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보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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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웹툰 그리는 김 대리, 겸직과 영리 행위 조항에 관하여

웹툰 보는 변호사 – 밤마다 웹툰 그리는 김 대리, 겸직과 영리 행위 조항에 관하여 22화

2025-04-13 서아람

밤마다 웹툰 그리는 김 대리, 겸직과 영리 행위 조항에 관하여

  3년 전, 경찰청이 공개한 한 감사 결과가 뉴스에 보도되었습니다. 경찰서 소속 공무원이 밤마다 웹툰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면서 전자책과 단행본 인세, 소설 계약금 등을 받은 것으로 6,5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구청 소속 공무원이 웹소설 작가로서 83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냈던 것이 감사 대상이 되어 뉴스 보도가 이루어졌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몇 년간 3편의 웹소설을 연재하고 콘텐츠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의 경우 감사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됩니다.

  이 시대는 바야흐로 엔잡러의 시대입니다. 한민족의 넘쳐나는 끼를 회사에 갇힌 채 억누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인지, 폭등하는 물가에 한 개의 직업만으로는 도저히 먹고 살 수가 없어서인지,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두 개를 넘어, 서너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임대업이나 주식투자처럼 병행하기 쉬운 세컨드 잡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걸 가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호신술을 가르치는 경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교사, 웹툰을 그리는 회사원. 당장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저만 해도 변호사, 작가, 강사의 세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스펙트럼은 점점 넓어져서, 조만간 낮에는 대학 강의를 하고 밤에는 자장면을 판다거나, 공무원을 하면서 모델 활동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회사나 기관 입장에서야 이러한 흐름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월급을 받는 근로자, 보수를 받는 공무원들이 눈을 뜨는 모든 시간에 소속된 업체나 기관의 일에 충실해 주길 바랄 테니 말입니다. 두 손 들고 환영해 주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위 사례들처럼 감사나 징계를 받는다거나 소송이 걸린다거나 최악의 경우 해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막아야겠지요.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n을 해야 법률적 문제를 피해 갈 수 있을까요? 겸직금지 및 영리행위금지 조항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겸직이나 영리행위가 자유로운 편인 일반 회사원의 경우로 나누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공무원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구청, 시청 같은 곳의 일반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경찰, 검찰, 법원, 소방, 교정, 국정원 같은 특수 공무원을 포함합니다. 또한 교육공무원인 교사와 학교 직원도 포함합니다. 사립학교 교직원 또한 사립학교법에 따라, 복무에 대해서는 공무원과 같은 규정이 적용됩니다. 준정부기관이나 공기업 입직원의 경우에도,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공무원과 같은 제한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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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공무원법 제64,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르면, 공무원은 영리 업무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기관의 기관장에게 겸직 허가를 신청하여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영리업무란 매일, 매주, 매월 등 주기적으로, 계속적으로 행해왔거나 행하고 있거나, 또는 앞으로 행하고자 하는 재산상의 수익 발생 행위를 의미합니다. 영리업무 중 사기업체의 임직원이 되거나, 스스로 사업체를 창립하여 경영하거나, 공무원 본인의 직무와 관련 있는 기업과 투자하는 등 누가 봐도 명백하게 공무원의 본분에 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겸직 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직종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하거나,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만 아니라면 겸직허가를 받아 종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청탁금지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사례금을 받고 외부 강의를 할 때 기관장에게 신고를 해야 하고, 3회를 초과해 외부강의를 하는 경우에는 미리 기관장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가령 국립대학 교수가 대학교 장터에서 딱 하루만 자장면을 만들어 판다면 이건 일시적인 영리 행위일 뿐 업무가 아니어서 겸직 허가 대상이 아니지만, 매주 주말마다 자기 집에서 맛집 동아리 사람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대접하고 사례비를 받는다면 이는 업무가 될 수 있어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또한 신문에 자장면에 관한 칼럼을 매달 연재하고 원고료를 받는 것을 일 년간 지속한다면 이 또한 영리업무로 겸직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나아가 국립대학 교수가 점포를 내고 자장면을 온종일 팔고 손님을 받고자 한다면 이는 상업적 업무를 스스로 경영하여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뚜렷한 행위이므로 겸직허가조차 받을 수 없는 금지행위가 됩니다.

  문제는 겸직을 허용해줄 수 있는 기관장 허가의 범위와 재량이 각 기관마다 중구난방이고,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법령에는 그저 소속 기관의 장은 해당 공무원이 하고자 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담당직무의 내용과 성격 및 영리업무 금지와 겸직 허가 제도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는 지나치게 일반적인 문언이어서, 읽는 사람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 웹툰 작가로 데뷔하고자 한다면 어떨까요? 구청 김 주임이 웹툰 작가가 되는 건 괜찮을 것 같은데, 행정안전부 장관님께서 웹툰 작가를 하시는 건 괜찮을까요? 그 업무의 내용과 성격이 적절하다고 보아야 할까요, 아닐까요? 그리고자 하는 웹툰이 성인물이라면? 겸직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적절할까요? 근무시간을 제외한 시간 동안에만 웹툰을 그린다면 괜찮은 것인지, 밤새 웹툰을 그리고 근무시간에 피로에 절어 있는 상태라면 그건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주말에만 그린다면 괜찮은 것인지, 출산휴가 중에 웹툰을 그린다면 그건 허용되는지, 구체적인 해석과 적용은 결국 기관장에게 달려 있습니다. 겸직 허가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도 애매합니다. 웹툰 작가의 경우 작품을 플랫폼에 연재하면서 필수적으로 전송권 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그 외에도 컨텐츠 계약이라든가, 전자책 계약, 오디오드라마 계약, 종이책 계약, 해외출판 계약 등을 부수적으로 체결할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매번 허가를 받아야 할까요? 웹툰 작가가 언론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홍보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에도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처음 한 번 받은 허가로 해당 웹툰에 관한 활동은 다 허가를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 어떤 것도 아직 세부적으로 명확하게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직군마다 일일이 지침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결국 앞으로 쌓여가는 사례들을 바탕으로 그때그때 구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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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업 회사원 등 일반 근로자의 경우, 겸직이나 영리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에도 그런 조항은 없습니다. 대신, 사인과 사인의 관계를 규정하는 가장 무서운 족쇄, ‘계약과 그에 수반되는 취업규칙의 제한을 받습니다. 계약에 따라 근로자는 회사에 대한 신의를 지키면서 성실하게 근무하여야 할 법률적 의무가 발생하는데, 겸직행위나 영리행위가 의무 태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이에 많은 기업에서는 아예 취업규칙에 겸업 금지 규정을 두어, 직원이 겸업이나 겸직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승인을 받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취업규칙을 위반한 경우, 회사는 시정 요구를 하거나 감봉, 정직, 해고 등 징계 조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회사 마음대로 징계할 수는 없습니다. 징계 조치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까지의 판례를 보면, 겸직 행위에 대한 회사의 묵인 여부, 다른 직원의 업무 부담 증가와 업무 정체의 유무, 다른 회사의 취업 시간 및 기간의 장단(長短), 다른 직원의 작업 의욕 감퇴가 있었는지 여부, 해당 직원의 각별한 사정의 존재 여부, 기업의 경영질서를 해쳤는지 여부, 기업의 대외적 신용이나 체면을 손상하여 사용자와의 신뢰관계를 파괴했는지 여부, 소속 회사에 대한 성실한 노무 제공에 지장을 초래했는지 여부, 종사하는 업종이나 직무 특성상 겸업 자체가 적합한지 여부 등을 검토하여 징계의 정당성을 따진다고 하고 있습니다. 즉 회사원이 웹툰 작가로 데뷔한다고 하더라도, 본연의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다른 직원들에게 불필요하게 알려지지 않은 선에서 조용히,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 없이 활동한다면 취업규칙 위반은 될지언정 징계 사유까지는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 그리고 행복추구의 자유는 널리 보장되고 원칙적으로 직장 중복 근무도 법령상으로는 가능하기에, 아무래도 공무원보다는 일반 근로자가 운신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일각에서는 취업규칙에 겸직금지 조항을 아예 둘 수 없게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근로자는 정해진 업무를 하고 급여를 받아 가는 근로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뿐, 회사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겸직을 하면서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을 하고, 업무상 능률도 함께 올라간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겸직이나 겸업에 대하여 상당히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문직이나 고위직 임원에 한해서만 겸직 겸업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대기업에서도 회사 직무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면 개인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든 개입하지 않는 편입니다. 미국은 기업 문화가 워낙 자유로워서 그런 거 아니냐고요? 우리보다 더욱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직장 문화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에도, 겸업 금지는 회사의 이익이나 명예를 침해하는 경우에 한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저출산 고령화에 다른 대책으로 아베 정부가 시행한 근로방식 개혁으로, 회사원의 부업과 겸업이 자유로워진 덕분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천 명 중 팔십 퍼센트 이상이 부업이나 영리 행위를 해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회사의 부속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현 세대의 특성상, 겸업과 부업의 자유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엔잡러들을 통제하는 여러 가지 규율과 법령이 존재하기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명확히 인지하고 활동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도 열일하는 모든 엔잡러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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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람

필자 서아람은 전직 검사이자 현직 변호사로서, 카카오페이지 추미스 공모전 2회 수상으로 웹소설 작가로 데뷔한 후 에세이, 웹소설, 동화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서 출간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주로 다루는 분야는 사기, 성범죄, 보이스피싱 등 형사사건과 학교폭력, 저작권 관련 분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