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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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수집> : 비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녕, 나의 수집>/하린/네이버웹툰

2023-01-31 박민지

<안녕, 나의 수집> : 비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처] 네이버웹툰/안녕, 나의 수집/하린

일상툰은 진화한다

일상툰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 장르적 쾌감을 주는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며 일상툰 연재 편수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독자는 특정 소재를 깊게 파고들거나 작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등 기획적 요소를 품은 일상툰을 선호한다. 그 예로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일상툰 중 수영 입문기를 그린 해오 작가의 만화 <수영만화일기>, 대학원생의 애환을 그린 요다 작가의 만화 <대학원 탈출일지>, 맥시멀리스트가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과정을 그린 하린 작가의 만화 <안녕, 나의 수집> 등 있다. 이 세 편의 작품은 도전 만화를 통해 발표된 뒤 정식연재되었는데 독자에게 먼저 인정받은 신인작가의 작품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중에서 만화 <안녕, 나의 수집>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을 소재로 물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의 고민을 나누며 삶에 영감을 주고 있다. 앞서 2019년 네이버 베스트도전만화 연재 후 출판된 보선 작가의 만화 <나의 비거니즘 만화>는 만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완벽하지 않은 비건되기를 알리며 다양한 채식주의 담론을 이끌며 신선한 자극을 주었는데, 만화 <안녕, 나의 수집> 역시 미니멀리즘은 알지만, 실천방식이 생소한 독자들에게 작가의 경험을 기반으로 정보와 재미를 전달하는 진화된 일상툰이라 생각된다.

[출처] 네이버웹툰/안녕, 나의 수집/하린

오늘도 평화로운

누구나 필요하진 않지만 갖고 싶어서 구매한 물건이 하나쯤 있다. 생각보다 쓸모가 적고 쉽게 질려 공간만 차지하지만, 본전 생각도 나고 불만족스러운 비움이 될까 봐 내버려 둔다. 만화 <안녕, 나의 수집>의 화자 무주는 하린 작가가 투영된 캐릭터로 어릴 적 비비탄 총알을 모으는 것에서 시작해 자칭 귀여움 수집 아티스트로 성장한다. 취향의 폭이 넓어 다양한 물건에 둘러싸인 어느 날 수집욕에 잡아먹힌 어른이가 되었음을 자각하고 공간의 주인이 되고자 비우는 과정에 돌입한다. 여기서 주목할 건 무주가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다양한 과정에 있다.

무주는 필요 없어진 물건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고 요구하는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눔, 기부, 버리기, 중고거래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이중 중고거래의 비중이 가장 높은데 동네에서 하는 중고거래 앱의 등장으로 비우기는 활성화된다. 중고거래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은 물건은 다양한 단체에 기부한다. 버리면 간단하지만, 물건에도 새로운 인연의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쓰임새가 없는 물건은 철저한 분리수거로 정확하게 폐기한다. 가령, 쓰지 않는 향초의 경우 유리병에 붙은 스티커와 고무 패킹을 제거해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유리병에 남은 향초는 중탕해 녹여 분리 배출한다. 비용이 들 수도 있고 수고스럽지만, 소비에 책임이 따른다는 엄중한 사실과 버릴 줄 아는 어른의 성숙함을 보여준다.

그래도 추억은 남는다

만화 <안녕, 나의 수집> 타이틀에 등장하는 무주의 방엔 물건이 빼곡하다. 방은 자신만의 우주이며 삶의 기록과도 같다. 그중에서도 캐릭터빵 속 스티커라던가 세뱃돈을 모아 산 장난감, 어울리지 않아 방치한 패션 아이템, 충동적으로 구매한 물건 등 무주의 물건은 누구나 한 번쯤 소장했던 것들이다. 만화는 결국 무주가 물건을 소유한 과정, 물건이 불필요해진 이유, 물건과의 이별 과정을 담은 물건 비망록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무주의 방엔 물건이 사라지고 물건이 차지만 자리만큼 공간이 생긴다. 무주는 시원섭섭하거나 뿌듯해하고 독자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무주는 물건을 비워낸 뒤 추억은 물건이 아닌 기억 속에 남겨둬도 충분하다.’라고 소회를 밝히는데 이 말은 <안녕, 나의 수집>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된다. 비워야 비로소 가질 수 있고 비워야 내가 설 자리가 생긴다. 다음엔 무주가 무엇을 비울까 어떻게 공간의 주인의 될까, 무주의 미니멀 라이프가 기대된다.

 

필진이미지

박민지

만화평론가
2021 만화평론공모전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