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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의 추억

<드래곤볼> 80~9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인기 만화. 완결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다양한 스핀오프 작품들이 연재되고 있고 만화. 설사, <드래곤볼>은 잘 몰라도 ‘원기옥’, ‘에네르기파‘ 정도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거니와 심지어 ‘드볼하다’ -몽땅 다 모으다- 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만화.

2024-04-12 박영선

<드래곤볼>의 추억

  <드래곤볼> 80~9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인기 만화. 완결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다양한 스핀오프 작품들이 연재되고 있고 만화. 설사, <드래곤볼>은 잘 몰라도 원기옥’, ‘에네르기파정도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거니와 심지어 드볼하다’ -몽땅 다 모으다- 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만화. 얼마 전 외부 매체로부터 담당 편집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대작을 간단히 소개해달라는 요청받았을 때의 그 난감함이란!

  <드래곤볼>은 어렸을 적, 정확히 말하면 만화를 보기 시작하던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프리저 편까지만 읽었다가 전권을 정독하게 된 것은 서울미디어코믹스에 입사한 후였다. 운 좋게도 <드래곤볼 신장판>이 발매되고 있던 시기여서 새 번역과 판본으로 전권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백하건대, 처음부터 <드래곤볼>을 꼭 정독하리라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완결된 지 24년이나 지났고 무엇보다 42권이나 되는 볼륨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얼마 후, <드래곤볼>을 손에 쥐고 놓을 수 없었던 이유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단 하나의 캐릭터! <드래곤볼 신장판> 마지막 7세트(37~42) 출간을 남겨두던 시점에 본문 교정 교열 작업을 진행하던 중, ‘오천크스트랭크스로 전부 체크해 버렸던 것이 출발점이었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오천크스에 혹시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나 싶어 앞 권들을 부리나케 읽어보았다. 이 캐릭터는 최후 반 부에 등장하는 퓨전이라는 기술로 마찬가지로 후반부에 등장한 오천이라는 캐릭터와 이름만 알고 있던 트랭크스가 융합한 것. 뿐만 아니라, 내가 미처 읽지 못한 부분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의 간단하게는 이름과 모습, 더 나아가서는 서사와 활약을 알지 못해 생기는 간극이 커 최대한 빨리 <드래곤볼>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드래곤볼>은 완결이 난지 30여 년 지났음에도 설정은 신선했고 캐릭터는 생동감이 넘쳤으며 스토리는 흡입력이 강했다. 그뿐이랴, 액션은 화끈하고, 연출은 무서울 정도로 세련되고 압도적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부분에서는 무릎을 '' 치며 , 이런 장면, 이런 변신이 있었지!’라는 추억여행은 덤! 42권이나 되는 엄청난 분량을 지치지도 않고 한 번에 읽어나가면서 어째서 더 일찍 읽지 않았는지 아쉬울 뿐이었다. 아니, 늦게나마 <드래곤볼> 전권을 만났다는 게 기쁘면서도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드래곤볼>은 꺼지지 않는 인기와 생명력이 증명하듯 여러 판본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정발 된 판형만 완전판’, ‘풀컬러판’, ‘총집편’, ‘신장판이 있고 각 판마다 개성이 확실해 어느 것을 보아도 <드래곤볼>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내게 이 수많은 판본 중 가장 인상 깊게 본 판본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드래곤볼 초오공전 ~총집편~>를 꼽을 것이다. 잡지 크기의 사이즈와 엄청난 페이지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박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토리야마 선생이라 하면 <드래곤볼>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만한전석>, <네코마인>, <카지카>, <카츠라 아키라> <드래곤볼>의 세계와 간접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또는 드래곤 월드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걸작 단편집도 빠뜨릴 수 없다. 이외에도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소년이 <드래곤볼> 비운의 캐릭터 야무치에게 빙의한 <전생했더니 야무치였던 건>이나 <드래곤볼 슈퍼>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쟈코가 주인공인 <은하패트롤 쟈코>, 귀여움과 코믹함을 살려 <드래곤볼> 시리즈의 또 하나의 즐거움을 주는 <드래곤볼 SD> 등의 공식 스핀오프 작품들도 <드래곤볼>을 보다 폭넓게 즐길 수 있게 한다.

  현재 <드래곤볼>의 세계는 공식 후속작인 <드래곤볼 슈퍼>로 이어지고 있다. <드래곤볼 슈퍼><드래곤볼>에서 미처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의 다양한 면모가 등장해 익숙한 캐릭터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새롭다. 박진감 넘치는 호쾌한 액션과 <드래곤볼 슈퍼>에서 첫 등장한 캐릭터들의 활약도 신선하다. 이른 연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담당 편집자란 중책이 맡겨졌을 때의 놀람과 두려움에 휩싸여 한동안 불안했던 나날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담당이 되고 난 후, 첫 잡지 연재분이나 단행본 출간을 진행할 때 훌륭한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래곤볼>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건 좋은 작품에 걸맞은 열정적인 독자님들 덕분일 것이다. 그들이 보내준 열정적이고 변함없는 애정에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도 그 어디선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시리라. 앞으로도 <드래곤볼>은 새로운 모습, 다양한 감동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라 기대한다. <드래곤볼>이란 큰 선물을 우리에게 남기고 떠나신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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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주)서울미디어코믹스 점프플러스팀 기자