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1차 서울문화사 만화대상에서 공동 3위로 입상한 전국노래자랑을 시작으로 나인지에서 꾸준히 연재활동을 지속하였고, 최근 단행본 "취중진담"(서울문화사 발간)을 펴낸 송채성씨, 놀라울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남자이다. 술을 좋아한다. 귀여운 얼굴과 말투에, 상냥하고, 담배도 많이 피우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는 이 작가를 만나보았다. 장소는 홍대 근처 모 술집. 모인 사람은 송채성과 인터뷰어들. 펜대신 젓가락을, 녹음기대신 술잔을 들고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Q. 송채성씨, 술 좋아하세요?
A. 좋아해요.
Q. 저희도 좋아해요. (한명만 빼고 다 좋아한다. 모두 술잔을 들고 마신다.)맥주도 좋아하나요? 취중진담에는 거의 소주 이야기 뿐인데.
A. 좋아해요. 음, 그런데 예전 친구들과 주로 소주를 같이 마시다보니 소주가 더 정겹더라구요. 분위기도 그렇고요. 그리고, 맥주잔은 그리기 힘들어요. 헤헤. 취중진담을 계속 연재했더라면 점차 소재가 업그레이드되어 나중엔 양주집까지 갈 예정이었지만, 기회가 안되었네요. 음, 그런데 예전 친구들과 주로 소주를 같이 마시다보니 소주가 더 정겹더라구요. 분위기도 그렇고요. 그리고, 맥주잔은 그리기 힘들어요. 헤헤. 취중진담을 계속 연재했더라면 점차 소재가 업그레이드되어 나중엔 양주집까지 갈 예정이었지만, 기회가 안되었네요.
Q. 개인적인 질문인데, 취미가 뭔가요?
A. 술마시기요. 할 줄 아는게 그것 밖에 없어요. 요즘엔 山이 맛있더라구요. 넘어가는게 물같고, 소주 특유의 목에서 꺾이는 느낌이 없어요. 쉽게 마실 수 있는 술인 것 같애요.
Q. 안주는 뭘 좋아하시죠?
A. 회요. 그런데 먹을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작품에도 많이 등장하지 않죠.
Q. 이 안주(아주 특이한 회였다. 한접시에 몇만원이나 하는.) 많이 드세요.
A. 지금은 체면상 안먹는거죠. 술마실 때는 밥을 안 먹어요. 안주도 술마시면서 먹지는 않구요. 그리고.. 음, 남들이 안보는 사이에 슬쩍슬쩍 먹어요.(중간중간 확인해 본 결과 거의 안주를 먹지 않았다. 오로지 술만 마실 뿐)
Q. 취중진담 이야기를 할까요? 연재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A. 전국노래자랑을 나인 공모전에 내고, 준비한 것이 종착역(2000년 8월 나인 수록)이었어요. 공모전에 당선된 후에 가져갔는데, 별로 반응이 없으시더라구요. 출판사에서는 짧고 가벼운 만화를 제의하시고, 그래서 고민을 조금 했지요. 한겨레 시절의 선생님과 술을 마시며 상담을 했더니, "네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풀 수 있는 것을 써라."고 말씀하셨어요. 고민을 하다가, 결국 술로 귀착되더군요. 좋아하기도 하고, 주변에 술을 마시면 재미있는 아이들이 많으니까,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출판사에서는 10페이지를 요구했는데, 욕심을 부려서 16페이지로 콘티를 짜서 가져갔지요. 반응이 좋아서 그때부터 나머지 에피소드를 만들었지요. 중간에 종착역이 수록되었고, 나인은 월간지였으니까 시간상 제약도 적었어요. 무엇보다도 담당기자(당시 나인편집장 김환국)분과 잘 맞아서, 제 작품을 좋아하시고 많이 도와주셨어요. 지나고 난 지금도 고맙죠.
Q. 모델은 어디서 따오시나요?
A. 주로 주변에서요.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조연급 인물은 대부분 주변에 있었어요. 처음에는 에피소드를 거의 학교 시절의 경험에서 취했죠. 주변에 이슬공주도 그린왕자도 아주 많았으니까요. 졸업하신건가요? 아직요. 군대에서 만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전에는 그닥 생각한 적이 없구요. 군대에서 보안 포스터나 반공 포스터 같은 것을 많이 맡겼는데, 쥐라든지 늑대라든지, 이런 획일적인 소재에서 탈피해보고 싶어서 만화체로 그렸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귀엽게 으쓱한다.)
Q. 전공이 미대나, 회화 관련이었나요
A. ... 영문과에요. 능통했으면 만화가는 되지 않았겠지요. 그런데, 도저히 안되더라구요. 만화를 그리면서 휴학을 오랫동안 했어요. 제대 후에 복학을 했는데, 친한 단과대 선배가 대자보(자신의 의견을 알리기 위해 글을 써서 벽에 붙이는 전지) 만화를 그리더라구요. 선배 꾐에 빠져서 함께 작업을 했죠. 그러다가 시험기간이 되었는데, 시험을 포기했거든요. 선배가 할 일도 없으니 서울 국제만화전(1998) 카툰 공모전에 응시해 보라더군요. 같이 작업해서 응모했는데, 저는 붙고 선배는 떨어졌어요. 조금 미안했죠. 그래도 으쓱해서, 그다음부터는 아예 휴학을 하고 만화만 그렸어요. 아예 이쪽으로 나가자, 라고 생각해서 말이죠.
Q. 순정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 순정에 관심이 많았는지요?
A. 음.. 사람들이 저의 만화를 보고 남자 냄새가 안난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 자신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남자들이 많이들 좋아하는 메카닉이나 액션은 잘 모르고요, 관심도 없어요. 물론 잘 그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순정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냥 저는 꼭 사랑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람들간의 미세한 감정변화를 만화에 담고 싶어했어요. 그런 것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이 "순정 해라."라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전국 노래자랑은 순정물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한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막상 공모전에 낼 때가 되니 낼만한 잡지가 나인 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순정으로 방향 전환한 거죠. (웃는다. 다시 한잔)
Q. 전국노래자랑 이야기를 듣고 싶어
A. 전국노래자랑은 즐겁게 한 작품이에요. 나중에는 시간에 쫓기긴 했지만, 한겨레 동기들과 늘 술을 마시면서 "(콘티를) 또 바꿔!"라고 소리치면서 작업했지요. 정말 즐거웠어요. 요즘에도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하지요.
Q.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나요?
A. 전국 노래자랑에서 말이에요. 누군가 지적하더라구요. 다이얼 TV에 어떻게 리모콘이 있냐구. 저두 생각도 못하던 날카로운 지적이었죠. 담당기자분의 경우에는 이런 TV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도 놀랐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사실은 말이죠. 페이지가 바뀌었어요. 심덕이가 뛰어가서 아줌마의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엄마와 걸어가잖아요. 사실은 그 장면이 아줌마의 집에 갔다가 뛰쳐나와서 엄마와 걸어가는 장면이에요. 한페이지가 뒤바뀐 거에요. 그렇군요. 저희는 특이한 구성이라고 생각했었지 페이지가 바뀌었다고는 생각 못했는데. 하하... 아무도 발견 못하시더라구요. 참신한 구성이라면서. 단행본에서는 바로잡아 나올거에요. 바뀐 것 그대로 놔두어도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은데. 하하하. (술잔을 부딪힘)
Q. 취중진담 이후 작업을 하고 계시는 것이 있나요?
A. 2권 작업중이에요. 취중진담을 시작할 때 여유분을 많이 두고 작업을 했지요. 나인이 폐간된 후에도 작업을 계속했으니 원고가 꽤 남아있는 편이고, 조만간 2권이 나올 거에요. 전국노래자랑도 들어가요. 바뀐 페이지가 바로잡혀서. 사실은 한권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잡지사에서 2권까지 나와야 시장성이 있다고 하셔서요. 하지만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모르죠. 발간되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의 연재 제의는 없었나요? 없었어요. 취중진담의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면서도 딴 시도를 많이 해봤는데, 나인은 참 특이한 잡지더라구요. 나인이 폐간된 후에 여러 잡지와 연재를 해보려고 교섭을 해봤는데, 정말 분위기가 많이 달랐어요. 성인 여성 취향이어서인지는 몰라도 눈높이도, 담아내려는 이야기도 차이가 많이 났구요. 잡지의 요구사항과 저의 취향이 많이 맞지가 않더라구요.
Q. 힘들겠네요.(다시 잔을 부딪친다)
A. 갈등이 컸죠. 좋아서 시작한 만화인데, 먹고 살려면 다른 걸 했겠지요. 오직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했는데 결국은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 것 같애서요. 답이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마음이 많이 복잡하지요. 단 하나 명확한 답이 있다면, 좋은 작품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제가 아직 많이 모자라지요. 취중진담 2권을 정리하며 계속 생각중.
Q. 웹진은요? 요즘엔 웹진으로 많이들 진출하던데
A. 제가, 넷맹이에요. 컴맹은 아닌데 즐기지를 않아요. 핸드폰도 없지요.(삐삐는 가지고 있다)
Q. 한겨레 아카데미 출신이시죠?

A. 한겨레 아카데미 7기 창작반이었어요. 99년 여름에 6개월 코스로 일주일에 두 번 다녔었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던 때죠. 어떻게 들어가신 건지? 1999년에 있었던 나인 공모전에서 떨어졌어요. 몇천년 묵은 여자귀신과 사이보그 남창의 이야기였는데, 너무 충격을 먹어서 후배와 함께 학교 근처 CGV에 가서 세익스피어 인 러브를 보았지요. 저의 전공인데,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지요. 그리고 충격으로 1년을 넘게 휴학을 했어요. 내가 잘 그릴 수 있을까, 부딪쳐 봐야 할까, 등등 계속 고민을 하면서 있었죠. 그런데, 함께 만화를 그리는 친구의 유혹으로 함께 들어갔어요. 그때 한참 부모님으로부터 등록금을 줄테니 복학을 하라는 압력이 들어오던 참이었지요. 등록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등록금으로 한겨레에 등록하셨군요. 네. (웃는다. 다시 다같이 한잔 함) 결국 들켜서 엄청 혼났지만요. 99년 가을에 복학했어요.
Q. 들어가서는 어떠셨나요?
A. 재미있었는데, 많이 혼나고, 상처도 받았지요. 그때의 목표는 오로지 빨리 데뷔하는 것이었이었기 때문에, 몇작품을 습작 형태로 해보고는 전국노래자랑에 손을 댔지요. 지금은 약간 후회중이에요. 좀더 많은 것을 연습해볼걸, 하고요. 데뷔 후에는 연재에 대한 압력 때문에 형식적인 실험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때(한겨레 수강생 시절)는 참 많이 했었는데.
Q. 인디쪽을 진출하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A. 실험성을 위해. 음...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닌데, 인디만화계에서 만화가들을 푸대접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더라구요. 독선적이기도 하고. 함께 작업하던 더듬이 친구들은 인디잡지 comix의 제의를 받고 많이 옮겼더군요. 저는 별로 생각이 없어요. 연애물을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사랑 이야기는, 결말에 대한 강박 때문에 힘들어요. 아직도 인생의 결말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중인데, 꼭 결말을 명확하게 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저에게 무척 부담스럽죠. 제 작품들의 끝이 조금 모호하고 현재진행형으로 끝나는 것은, 그것이 지금 현실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에요. 나이를 좀더 먹으면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거든요. 저는 느낄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 좋아요. 작업도 편하구요. One Summer Night같은 경우 진행형이라기 보다는 과거지향적인 것 같은데. 구상을 즐겁게 했던 작품이지요.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이 개봉하기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대에 선다는 이야기만 듣고, 그 상태에서 상상을 진행해나가서 그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분들이 지금 무대에 서면 어떨까.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윗세대들에 대한 이해를 해보고 싶었어요. 전국노래자랑도 마찬가지구요. 늙은이들의 노래를 보고 어린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지요. "지금 내"가, 그분들을 어떻게 보고있을까, 라는 기분으로요. 음, 그런데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랑 비슷한가요? 아니요. 다행이다.
Q. 부에나비스타가 아니라 타다유미쪽인 것 같애요.
A. 역시. 광팬이었어요. 지금도 광팬이구요. 저를 미치게 만든 작가가 두 명 있는데, 타다유미와 마츠모토 타이요에요. 타다유미는 꿈속에서도 나왔어요. 비쥬얼적인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랬는지. 하하하. 원본으로 보았는데, 제가 일어를 전혀 못했기에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어요. 오로지 그림에 반했었지요. 나중에 내용을 알고서는 조금 실망했어요. 제가 그리고자 하는 세계와는 많이 다르더라구요. 취중진담 1권은 확실히 타다유미 분위기가 있지만, 2권부터는 달라질 거에요. 작품마다의 분위기도 다를 것이구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야기를 이쯤 하고, 송채성과 술친구들은 2차로 옮기기로 했다. 여기서부터는 off the record. 작품의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술을 좋아하고, 완벽하게 빠릿빠릿하지 못해 실수도 하고, 주변의 일들에 섬세하게 마음을 기울이는 송채성의, 현재진행형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