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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꿔줘> : 더 나은 외모를 가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를 바꿔줘>/이지호&호띠/네이버웹툰

2023-03-02 최기현

<나를 바꿔줘> : 더 나은 외모를 가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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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웹툰/나를 바꿔줘/이지호&호띠


예뻐지고 싶어서 선택하는 것 중 하나가 성형수술이다. 성형수술 실패에 따른 부작용 수기가 넘쳐남에도 우리나라에서 성형은 예쁜 외모를 갖고 싶은 사람들이 시도하는, 돈은 좀 들지만 손쉽게 택하는 수단이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성형수술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눈에 손대니 코가 마음에 안 든다. 코에 손을 대니 이번에는 턱이 문제다. 성형 수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 부작용에 노출되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선택의 대가는 크지만 그 열매는 달콤하다. 외모지상주의 열풍이 부는 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은 예뻐지고자 하는 욕망을 부채질하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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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웹툰/나를 바꿔줘/이지호&호띠


웹툰 <나를 바꿔줘>는 더 나은 외모를 가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외모 때문에 삶이 풀리지 않는 한 여성이 있다. 집 안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산다. 뚱뚱하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취업도 잘 안된다.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니 삶이 만족스러울 리 없다. 그때 한 여성이 나타나 원하는 대로 외모를 바꿔준다는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 성형이 아닌 신비한 힘으로 한순간에 원하는 인물로 바뀐다. 물론 여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원래 존재하는 어떤 인물의 도플갱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래 외모의 주인과 눈이 마주치면 도플갱어가 된 사람은 죽는다. 공짜로 외모를 바꿔주는 것도 아니다. 생명보험의 수혜자를 지정하는 사람으로 정해놓거나, 건물이나 재산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부분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외모를 선택한다.

[출처] 네이버웹툰/나를 바꿔줘/이지호&호띠

외모가 바뀐 그 여성은 매우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서도, 성형 수술을 하지 않고서도 날씬하고 예쁜 외모를 갖는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인 것 같았던 삶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불만족스러워진다. 외면이 극적으로 바뀌었어도 내면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원래의 삶, 뚱뚱하고 지저분한 삶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웹툰 <나를 바꿔줘>는 외모, 가스라이팅, 결핍, 학교폭력 등 사회 문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내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웹툰의 형식적인 주인공은 신비한 힘으로 사람들의 외모를 바꿔주는 채이진이지만, 실제로 주인공은 각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사람들은 외모의 변화를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외모가 바뀌고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모를 바꾸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외모를 바꾸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더 나은 삶을 개척하는 사람도 있다. <나를 바꿔줘>는 각자의 스토리에서 서로 교차하는 순간들이 있다. 마치 코에이의 고전 게임 <대항해시대2>에서 6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어느 한 지점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혐오스러운 사람으로 등장했던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다음 사연에서 밝혀지기도 한다. 독자는 의미 없이 지나쳤던 장면을 다음 주인공의 사연에서 의미 있게 만나면서 작품에 더욱 몰입한다. 주인공은 독자에게 이야기의 프로타고니스트라는 정당성을 부여받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외모가 바뀐 뒤 하는 복수 역시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독자는 프로타코니스트에 동조하며 바뀐 외모로 그동안 억눌렸던 인물에 대한 복수의 통쾌함을 느낀다.

[출처] 네이버웹툰/나를 바꿔줘/이지호&호띠

작가는 아무리 신비한 기연으로 외모가 바뀌어도 내면이 바뀌지 않으면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또는 자신의 내면이 바뀌면 당장 외모가 바뀌지 않더라도 삶이 나아진다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신비한 힘으로 외모를 바꿔주겠다는 달콤한 악마의 유혹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외모 때문에 삶이 불만족스럽게 느껴지는가? 웹툰 속 채이진은 신비한 힘으로 외모를 바꿔주겠다고 달콤하게 유혹하며 당신을 찾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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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며 퇴근 후에 만화를 읽고 글을 씁니다. 공연, 전시를 관람하는 것과 만화 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글로는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들>(2022 대한민국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