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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되고 싶어?

『스타가 되고 싶어?』는 19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육영재단의 순정지 「댕기」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1988년 소년문화사의 아이큐 점프가 현재의 잡지 중심의 만화 시대를 열었다면 이듬해인 89년에 창간된 월간지 르네상스는 순정지 시대의 열었다고 할 수 있는데, 19...

2002-01-20 강영훈
『스타가 되고 싶어?』는 19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육영재단의 순정지 「댕기」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1988년 소년문화사의 아이큐 점프가 현재의 잡지 중심의 만화 시대를 열었다면 이듬해인 89년에 창간된 월간지 르네상스는 순정지 시대의 열었다고 할 수 있는데, 1992년에 창간된 육영재단의 「댕기」는 지금의 「윙크」-「터치」-「이슈」-「케이크」로 이어지는 격주간 순정지 시대를 연 장본인이라 할 수 있겠다(물론 지금은 사라져버렸지만). 『현재진행형』, 『별빛속에』라는 대본소용 순정 단행본으로 일약 순정만화계의 스타가 된 강경옥이 월간지 르네상스에 라비헴 폴리스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SF만화로 별빛속에에서의 SF느낌을 이어갔다면, 한편으로는 댕기에 이 작품 『스타가 되고 싶어?』를 연재하며 학원물의 끈을 놓지 않았다. 『별빛속에』의 웅장한 스토리를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단행본 2권도 되지 않는 330페이지 남짓의 짧은 연재 분량의 이 작품 -- 『스타가 되고 싶어?』에 이 실망을 금치 못할지 모르겠다. 『별빛속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웅장한 스토리 속에 담긴 애틋한 사랑이나, 『라비헴 폴리스』의 다채로움 속에 묻혀있는 아기자기한 사랑의 낭만 등은 찾기 힘들다. 사실 그런 이유로 강경옥의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이 작품에 애정을 갖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그런 작품이기도 하다. 이 만화는 대부분의 여고에 있는 보이쉬한 친구에 대한 동경과 감정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만화다. 이 작품의 주인공 ‘선우’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지만 조금 남성적인 외모를 가진 탓에, 그녀의 성격이나 인간적인 면보다는 남성적인 외모와 태도가 다른 이들로 하여금 먼저 그녀의 인상을 결정지어버려, 많은 이들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스타』. 그녀의 주변엔 그녀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후배들이 있지만 그런 자신의 인간 관계에 허전함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인물이다. 작가 강경옥은 그네들만의 스타 선우와 주변 인물들의 고민과 갈등을 철저하게 어른들의 개입이 배제된 상태에서 그네들의 언어로 풀어나간다. 이야기가 너무나 평범한 학창 생활을 배경으로 전개되는데다 사건의 큰 굴곡 없이 인물과 인물의 평범한 만남과 그네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대화로서 전개되는 탓에, 이 만화의 전개는 상당히 정적이며, 때문에 재미없다고 느끼는 독자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만화의 강점은 분명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의 심리상태가 행동으로서, 대사로서 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들 인물들의 지닌 평범함은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들과 만화속의 인물들 사이의 괴리감을 줄여주고 이 이야기가 바로 독자들 자신들의 이야기라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더욱 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다. 『별빛속에』의 웅장한 사건이나 『라비헴 폴리스』의 다채로움을 이 만화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처음부터 이 만화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말하고자 했던 것이고, 또 그것이 이 만화의 핵심이다. 인물 한명 한명의 심리 상태와 그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들, 어쩌면 이 인물이 내뱉는 대사는 지나치게 연극적이고 감성적이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것이 강경옥 식의 『공감대 형성법』이며 그녀의 작품들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스타가 되고 싶어?』의 재미와 가치는 바로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