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더 가까워진 AI.
근래 주변에서 ‘ChatGPT(챗지피티)’에 대한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점심 추천을 받는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소설을 써달라거나, 음악을 만들어달라거나 등의 수준 높은 문제까지 다뤄지며 우리 일상의 대화 소재가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만약’이라는 가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에 AI가 너무 발달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러다 인간들의 많은 직업이 AI로 인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사실은 그게 단순 가정이 아니라 진짜가 될지 모른다는 걸 우린 이제 안다. 그만큼 상상 속에 AI가 상상을 넘어 현실에까지 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불과 몇 년 안에 확 가까워졌다.
2020년 10월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면>이 연재되었을 때 만해도,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가장 익숙한 AI가 2016년에 있었던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쳤던 ‘알파고’였다. 당시에도 AI에 대한 높은 기대와 위험성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와서는 잠잠한 듯 보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앞서 말했듯 우리 삶에 좀 더 가까워졌다. 누구나 가벼운 정도로는 AI를 다룰 수 있고, 정말로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에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면>을 본다면 새롭다.
대개 SF 장르라고 한다면 자연스레 철학적인 메시지 혹은 질문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것이 진입장벽이자, 동시에 매력인 셈이다. 하지만 이전까지 이러한 질문들이 정말 먼 미래 정도로 인식하고, 순수하게 ‘판타지’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마련이었다면 이제는 가까운 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 POGO, HOOPA작가의 네이버웹툰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면' ]
어쩌면 이제는 답을 미룰 수 없을지도.
‘진정한 음악가’ 에피소드에서는 인공지능 피아노 로봇과 인간인 천재 피아니스트 대결에 대해 다룬다. 과연, 인공지능은 음악가를 대체할 수 있는가. 인간의 미세한 감정 표현까지 재현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떤가. 죽은 가수의 목소리를 복원해 그가 부르지도 않은 곡을 부르게 만들기도 하고, 창조된 AI 가수로 음원을 출시해 관심을 받기도 한다. 어쩌면 이라는 가정으로 만든 이야기가 현실이 된 셈이다.
‘불행한 남자’와 ‘우주 장례식’ 에피소드는 각각 미래의 아이디어를 담았다. 미래에는 범죄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또, 미래에는 장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미래의 아이디어를 상상력으로 엿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음악가’ 에피소드에서 그랬듯 어쩌면 곧 단순히 상상력에 국한되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물음표를 띄울 것이다.
결국 SF 장르는 언제나 그랬듯,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그 이유는 AI 기술이 우리 삶을 정말 많은 변화시킬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수많은 질문은 돌고 돌아 단 하나의 질문, 과연 우리는 AI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이용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사실 이러한 질문 자체가 엄청나게 새로운 건 아니다. 인간과 AI를 구분 짓는 것은 어떤 것인가. 감정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등. 다만, 그 질문은 언제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불과 3년 전, 웹툰이 연재되었을 때와 지금은 어떠한가. 누군가는 아마 똑같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남 일이라고만 치부했던 골치 아픈 철학적 질문에 이제는 답 비슷한 거라도 내야겠다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면>을 보는 건 어떨까. 보지 않았다면 요즘 화제 중인 AI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을 것이고, 봤었다면 그때와 지금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그저 상상력에 국한될 일인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상상력도 좋지만, 재밌으면서도 통찰력 있는 메시지가 있는 장르 SF. 그래서 대중성면에선 아쉬울 순 있지만, 그것이 이런 장르의 매력이기에 그 장르의 맛을 잘 살린 수작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면>을 오늘날 한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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