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잡기>: 어둠 속에서 만나는 극한의 공포
[출처] 네이버웹툰/꼬리잡기/바쉬
초등학생 때였다. 수업이 끝나면 학교 운동장에서 ‘꼬리잡기’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의도치 않게 ‘꼬리’가 된 적이 있는데, 상대편에 붙잡힐까 전전긍긍하며 앞 사람의 허리를 붙잡고, 그 넓은 운동장을 정신없이 헤집으며 돌아다녔었다. 네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꼬리가 잡혀야 끝나는 꼬리잡기 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았고, 온몸은 흠뻑 땀에 젖어 들곤 했다.
<꼬리잡기>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매몰 현장에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누구인지, 그 범인의 ‘꼬리를 잡기 위해’ 추리를 해나가는 웹툰이다.
[출처] 네이버웹툰/꼬리잡기/바쉬
갑작스러운 건물 붕괴사고로 9명의 대학생들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갇혀 버리고, 2주 뒤 가까스로 구조가 되지만 생존자는 5명뿐이다. 3명은 매몰 현장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고, 또 1명은 의식불명의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추리 스릴러로 담아낸 밀실 살인 사건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3구의 시신 상태가 매몰사고로 죽었다고 하기엔, 너무도 처참하게 훼손되어 있다. 더구나 구조된 생존자 5명의 진술이 이상하게도 계속 엇갈린다.
다들 뭔가를 숨기고 싶어 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건은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사망자들의 충격적인 부검 결과와 함께 생존자인 척 숨어 있던 살인자에 대한 정황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꼬리잡기>는 어둠 속 매몰자들의 이야기와 생존자들이 구출된 뒤 살인 사건의 범인을 밝혀가는 담당 형사 권정도와 신경정신과 전문의 주영화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어 긴박감 있게 펼쳐진다.
추리물의 특성상, 스토리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개연성이 뒷받침이 된 가운데에서 범인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웹툰 <꼬리잡기>는 성공한 셈이다. 매회 매몰된 지하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경찰이 심문하며 사건의 진상을 찾아가는 과정이 내내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전개되기 때문이다.
[출처] 네이버웹툰/꼬리잡기/바쉬
우리 사회의 각자도생을 반영하는 이야기
또한 <꼬리잡기>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하루가 멀다 하게 일어나는 인재사고를 자연스레 떠올려 준다. 사회 안전망이 총체적으로 부재한 우리 사회에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요즘 세태를 추리 스릴러란 형식으로 상징적으로 담아낸 것만 같다.
[출처] 네이버웹툰/꼬리잡기/바쉬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나중에 밝혀지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진 이후에도 뭔가 다 해결이 안 된 듯한 석연찮은 느낌을 전해주기에.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공포다. 학교에서 친구로, 선후배로 관계를 맺고 지낸 대학생들, 그들 사이에 살인자가 나올 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테니까.
매몰된 지하라는, 극단적으로 밀폐된 환경 속에서,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갑자기 살인범으로 변할 수도 있는 공포. 어쩌면 ‘지하’라는 어두운 공간은 우리 안의 무의식을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연유로 웹툰 <꼬리잡기>는 일상이라는 의식적인 삶 속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오는 듯하다.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것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 말이다. 더구나 매몰된 대학생들이 서로 친구와 연인, 선후배, 짝사랑의 대상 등, 다양한 관계로 얽혀있는 덕분에, 매몰 현장에서 대학생들의 심리변화는 더욱 밀도 있게 그려진다.
매몰 현장인 지하공간의 어둠은 그 자체로 매몰자들에게 공포를 선사해주기 충분할 터. 서로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연스레 청각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확대되어 표현되는 ‘웅웅’ ‘지익’ ‘버석버석’ ‘툭’ 같은 의성어 글자들은 마치 어두운 지하 매몰 현장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실감 나는 기분을 전해주는 것이다.
그렇다. 웹툰 <꼬리잡기>는 살인범을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물로만 단정 짓기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나 기시감이 많이 드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꼬리잡기(글/그림 바쉬)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