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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 : 청이는 용왕님을 만족시키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옥&카라쿨&문백경/네이버웹툰

2022-11-14 최기현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

: 청이는 용왕님을 만족시키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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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웹툰/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카라쿨&문백경

 

1.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 모두 아는 <심청전>의 주인공 심청은 마음씨 고운 소녀다. 공양미 삼백 석을 부처님에게 공양하면 눈먼 아버지가 앞을 볼 수 있다는 스님의 말에 심청은 기꺼이 인당수에 자신의 몸을 던진다. 효심에 감동한 하늘은 심청을 다시 지상으로 올려 보낸다. 황제의 눈에 띈 심청은 황후가 되어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맹인을 위한 잔치를 벌인다. 맹인 잔치에서 심청을 만난 아버지는 결국 눈을 뜨는 해피엔딩으로 그 이야기의 결말을 맺는다.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하는 <심청전>은 그동안 창작의 모티브가 되어 여러 형태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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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웹툰/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카라쿨&문백경

 

웹툰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이하 용왕님의 셰프)<심청전>을 모티브로 한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든 작품이다. 심청(이하 청이, <용왕님의 셰프>에서는 성을 제외하고 청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청이라고 칭함)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것이 기존 <심청전>에서 최고조에 달하는 클라이맥스라면, <용왕님의 셰프>는 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인당수에 빠진 청이가 도달한 곳은 용궁이 아닌 던전이다. 청이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던전의 방어체계를 자신도 모르게 뚫고 들어가 드래곤 베르키스를 만난다. 청이는 드래곤을 보고 용궁에 사는 용왕이라고 생각하고, 용왕의 마음에 들어 어떻게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홀로 남겨 둔 아버지가 걱정되어 고향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청이, 용왕님의 셰프가 되어 베르키스를 만족시키는 음식을 만들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

<용왕님의 셰프><심청전>과 서양 판타지의 만남이다. 독자에게 익숙한 <심청전>과 판타지 세계를 연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음식이다. 청이는 용왕님의 셰프가 되어 용왕님을 만족시키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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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웹툰/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카라쿨&문백경

 

청이에게 가장 먼저 주어진 과제는 용왕에게 연근전을 만들어 주는 것. 드래곤이 사는 던전에 연근이 있을 리가 없다. 재료를 구하려면 던전과 멀리 떨어진 마을로 가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음식 재료를 구하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로 오해한다. 어찌 됐든 연근전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구해 왔는데 이번에는 던전에 음식을 만들 도구와 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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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웹툰/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카라쿨&문백경

 

음식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소재이자 동료를 만들어가는 매개체이다. 불이 필요하면 불을 뿜는 살라만더 도마뱀이, 철판이 필요하면 던전에 사는 갑옷 기사가, 빙수를 만들어야 할 때는 던전에 사는 얼음 골렘이 친구가 되어 요리를 돕는다. 비빔밥, , 빙수 등 청이의 음식을 그림으로 맛보는 독자의 눈도 즐겁다.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은발의 미남 베르키스는 서양 판타지의 드래곤을 동양 판타지의 용왕으로 치환한 절묘한 설정이다. 문백경 작가의 웹소설 <역대급 영지 설계사>(동명의 웹툰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에 조연으로 등장했던 드래곤 베르키스는 여기에서도 귀차니즘 잠꾸러기다. 베르키스에게 중요한 것은 명예욕도 정복욕도 아니다. 늘어지게 잠을 자는 것이다. 드래곤의 수명이 1만 년이라면 9999년을 자고 싶은 베르키스에게 수면을 방해하는 그 어떤 것도 용서할 수 없다. <역대급 영지 설계사>에서도 베르키스는 늘어지게 잠을 자다가 아내에게 연락하는 것을 놓쳐 난감한 상황을 맞이한 그는 <용왕님의 세프>에서도 같은 설정이다. 참고로 이번 작품에서는 미혼으로 나오지만 <역대급 영지 설계사>에서는 기혼으로 나오니 세계관이 연결된 관점에서 <용왕님의 셰프><역대급 영지 설계사>보다 앞선 전개이다.

 

3.

현실에서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쉽지 않다. 원래 주변 사람과의 관계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순진한 청이의 배려심 넘치는 행동은 마을 사람들에게 계속 오해를 받는다. 악당의 어려움을 걱정해 주거나 굶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주는 배려는 매번 타이밍이 어긋나 오해를 산다. 그럼에도 청이는 주인공 특유의 엉뚱하고 선한 마음씀씀이로 관계를 만들어 간다. <용왕님의 셰프>에서는 사람들 간 오해와 갈등 해소, 관계의 발전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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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웹툰/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카라쿨&문백경

 

한편 사람의 관계는 길들여짐에서 시작한다.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싶은 바람에 따라 청이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먹던 베르키스는 점점 그녀에게,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만들어 주는 음식과 던전을 청소를 하는 그녀의 행동에 길들여져 간다.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알려준다. 자도 자도 또 자고 싶은 베르키스도 청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청이가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음식을 소재로 한 독특한 설정의 <용왕님의 셰프>, 주인공 청이와 드래곤 베르키스의 로맨스는 연재가 계속될수록 더욱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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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며 퇴근 후에 만화를 읽고 글을 씁니다. 공연, 전시를 관람하는 것과 만화 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글로는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들>(2022 대한민국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