한 만화들이 해당 원작국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어떠한 평가를 받는지 궁금합니다.
 
초기에 소개된 서구만화 중 몇 작품은 꽤 어려운, 흔히 우리가 프랑스 영화를 보고 멋은 있는데 이해가 잘 안 되는 듯한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합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질적인 문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솔직히 첫 단추를 잘 꿰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만화는 결코 이질적인 문화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된 만화는 양으로 볼 때 프랑스 전체 만화의 5미만 밖에 안됩니다. 이 말은 즉 우리가 아직은 프랑스 만화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사실 우리나라에 프랑스 만화가 출간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조차 별로 없습니다. 그만큼 홍보도 미약합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만화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프랑스 만화는 성인만화(18세미만 구독불가가 아닌 어른을 위한 만화)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어른이 만화를 안 봅니다. 여기에서 약간의 오해가 빚어지는 듯 합니다. 비앤비에서는 작품성 보다 프랑스 기준으로 대중적이며 잘 팔리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춥니다. 예를 들어 『띠떼프』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만화입니다. 나왔다 하면 예약분부터 베스트셀러에 1위에 오르는 작품입니다. 이때 베스트셀러 1위는 만화부분만이 아니라, 전체서적 1위를 말합니다. 저희가 출간한 만화 90 이상이 프랑스에서는 대중적으로 최고의 만화라 보면 틀림없습니다.
 
서구만화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프랑스 만화의 최대 장점은 작품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모든 만화가 시나리오 작가와 그림 작가가 분리되어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만화 그림이 제각기 독창성이 뛰어납니다. 외국에서는 독창성이 없는 작품은 모든 창작 분야에서 인정을 받기 어렵습니다. 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작품성이 있다 하여 어려운 만화라고 단정하시면 안됩니다. 작품성이 있으면서도 쉽고 재미있는 만화들이 많습니다. 최대 단점은 제작기간입니다. 프랑스 만화는 한 편이 나오는데 빨라도 1년이 넘습니다. 한국 만화는 보통 3개월 주기로 신간이 나오기 때문에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참고로 『쌍브르』는 4편에서 5편이 나오기까지 4년 이상이 걸렸으며, 단편만화인 『리드뱅』은 제작기간이 7년입니다.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하드커버와 판형도 국내 독자들이 낯설어 하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이 만화는 꼭 보았으면 좋겠다 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추천 이유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사실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현재 저희가 출간한 만화들은 다들 프랑스 내에서는 나름대로 대작들입니다. 저희 자랑 같습니다만 프랑스에서 가장 큰 만화 마니아 서점에서 꼭 읽어야할 만화책이란 코너에 들어가면 저희 만화가 거의 다 있습니다. 물론 저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모두 추천할 만화입니다. 그중에서도 『띠떼프』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입니다. 원래 어린이 만화로 만들었는데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만화가 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마팔다』도 대표적인 네 컷 시사만화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마팔다』가 나왔던 당시의 아르헨티나 사정이 지금의 우리와 흡사한 면이 많아 공감대가 많이 형성될 것입니다. 마리니 그림의 『스콜피온』『라파스』는 그림을 하시는 분께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림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바람의 방랑자』는 프랑스 최고의 페미니즘 작품입니다.
 
향후 비엔비에서 발행 예정인 만화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우선 『쌍브르』 5권이 10월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12월 초에 『피터팬』 5.6권 합본(완결)과 『띠떼프』 7권이 출간됩니다. 2005년 부터는 가능하면 월 2권씩 출간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주로 『토르갈』『바람의 방랑자』『라파스』『트로이의 트롤』 등 지금까지 출간했던 만화의 후편들이 중심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타이틀을 공개할 수 없지만 2005년에 새로운 만화가 3~4편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밖에 서구만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프랑스 만화는 우리에게 앞으로도 당분간은 대중적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마니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프랑스 만화 전문 출판사로서 항상 독자에게 미안하고 아쉬운 점은 프랑스 만화에 대한 정보나 지금까지 나왔던 만화들의 후속편을 제 때 공급해 드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홈페이지(www.Art 9.co.kr)도 출판사 사정으로 폐쇄되었는데 내년 초까지는 다시 만들어 놓을 예정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프랑스 만화 전문 매장도 꼭 오픈할 계획입니다. 거기서는 프랑스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끼리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정보도 나누게 될 것입니다. 그런 날이 꼭 오기를 바라며 프랑스 만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계속 프랑스 만화를 사랑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