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코인> : 집에서 혼자 있는 은둔생활이 경쟁력이라고?
[출처] 네이버웹툰/은둔코인/HD3
대한민국은 여전히 코인 열풍이다. 코인 열풍은 MZ세대가 느끼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에 기인한다. 입시비리, 청탁 인사, 솜방망이 처벌 등 사회의 온갖 부정부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은 인생 역전을 꿈꾸는 코인을 통해 현실화된다. 코인을 통해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FOMO(fear of missing out)의 박탈감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출처] 네이버웹툰/은둔코인/HD3
웹툰 <은둔코인>의 주인공 구석기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다. 무리하게 투자한 코인은 본전은커녕 손해가 막심하다. 무의미한 삶을 살던 어느 날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동료가 건네준 은둔코인 앱을 설치한다. 집에서 은둔한 날짜만큼 코인을 채굴하며, 코인을 사용하면 하루 아침에 외모가 바뀌거나, 게임을 잘하거나, 공부를 잘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 코인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한정된 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구석기는 과연 은둔코인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출처] 네이버웹툰/은둔코인/HD3
<은둔코인>은 HD3작가의 <금수저>, <갓물주>에 이어 나온 작품이다. <금수저>에서는 신이 전달해 준 신비한 금수저로 왕자와 거지 이야기처럼 부잣집 도련님과 가난한 집 아이가 서로 바뀌었고, <갓물주>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과거와 현재로 가는 신비한 건물을 소재로 했다. <은둔코인>은 #코인과 #게임, 그리고 #은둔이라는 소재를 조합했다. 은둔하는 삶은 대체로 좋게 평가받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출처 : 두산백과 두피디아)는 부정적인 사회현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은둔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비자발적 은둔을 강요받았다. <은둔코인>의 은둔형 외톨이가 활동하는 단 하나의 공간은 온라인 게임 MMORPG의 가상공간이다. 여기에서는 현실의 삶과 단절되고, 가상이지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현실에서의 재산, 외모, 학력 등의 스펙은 여기에서 발휘되지 않으며 게임의 레벨이 곧 스펙이다.
일반적으로 은둔은 사회성에 문제가 있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정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는데, <은둔코인>은 발상을 뒤집어 은둔한 기간만큼 코인이 생기고, 그 코인은 시간과 노력과 바꿀 수 있는 재화의 교환가치를 지닌 수단이다. 영어 지식이든, 운동이든, 뮤지컬 지식이든 어느 한 분야의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사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은둔코인을 사용하면 어떤 것이 필요할 때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이 일정 금액의 코인만 투자하면 그 능력이 자신의 것이 된다. 요즘 트렌드인 게임의 스테이터스 창을 활용하듯 원하는 능력치를 분배하여 키울 수 있다. 개념만 코인이지 게임에서 사용하는 능력포인트와 같다. 코인은 다른 사람을 앞서 나갈 수 있는 경쟁력으로 도구화된다. 오히려 은둔이 경쟁을 앞서나갈 수 있는 무기다. 다만 <은둔코인>에서는 <존망코인>(박태준 만화회사, 네이버웹툰)에서처럼 벼락부자, 벼락거지로 순식간에 전락하는 코인의 기능은 설정하지 않았다.
[출처] 네이버웹툰/은둔코인/HD3
캐릭토님은 인물의 이름을 캐릭터의 이름을 인물의 특징과 연결해서 짓는 기법이다. 인전 작품 <금수저>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서 승천하듯 금수저를 통해 인생 역전하는 주인공의 이름을 ‘이승천’으로 짓는다던가, <갓물주>에서 서사 진행에 주요한 소재로 쓰이는 건물 승강기의 이름을 딴 송강기, 송마기와 같이, 이번에도 주인공의 이름을 지을 때 구석기, 인도아(in door)와 같이 캐릭토님 기법을 썼다.
HD3작가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신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여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은둔코인>을 읽다 보면 은둔 코인을 써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하긴 하겠지만, 은둔코인에 의존하며 단절된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은둔코인의 진짜 목적은 단절이 아닌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