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덕툰> : 게임은 좋아하지만 덕후는 아니라고요!
[출처] 버프툰/겜덕툰/돈미니
버프툰은 엔씨소프트의 웹툰·웹소설을 비롯한 콘텐츠 플랫폼이다. 대한민국 초기 MMORPG를 대표하는 게임 <리니지>를 개발한 회사이자, 대한민국 3대 게임 회사인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하나인 그 엔씨소프트가 맞다.
게임 회사 소유의 플랫폼이라고 해서 반드시 게임에 관련된 내용일 필요는 없을 테고, 실제로 버프툰의 작품 또한 판타지, 로맨스, 액션 등 장르가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버프툰을 견인하는 두 작품 <제카툰>과 <겜덕툰> 모두 게임 만화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그중 <겜덕툰>은 자신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을 넘어 게임‘덕후’로 소개하는 작가가 게임을 하면서 경험하거나 느낀 일을 풀어 내는 내용의 작품이다.
(*네이버 포스트를 거쳐 현재 버프툰에서 연재 중인 작품으로, 네이버 포스트에 실린 회차도 함께 언급하도록 하겠다.)
여기서 잠시 용어를 정리하자. 덕후란 알다시피 일본의 오타쿠(オタク)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사전적으로 어떠한 대상을 과도하게 좋아하거나 혹은 몰입하는 사람을 뜻하며, 이들이 몰입하는 대상은 (특히 일본의 TV)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게임처럼 기성의 관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여겨지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취급되던, 속칭 서브컬처가 주를 이루어 왔다.
이중 게임이라는 장르 및 그 커뮤니티는 특히 폐쇄적이었는데, 이는 사용자와 상호작용한다는 게임의 장르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종이나 스크롤을 넘기거나 재생 버튼을 누르는 일반적인 감상행위와 달리 (비주얼 노벨과 같은 일부를 제외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조작을 요구하며, 현실적 제약과 플레이어의 경험 사이에서 HP, MP, 경험치, 스탯과 같이 현실과 다르게 작동하는 게임만의 문법이 탄생한다. 또한 게임 내 모든 콘텐츠를 섭렵한 기존 유저를 위해 끊임없이 신규 콘텐츠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신규와 기존 유저 사이의 격차가 늘고 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은 높아지게 된다.
최근 웹툰·웹소설에서의 현대 판타지의 약진으로 게임 내 문법이 보편화되기는 하였으나 게임은 여전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무척 큰 문화 중 하나이며, 관련 2차 창작이나 행사는 오타쿠(혹은 덕후)라는 대분류 아래 잘 다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겜덕툰>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한 게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느끼거나 발견한 생각을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예컨대 <겜덕툰>의 회차 다수는 ‘먹어 보고 싶은 게임 속 디저트들/음식들’, ‘가고 싶은 게임 속 장소들’과 같이 특정한 주제의 다양한 게임 속 요소를 소개하거나, 혹은 ‘RPG 속 주인공의 피곤한 하루’와 같이 게임에서 흔히 반복되는 클리셰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타인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처음 보는 게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해당 게임을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겜덕툰>만의 종합적인 혹은 플랫폼적 특징은, 밝고 귀여운 그림체와 함께 게임이라는 장르가 일부 지닌 폐쇄성이라는 특성을 상쇄하며 그 접근성 및 대중성을 높인다.
[출처] 버프툰/겜덕툰/돈미니
한편으로 대중적이기만 해서는 결코 좋은 게임이 될 수 없다. 이는 게임에 관한 만화 또한 마찬가지다. 게임과 덕후라는 조합을 내세운 만큼 주 독자는 당연히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또 취미 이상으로 즐기는 이들이 될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이들, 속칭 덕후에게는 그들만의 은어(혹은 밈)와 감성이 있고, 자신들의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며, 그리하여 자신과 동류의 사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겜덕툰>이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단순 게이머를 넘어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가 발견되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출처] 버프툰/겜덕툰/돈미니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잡기란 쉽지 않음에도, <겜덕툰>은 위의 요구 또한 충족한다. 우선 작가의 오너캐인 돈미니는 각종 게임을 섭렵했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최애) 게임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최애 캐릭터는 젤다 시리즈의 링크로, 이 링크라는 캐릭터는 다수 회차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또, 스스로 만화 프롤로그에서 정의하였다시피 ‘8시간 게임 후, 2시간 피규어 검색, 4시간째 팬아트를 그리는’진정한 게임 덕후로 이러한 면모는 이후 피규어를 사거나 만드는 등의 일화를 통해 다시 드러난다. 대다수의 게임 만화에 등장하는 잦은 인터넷 밈의 활용 또한 <겜덕툰>에서도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웹툰이나 웹소설과 같은 기존의 서브컬처가 IP 소재로 주목받으면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한 명의 게임 덕후로서, 게임에는 콘텐츠로 활용 가능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나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에 등장하는 배경음악으로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개최했고, 한국 인디게임 개발사인 프로젝트 문은 자사 게임과 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테마 카페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게임의 자생(自生)적 생태계에서 한 발짝 나아가야 하며, 게임과 웹툰의 만남은 그 의미 있는 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