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YAHOO)
만화는 상상의 산물이다. 많은 상상들이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작가 윤태호가 생각한 ‘만약-’은 이러했다. 만약, 당신이 아현동 가스 폭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등 수많은 인명을 빼앗아간 사건 현장에,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면? 모든 사고의...
2002-01-29
강영훈
만화는 상상의 산물이다. 많은 상상들이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작가 윤태호가 생각한 ‘만약-’은 이러했다. 만약, 당신이 아현동 가스 폭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등 수많은 인명을 빼앗아간 사건 현장에,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면? 모든 사고의 중심에 있었던 이들의 분노를 한데로 모아 현실로 쏟아낸다면?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사회의 수많은 비리 앞에서 분노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자신의 분노를 정리하겠노라 말한다. 만화 『야후』는 이러한 시각에서 출발한다. 이야기는 두명의 주인공을 축으로 전개된다. 먼저 한 축을 차지하는 주인공 김현은 사회의 비리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절망하는 인물. 부실공사로 무너지는 건물에 아버지가 깔려 죽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피해자다. 또 다른 한 축인 신무학은 사회를 비리로 얼룩지게 하는 자의 아들. 치졸한 아버지를 보며, 상대적으로 돈이 없으면서도 부정한 사회 앞에 당당한 김현을 동경하고 그처럼 변화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김현은 오토바이를 타고 아버지 시대의 절망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방황하는 김현을 애정으로 감싸는 또 하나의 아버지 수경대장 최윤수는, 그런 김현에게 감정을 감추라 말한다. 무거운 돌로 눌러 놓으라고. 그리고 돌을 쌓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라고. 그러나 김현은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자신의 눈앞에서 여학생 압사당하는 모습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간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시대의 추악한 비리들을 본다. 그리고 가슴 속에 눌러두었던 사회에 대한 감정--절망을 기억해낸다. 그의 선택은 아버지 시대에 대한 절망을 분노로서 폭발시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시대에 대해 절망하고 분노하는 아들과, 절망을 경험하진 못했지만 아버지의 시대를 부끄러워하고 그로부터 탈피하려는 아들. 작가 윤태호는 자신의 사회에 대한 분노를 김현이라는 인물로, 부끄러운 아버지의 사회에 침묵하는 대다수의 양심을 신무학이라는 인물로 형상화했다. 20권 완결을 목표로 연재 중인 이 작품은 수경대를 탈주한 김현이 사회를 향해 분노의 화살을 겨누는 모습을 그리며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이야기는 절망을 경험하지 못한 또 하나의 아들, 신무학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침묵하는 양심 신무학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 그 해답은 오작 작가만 알테지만, 작가가 이 사회의 대다수의 침묵하는 양심들에 보내는 메시지요, 바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