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1999년 「부킹」의 창간과 함께 『짜장면』이 등장했을 때 PC통신 게시판이 시끌벅적했던 적이 있다. 바로 이 작품이 표절 시비의 도마 위에 올랐던 탓. 아닌게 아니라 이 작품은 임웅순/한희작 님의 원작 『뱁새를 따라간 황새』를 정식으로 원작료를 지불하여 리메이크 한 ...
2002-01-26
강영훈
1999년 「부킹」의 창간과 함께 『짜장면』이 등장했을 때 PC통신 게시판이 시끌벅적했던 적이 있다. 바로 이 작품이 표절 시비의 도마 위에 올랐던 탓. 아닌게 아니라 이 작품은 임웅순/한희작 님의 원작 『뱁새를 따라간 황새』를 정식으로 원작료를 지불하여 리메이크 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국내에 ‘요리만화’라는 장르가 어느 정도 독자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맛의 달인』이 국내에 소개되면서부터. 이후 독자의 성격에 따라 『미스터 초밥왕』, 『맛일번지』, 『아빠는 요리사』, 『라면짱』 등의 요리 전문 만화들을 즐겨찾는 매니아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만화의 제목은 『짜장면』!! 그렇다면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본격 요리 만화가 등장한 것이란 말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만화를 요리만화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맛의 달인’에서처럼 요리의 이모저모를 기대해봐야 소용없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만화길래? 작가는 그네들의 맛세계를 ‘강호’로 표현한다. 중국음식점을 대표하는 요리‘짜장면’을 두고 고수들이 실력을 겨룬다. 여기까지는 얼핏보면 일본의 요리만화인 『미스터 초밥왕』과 비슷한 듯 보인다. 그러나 웬걸? 이 만화는 짜장면을 맛있게 만들기 위한 고수들의 고뇌와 갈등, 조리법에 대한 설명은 온데간데 없고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신을 맑게 씻고 무념 무상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 밀가루와 하나가 되라.”는 철학적인 이야기만 뇌까린다. 작가가 자료 조사를 귀찮아한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짜장면 이외의 중국요리 이야기는 그다지 나오지도 않는다. 음식 코디네이터 이면희 원장이 감수했다는 책머리의 소개문이 민망할 정도다. 그렇다면? 필자는 감히 이 작품을 [요리만화를 빙자한 무협물]이라 소개하고자 한다. 이야기는 크게 두개의 강호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설기’를 중심으로 조폭 간의 암투와 복수를, 또 하나는 ‘치얼’을 중심으로 자금성과 강남반점 간의 중국집 세력 다툼을 그리고 있다. 두 주인공의 활약에 따라 잇권을 위해 깡패들이 대립하는 액션만화가, 때로는 주방장 고수임을 가리기 위해 주방장들이 대립하는 요리대결만화가 되기도 한다. 만화의 스토리 부분을 맡은 ‘박하’님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만화는 10권이라는 긴 호흡을 가지고 느슨하면서도 때에 따라서 긴박감있게 진행된다. 후반부로 가면서부터 다소 지루해지는 감이 없지 않으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시작과 끝맺음은 꽤 깔끔해보인다. 이 만화는 연재 도중 작화가가 허영만 님에서 김재연 님으로 교체되는 난감한 문제를 겪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원고의 괴리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 아저씨 냄새 폴폴 나는 만화 대본소 성인만화를 즐길 수 있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소개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