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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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 황대장

90년대 초, 어정쩡한 옷을 입고 ‘황대장!!!’을 외치던 개그맨 정재환을 기억하는가? SBS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던 ‘정재환의 대한민국 황대장’을 기억하는 이들은 간혹 있으나 정작 그 원작이 1991년 「주간 만화」에 연재되었던 『대한민국 황대장』이라는 것...

2002-01-23 강영훈
90년대 초, 어정쩡한 옷을 입고 ‘황대장!!!’을 외치던 개그맨 정재환을 기억하는가? SBS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던 ‘정재환의 대한민국 황대장’을 기억하는 이들은 간혹 있으나 정작 그 원작이 1991년 「주간 만화」에 연재되었던 『대한민국 황대장』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만화 『신한국 황대장』은 ‘『대한민국 황대장』의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 황대장의 아들인 ‘신한국 황대장’이 아버지와 함께 학교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악의 무리들을 소탕해 나간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너무 평범하고, 식상한 소재로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한 소재를 ‘김진태 식’으로 풀어나간다면? 미국에는 수퍼맨이! 일본에는 울트라맨이! 한국에는 황대장이 있습니다. 1993년, 문민정부로 대표되는 김영삼 정권의 출범과 ‘신한국’의 구호는 사회적으로 큰 화제였다. 작가는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이 ‘신한국’이란 단어와 이미지를 아동용 만화로 포장하기 위해 고민한 듯 하다. 그리고 그 고민의 해답으로 ‘신한국 황대장’이라는 영웅을 등장시켰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신한국 황대장』은 신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이 시대가 원하는 영웅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영화나 다른 만화에서 보아왔던 다른 외국의 영웅들수퍼맨, 울트라맨과는 다르다. 황대장은 초라한 운동복 차림으로 보자기 망토를 두른채 적들을 향해 “바른생활!”을 외치며 똥침을 찌르고, “처절한 응징!”을 외치며 넘어진 적의 두 발을 잡아 사타구니를 발로 밟는 우스꽝스럽고 촌스런 영웅이다. 작가는 이 우스꽝스러움과 촌스러움을 무기로 작가 자신만의 친근감있는 서민적 영웅상을 만들어낸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황대장이 신한국의 평화를 지켜나가는 과정을 에피소드들로 잇는 옴니버스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평화를 지킨다는 게 무능력한 악당들을 응징하거나, 소매치기를 잡는다던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구의 평화보다는 상당히 자잘하다. 또한 간간히 지구의 평화보다는 황대장의 학교 생활이나 주변 이야기로 화제가 돌려지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소재들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수의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김진태 식의 캐릭터들은 각각 독자적인 개성을 가진 캐릭터로 정형화된다. 그리고 약간의 변형을 거쳐 그의 다른 만화들에 다시 등장한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김진태 식 영웅물]의 뼈대, ‘친근감있는 서민적 영웅상’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뒷받침하는 개성있는 여러 캐릭터들의 정형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김진태 식 영웅물은 스포츠 투데이에 연재중인 『시민 쾌걸』에 와서 보다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지금은 폐간된 육영재단의 월간지「빅 보물섬」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서울문화사에서 전권 발행되었으며, 「소년 조선 일보」에 신한국 황대장의 캐릭터들로 꾸민 과학만화 『황대장 과학특급』이 연재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