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보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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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유튜브라 부르지 못하고, 창작 과정에서 주의할 저작권 침해행위

웹툰 보는 변호사 – 만화를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알아야 할 법 이야기 21화

2025-04-06 서아람

유튜브를 유튜브라 부르지 못하고, 창작 과정에서 주의할 저작권 침해행위

  숨 막히는 불볕더위가 이어졌던 지난 여름, 많은 이들이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즐겼습니다. 극적으로 메달을 따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고, 유명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올림픽 선수 특집을 하기도 했는데요. 토크쇼를 보던 몇몇 시청자들이 의아해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TV 화면에 큼직하게 박혀 있는 *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아니,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르면 안 된단 말인가?

  실제로 그렇습니다. ‘올림픽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 ‘올림픽은 엄연히 명칭이자 상표로서, IOC, 그러니까 국제 올림픽 위원회 소유의 지적 자산입니다. 따라서 올림픽 중계권이 없는 방송국은 올림픽 로고, 캐릭터, 주제곡뿐만 아니라 올림픽이라는 상호도 임의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적으로 올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올림픽 관련해서 뭐라도 되는 양 무단 광고와 홍보를 일삼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렸고, 이들의 이런 홍보는 곧 IOC에 정식으로 대가를 지급한 공식 파트너사에게는 경제적 손해가 됩니다. 어느 정도 손해냐고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후원사로 나선 명품기업 루이뷔통이 후원한 금액은 15,000만 유로, 한화로 약 2,250억 원이었습니다.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하고 상호와 로고를 사용해 홍보할 권리를 얻었는데, 비공식(?) 후원기업들이 설친다면 다시는 후원할 마음이 생기지 않겠죠? IOC는 올림픽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라이센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심지어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조차 이를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과 비슷한 사례로 너튜브’, ‘인별그램’, ‘깨톡등이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나 영화에서 특정 상호를 언급하지 않기 위해 그것을 연상시키는 변형된 단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방송에 나온 연예인들이 자기도 모르게 특정 상호를 언급했다가 두 손을 가리며 놀라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해당 부분의 음성을 삐 소리로 덮어버리기도 합니다. 특정 제품을 사용할 때 상호가 붙은 포장 부분을 가리거나 모자이크 처리하기도 합니다. 노래 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절친과 바람난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자가 과거로 회귀해 복수를 꿈꾼다는 소재로 인기를 모은 웹소설 원작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는, 똑같은 방식으로 미래에서 온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아직 발매되지 않은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서로의 정체를 눈치채게 됩니다. 드라마 제작사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방탄소년단 기획사에서 음악의 사용 허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어느 장면에서 어느 노래의 어느 구절이 쓰일지까지 미리 자세히 협의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방송뿐만 아니라 웹소설이나 웹툰에서도 똑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웹툰 여주인공이 노래방에 가서 백자영립스를 주고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내용이 나옵니다. 가수 백지영입술을 주고라는 노래를 변형한 것임을 눈치채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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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하는 호기심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상표권 침해가 되지 않기 위해 그렇다는 설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상호와 상표는 한 번 등록하고 나면 법적인 보호 대상이 되고, 상표 소유자가 아닌 사람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요.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상표 소유자만이 상표를 언급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도 해당 상표를 불러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오게 되겠죠. 엄마? 집에 올 때 베땡땡라빈스 좀 사다줘, 매번 이래야 한다는 건 좀 이상합니다. 저작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초등학생이 독후감을 쓰기 위해 동화책의 일부 내용을 옮겨 적었다고 해서, 이걸 저작권침해라고 하면 수긍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에는 공정 이용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상표나 저작물 같은 지적 자산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본래 재산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한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이용의 목적이나 성격, 지적 자산의 종류나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그 이용 행위가 본 지적 자산의 현재 또는 잠재적 시장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정 이용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특정 상표를 언급하며 대화하는 것이라든가, 초등학생이 독후감을 쓰면서 책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우선 영리 목적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서 상표권자나 저작권자의 권리가 침해될 위험성도 없고, 본래 상표나 저작물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를 위협하거나 대체할 가능성도 조금도 없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나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사실 웹소설이나 웹툰에서 특정 상호를 언급하거나 표현하는 것도, 얼마든지 공정 이용이라고 볼 수 있어 상표권 침해나 저작권침해가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웹툰, 웹소설 플랫폼에서 이런 부분을 민감하게 관리하는 것은, 사실 지적재산권 문제보다는 광고와 심의 이슈의 문제가 더 큽니다. 방송에서 특정 브랜드나 상표를 언급하거나 노출할 경우, 이는 간접광고로 해석되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게 됩니다.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웹툰 관련 심의도 원칙적으로 관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웹툰 산업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직접 심의를 맡는 대신, 2012년부터 한국만화가협회에 이를 위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웹툰의 폭력성, 잔혹성, 혐오성, 선정성, 기타 간접광고나 표절 등에 관한 민원이나 신고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접수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를 한국만화가협회에 전달합니다. 이 두 기관은 웹툰 자율규제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웹툰자율규제위원회라는 위원회도 만들었는데,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서는 웹툰이 연재되는 플랫폼에 시정 권고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국내 웹툰 플랫폼에서 간접광고나 상호 언급을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과 맥락에서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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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상호나 노래 가사에 비해 이용 허락의 범위가 현저히 낮은 것들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캐릭터가 그렇습니다. 분위기, 외관, 디자인, 이름, 성격 등 다양한 창작적 요소의 집합체인 캐릭터는, 도용하기가 매우 쉽고 도용되었을 때의 피해도 즉각적인 편입니다. 그래서 회사들은 캐릭터 도용에 매우 민감합니다. 미국에서는 무인도에 떠내려가면 해변가 모래사장에 SOS를 그리지 말고, 미키마우스 그림을 그려라라는 블랙 조크가 있습니다. 구조대가 오는 것보다, 월트 디즈니 회사가 저작권 침해 소장을 보내는 게 훨씬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디즈니는 캐릭터 무단 사용 문제에 굉장히 신속하게 대응하는데요.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벽화가 그려진 어린이집 세 군데에 한꺼번에 내용증명을 보내 벽화를 지우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한 1980년대의 사건은 유명합니다. 다행히 어린이집 세 군데에서 신속하게 벽화를 교체하여 실제 소송이 제기되진 않았다고 하는데요. 바로 작년에도 디즈니 제작사는 무려 칠레까지 가서 어느 카센터에 소송을 걸었는데요. 해당 카센터는 디즈니 제작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스타워즈시리즈와 비슷한 스타워시세차장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스타워즈 캐릭터로 분장시켰다고 합니다. 해당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국정 감사에 소환될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 펭수의 제작사인 EBS는 캐릭터를 무단 사용한 여러 업체에 대해서 다수의 소송을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웹툰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다가 특정 캐릭터가 언급될 때, 캐릭터를 직접 그리는 대신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캐릭터의 얼굴을 검은 막대로 가려 알아볼 수 없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물론, 그래봤자 우리는 누군지 다 알고 넘어가긴 하지만요.

  웹툰의 배경을 그릴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흔히 웹툰 작가들이 특정 장면의 배경 장소를 그릴 때, 이미지 검색 사이트에서 찾은 사진을 본따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장소나 건물을 아무런 특징적 요소 없이 정직하게 담기만 한, 그야말로 정물과 같은 사진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사진은 구도, 조명, 각도, 배치, 색감 등에 있어서 사진작가의 개성과 독창성이 들어가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로 인정되는 사진을 함부로 트레이싱했다가는 그것만으로도 저작권침해에 해당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진을 보고 그린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특정한 건물을 그대로 본따서 웹툰에 그리는 경우는 어떨까요? 건축물 또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 보호대상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건물이 포함된 어느 장소의 풍경까지 저작권자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국내 어느 은행이 광고를 찍으면서 특정 건물을 배경에 넣었는데요. 해당 건물은 소극장, 갤러리, 카페 등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건축가가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매우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건축가는 동의 없이 광고에 건물의 모습을 넣은 것이 저작권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광고 제작사에서는 저작권침해가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만일 그 논리대로라면, 어느 건축물이 설치된 공공장소를 사진으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그때마다 일일이 건축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소송에서 법원은 1심에서 광고 제작사의 손을 들어주어 원고, 즉 건축가 측의 보상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건축가 측은 항소했고,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소송 양 당사자가 합의하여 소송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합의 조건은 광고 제작사에서 건축가에게 1천만 원을 지급하고, ‘사과가 아닌 유감의 표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분쟁이 평화롭게 해결된 것은 너무도 다행이나, 법률가 입장에서는 너무도 흥미로운 쟁점을 가지고 있던 사건이 역사적인 판례를 남기지 못하고 합의로 끝나버린 것이 다소 아쉽긴 합니다. 영미권 국가들에서는 아예 저작권법상에 공공장소에 위치한 건축물의 사진 촬영을 허락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명확한 법 규정이 필요할 것 같긴 합니다. 물론 그 전에 웹툰 작가로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 뚜렷한 특징이 있는 남의 건물을 무단으로 배경에 그리는 것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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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람

필자 서아람은 전직 검사이자 현직 변호사로서, 카카오페이지 추미스 공모전 2회 수상으로 웹소설 작가로 데뷔한 후 에세이, 웹소설, 동화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서 출간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주로 다루는 분야는 사기, 성범죄, 보이스피싱 등 형사사건과 학교폭력, 저작권 관련 분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