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킬러> : 엄마는 킬러
[출처] 카카오웹툰/유부녀 킬러/YOON,검둥
엄마, 며느리, 그리고 킬러
생명을 낳고 기르는 ‘엄마’의 직업은 생명을 빼앗는 킬러다. 주인공 유보나는 결혼 5년 차, 3살 아이를 기르는 유부녀다. 대부분의 일에 크게 동요하지 않지만 가족만은 다르다. 남편 태성과 아이 율이를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이라고 표현하며, 가족에 대한 일에는 물불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하지만 정작 자신을 무시하거나 괴롭게 만드는 일들에는 초연한 성격을 지녔다. 유부녀이자 킬러라는 아이러니는 <유부녀 킬러> 첫 화부터 강렬히 등장한다. 출산 휴가 후 첫 미팅이 바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손에 뿌리는 베이비 파우더는 엄마의 영역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나 살인을 앞두고 “애는 키울만 해요?”라고 묻는 영도에게 보나는 총을 장전하며 평범한 아이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되자마자 보나는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인다. 희대의 살인마 ‘킹 피셔’의 공백이 ‘육아’라는 점을 한 회차에 모두 보여주는 것이다.
[출처] 카카오웹툰/유부녀 킬러/YOON,검둥
<유부녀 킬러>가 흥미로운 것은 보나가 ‘살인자’라는 낙인이 유부녀로서의 보나의 일상이 끼어들면서 지속적으로 보류된다는 점에 있다. 보나의 일상은 직업을 제외하고는 평범하다. 제사를 지내고, 김장을 하기도 한다. 보나는 시댁에서 받는 대우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분노하지 않고 무던하게 지낸다. 보나는 갈등을 ‘최소한의 애정이 있는 대상과의 상호작용’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댁 식구들에게 애정을 보이는 모습을 드러낸다. 막내 시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같이 게임을 하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자신을 언제나 무시하는 시어머니가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사기를 당하자 이를 처단하기 위해서 정보를 모아서 직접 미팅을 잡으려고 한다. 태성과 율이에서부터 가족이 점점 확장되는 모습을 통해 보나는 ‘유부녀’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처] 카카오웹툰/유부녀 킬러/YOON,검둥
구멍이 숭숭 뚫린 그물
내 자식이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죽인다고 하는는 두루미전자 엉업3팀의 목적은 과연 유효한가. <유부녀 킬러>는 킬러가 죽여야만 하는 대상을 명확히 한다. 엄정한 정의의 심판을 받았어야 했지만 법의 심판만으로는 부족했던 범죄자가 바로 그 대상이다. 범죄를 심판한다고 해도 여전히 살인은 범죄라는 점에서 그들의 행위는 모순이다. 정의와 범죄가 교차하는 지점을 명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부녀 킬러>에서는 두루미전자 영업3팀과 경찰을 등장시키며 지속적으로 ‘정의’의 실현에 대해 질문한다. 두루미전자 영업3팀은 워크샵 에피소드를 통해 범죄자들과 자신들을 구분할 수 있는 선과 신념을 강조한다. 어떤 경우에서든 미팅 상대가 아닌 경우 사람에게 해를 입힐 수 없다는 조건을 명확하게 지킨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적인 미팅의 제안자로 나서기도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두루미전자 영업3팀은 불완전한 선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반대로 남부서의 동진과 성훈의 존재는 법의 질서 안에서 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의 부모님을 무참히 살해한 범죄자가 모범수로 나온 후, 여전히 교화되지 않은 모습을 보고 동진은 분노한다. 그가 단죄하기 전, 보나는 범죄자를 사살한다. 그 모습을 본 후 동진은 자신이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뒤로하고, 경찰로서의 자신을 더욱 명확히 한다. 누구든 법이라는 규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법이 충분히 범죄자들을 처벌하지 못 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벌하겠다고. 동진의 다짐은 정의의 신념이자 올바른 사회를 지탱하는 축으로 작동한다.
톤앤매너
<유부녀 킬러>는 이율배반적이고 어려운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잔뜩 던진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당장 도출하라고 채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웹툰의 형식과 내용을 통해서 잠시 잊게 만들기도 한다. <유부녀 킬러>의 작화는 여백이 많고, 색채도 화려하지 않다. 다운된 톤을 이용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방백에 해당하는 대사들 또한 무심한 어투다. 이와 반대로 컷은 개그의 요소가 가득하다. 반전의 매력을 통해서 심각한 분위기는 빠르게 해소된다. 모순적 상황에 도달했을 때 터지는 개그는 사건에서 비롯된 질문에 대한 답을 유보시키며 웹툰을 끝까지 보고 난 뒤에야 곰곰이 생각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조연들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사건 중간중간 등장하는 조연들의 에피소드는 웹툰 전반을 이끄는 톤앤매너를 반전시키면서 <유부녀 킬러>의 재미를 배가한다. 특히 세아나 성훈이 나오는 에피소드는 웃음의 포인트를 제대로 잡고 있다. 특히 세아가 보나와 같이 있을 때 보나는 색다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변 인물들을 통해 평범한 유보나가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보나를 킬러로만 한정 지을 수 없도록 한다.
시즌2의 끝,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보나의 삶을 소꿉놀이라고 칭하는 마마의 말은 새로운 갈등이 전개될 것을 암시한다. 태성과 보나의 과거의 회상 끝에 어떤 새로운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