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그 애는> :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누구나 꿈이 있지만 꿈을 이루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나에게 재능이 있다면? 어쩌면 꿈을 이룰 거란 희망에 보통의 궤도를 벗어나 인생을 건 모험에 투신한다.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 노력,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며 고생도 기꺼워진다. 그러다 꿈을 이루기는커녕 돈도 없고 나이만 먹은 자신을 발견하면 꿈의 노예였던 자신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나에게 느끼는 배신감, 평범한 어른이 된 친구들을 향한 부러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불편한 감정들이 밀려온다. 꿈에서 깬 몽상가는 이제 변화를 꿈꾼다.
[출처] 네이버웹툰/도무지 그 애는/게코
‘초보도 가능, 단기알바 환영, 7시간 근무 1시간 휴식’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게코 작가의 만화 <도무지 그 애는>의 주인공 ‘도무지’의 꿈은 음악가다. 멋진 음악을 만들어 세상에 나를 증명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스물아홉 백수다. 꿈꾸기에 그리 늦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른의 기준점 같은 서른을 앞두고, 무지는 꿈이 아닌 취업을 택한다. 무지는 통통한 외모 때문에 번번이 알바 면접에서 좌절하다 해피마트 시식알바에 지원한다. 펑크 낸 알바 땜빵으로 채용되지만 상관없다. 나를 받아 주는 곳을 찾은 기쁨이 더 크니까. ‘꿈’이 아닌 ‘일’이 있는 삶도 중요하니까.
도무지의 세계는 ‘해피마트’로 확장된다.
해피마트는 브랜드별 고정 시식도우미가 근무해 나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근무 초반 무지는 부족한 사회경험 탓에 동료나 고객의 말에 상처받고 의도치 않은 오해를 받아 곤란을 겪기도 한다. 무지는 오해가 풀리는 과정, 진심이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을 알아가며 해피마트에 적응했고,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박정순, 마트사장 아들로 짐작되는 천광식, 수산코너에서 일하는 초등학교 동창 김혁 등 다양한 동료들과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친구 희경은 무지가 젊은 나이에 마트에서 일하는 걸 탐탁지 않게 평가하고, 무지 역시 전 남자친구와 마트에서 마주쳤을 때 잠깐 알바하는 거라며 강조한다. 그러나 내 힘으로 일해서 먹고 사는데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나? 무지는 비록 ‘해야 하는 일’이지만 성취감과 소속감을 주는 해피마트를 소중한 일터로 인정하고 정식직원으로 입사한다.
안녕, 네버랜드
김혁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하늘을 나는 피터팬 같은 친구다. 무지는 영화감독이 꿈인 혁이와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덕에 동질감을 느낀다. 무지는 혁이의 아지트에서 젊은 예술인들을 만나고 즉흥여행을 떠나면서 정체된 머릿속이 환기되었고, 어떤 이유에서건 좋아하는 음악을 그만둘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출처] 네이버웹툰/도무지 그 애는/게코
“고민할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취미로만 하면 뭐 어때?”
무지는 아주 오랜만에 기타를 잡고 밤새 곡을 만든다. 극 초반 음악을 포기하며 소중한 작곡노트를 버리던 모습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부담 없이 음악을 즐기는 것, 이 좋은 걸 왜 그만뒀을까? 어쩌면 음악을 포기한 이유가 성공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누가 뭐라던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순수한 열망이 무지를 깨운다.
주인공의 이름 ‘도무지’는 물 묻힌 한지를 얼굴에 몇 겹으로 바르는 ‘도모지’라는 형벌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말처럼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부정적인 의미로 곧잘 쓰인다. 무지는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해피마트라는 현실 세계에 던져진 자신을 마주하며 답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땅에 발을 디딘 피터팬처럼 꿈의 나라 네버랜드에 안녕을 고한다. 성공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야 하는 일을 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도 행복하다고 우리를 위로한다.
도무지 그 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