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 : 외모능력주의가 만드는 차별과 혐오의 세상
[출처] 네이버웹툰/외모지상주의/박태준
‘외모지상주의’는 외모를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외모가 사람들 간에 우열을 나누고, 성공과 실패까지 좌지우지한다고 믿는다.
웹툰 <외모지상주의>에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떠올린 것은, 그래서 아주 자연스러웠다. 제목부터 ‘외모지상주의’를 차용했으니 말이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현실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할수록, ‘외모지상주의’란 주제 의식은 사라지고, 외모지상주의에서 비롯된 차별과 혐오의 정서를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만 보여주는 듯해서 안타까웠다.
단지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고등학교에서 온갖 괴롭힘을 당하는 학교폭력 피해자 박형석은 견디다 못해 도망치듯 다른 지역의 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런데 새 학교로 등교하기 전에 자신의 또 다른 몸을 발견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더구나 그 몸이 키 크고 잘생긴 것도 모자라 운동 신경까지 뛰어나다니!
[출처] 네이버웹툰/외모지상주의/박태준
그렇다. 그는 졸지에 두 개의 몸을 소유하게 되었다. 원래의 박형석이 잠이 들면 새로운 몸의 박형석이 잠에서 깨어나고, 잘생긴 박형석이 잠이 들면 못생긴 박형석이 깨어나는 신통방통한 방식으로. 그는 잘생긴 박형석으로 학교에 가고, 원래 박형석은 밤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기로 한다.
두 개의 육체에 깃든 하나의 의식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하나의 육체에 깃든 상반된 두 개의 자아 이야기라면, 웹툰 <외모지상주의>는 두 개의 육체에 깃든 하나의 의식 이야기다.
두 개의 몸과 하나의 자아라는 다소 분열적인 상태로, 박형석은 사람을 오로지 외모로 판단하고 차별하는 현실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전에도 외모로 인한 숱한 차별과 혐오를 받았지만, ‘잘생긴 박형석의 몸’이었을 때 난생처음 사람들로부터 받은 부러움과 감탄은, 박형석으로 하여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를 전체적으로 직면하게 하고, 이런 세상이 너무도 잘못되었다는 문제의식에 눈을 뜨는 장치가 되어 줄 수도 있었다.
그가 ‘잘생긴 박형석의 몸’을 온전히 소유하지 못한 채, 마치 양다리를 걸친 채 원래의 몸과 새로운 몸을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신을 몸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양가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의식의 변화와 성장도 충분히 기대해봄 직했다.
[출처] 네이버웹툰/외모지상주의/박태준
능력주의 신화의 그림자, 외모지상주의
하지만 박형석이란 캐릭터는 변화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다. 4대 크루가 등장하고 일진의 폭력이 점점 미화되면서, 박형석 역시 그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편승하는 모습도 아쉬웠다. 또 여성 등장인물들을 성적 대상화해서 묘사하는 장면들은 보기 불편했다. 그중에서도 일진 이태성이 자신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학생 하늘을 골목으로 끌고 가서 강제로 입을 맞추려고 하고, 이를 거부하는 하늘의 머리채를 움켜잡으며 협박과 욕설을 하는 장면은,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공정(公正)이다.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능력에 따라 차등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능력주의가 중요한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가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불평등을 정당화하며 혐오를 조장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웹툰 <외모지상주의>를 보며 왜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가 생각이 났을까? 아마도 잘생긴 주역들에 반해, 이야기의 주변부로 밀려난 인물들이 대부분 못생기게 표현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시 작가는 궁극적으로 ‘외모도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