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MAJOR)
는 한 아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그 앞에 놓인 시련과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가느냐가 이 작품의 중심이다. 여기에서 그 시련의 수위는 ‘아이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설정하거나,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정도의 것...
2004-03-17
정송희
<메이저>는 한 아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그 앞에 놓인 시련과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가느냐가 이 작품의 중심이다. 여기에서 그 시련의 수위는 ‘아이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설정하거나,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정도의 것은 ‘주변의 어른들이 소년의 모습에 감동 받아 그를 돕는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전자는 영웅의 위대함을 그려내는 방식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도 활용되고 있고, 후자는 영웅이 만들어지는 데에 많은 이들의 조력이 있었다는 관점인지라,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서 최근에서야 점차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의 미덕은 이런 부수적인 위치에 있던 요소들을 갈등해결의 큰 힘으로 삼아, 어린 주인공이 커나가는 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막무가내로 미숙한 자신의 힘을 믿고 그것이 절대적인 것인 양 자랑하며, 기분을 거스르는 상대와 힘으로 대결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최근 쏟아져 나오는 애니매이션이나 만화들에 비해, <메이저>는 현실성과 나름의 도덕성을 가진 성장만화이다. 작가는 몸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구를 익히면 몸을 망가뜨리는 행위라고 충고도 하고, 친구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나쁜 상상을 하고 화내는 것은 네가 먼저 친구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한다. 비록 성인의 관점이 작품에 많이 개입하고 있어서, 교훈조의 만화로 흐른다는 점을 감수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점들 중 하나는, 이 정도의 글과 그림을 소화할 만한 독자의 연령이 초등학생 이상임을 감안할 때, 6살 소년의 시각이나 표현들이 너무나 성인의 취향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성인 독자들에게는 주인공에 못 미치는 현실 어린이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고착화하고, 청소년들에게는 불필요한 자격지심을 만들어 낼 만한 요소들이 많다. 결국 전형적인 영웅주의 구성방식을 따르면서 거기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은 큰 문제는 놔두고 자잘한 문제들만 봉합하는 것일 뿐이다. 영웅주의적 구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인공 한 명의 꿈과 목적을 그리기 위해 다른 존재와 사건들은 마치 그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왜곡하는 게 미덕이 된다는 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메이저>는 기존의 영웅주의적 만화들보다는 현실에 좀더 다가섰지만, 주인공 한 명의 꿈과 목적을 위해 사건과 인물들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 계열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일본의 만화생산 시스템의 특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 명의 주인공에 포커스를 맞춰, 마치 일일 드라마처럼 자세히 소소한 사건들을 보여주고 작품을 최대한 길게 끌어감으로써, 한번 형성된 독자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이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출판사와 작가에게 그것이 당장엔 이익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수십 권의 만화를 끝까지 볼만한 인내심을 가진 독자들은 아주 극소수임을 감안할 때, 작품의 퀄리티로 먹고사는 작가에게는 특히 이보다 더 큰 독은 없을 것이다. 이런 방식의 사고는 문제의 선후가 바뀐 것이다.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해 작품의 구성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편의와 이익을 먼저 고려해서 작품을 구성하는 모습에서, 출판사가 작품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일본의 만화 시스템이 오히려 양질의 작품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일례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